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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침체 직격탄 맞은 독일, '나홀로 역성장' - 유럽 성장 엔진마저 꺼뜨린 독일 경제 - 중국 경제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안주한 것이 가장 큰 원인 - 푸틴에 대한 도를 넘는 신뢰로 에너지 위기 자초한 탓도 있어
  • 기사등록 2023-08-30 12: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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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성장 엔진 마저 꺼뜨린 독일 경제]


유럽의 성장엔진으로 불렸던 독일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유럽 경제 성장마저 가로막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독일 경제가 그동안 중국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의존해 왔는데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지면서 독일 경제에 치명타를 안겼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전 세계 주요 경제국 중 유일하게 독일이 경제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면서 “탈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수출 주도 성장이 어려워진 와중에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이란 악재가 거듭 닥쳐온 결과”라고 보도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미국과 서방의 제재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러시아마저 성장세가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는데, 독일은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독일 경제는 왜 이렇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 것일까? WSJ은 “제조업 제품 수출 호황에 안주해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 짚었다.


사실 1990년 동서독 통일 이후 경제난에 직면했던 독일은 급속한 산업화를 진행하던 중국에 공작기계 등 자본재와 차량 등을 대거 수출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빠르게 산업화하는 중국은 독일이 생산할 수 있는 모든 자본재를 사들였다. 사실상 중국의 산업화를 도운 나라가 독일이고, 동시에 독일 경제를 호황으로 만든 장본인이 중국이었다는 의미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독일에는 중국 투자 중심 모델이 형성되었고 그러면서 독일 경제는 사실상 중국 경제와 떼레야 뗄 수 없는 밀착 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이다.

문제는 독일이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하면서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성장모델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중국에 안주하면서 독일 특유의 신산업 성장 모델을 찾는데 게을리한 것이다.


특히 중국 경제가 수년전부터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경고음이 계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타개할 방안을 찾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에 중국 경제는 점차 시들어갔고 또한 독일이 키웠던 중국 산업이 되레 독일 경제의 경쟁자로 부상하면서 독일 경제는 갈 길마저 잃어버리는 우를 범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전기차 산업이다. 거듭된 경고에도 독일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가 지닌 가능성을 무시한 사이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거세게 치고 올라왔다.


이러한 역풍을 맞은 대표적 회사가 독일 최대 자동차제조업체 폭스바겐이다. 폭스바겐 최고 임원들은 지난달 내부 전화회의에서 “비용 증가와 수요 감소,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등 경쟁사의 부상이라는 '퍼펙트 스톰'(복합위기)에 직면했다”면서 “지붕에 불이 붙은 격”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되면서, 중국경제에 의존해 오던 독일도 더는 중국으로부터 재미를 보지 못하면서 동반 하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이미 정체 상태에 진입한 독일 경제]


사실 독일의 제조업 생산량과 국내총생산(GDP)은 2018년부터 이미 정체 상태다. 회계·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최근 보고서에서 ”2019년 이후 독일 자동차 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지난 20년간 기록한 수익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WSJ은 이와 관련해 ”20년 전 독일은 빈사 상태였던 경제를 되살려 세계화 시대의 제조업 강국이 됐다“면서 ”세월이 변했고, 독일은 이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독일 키엘 세계경제연구소(IfW)의 모리츠 슐라리크 이사장은 ”우리는 많은 도전이 있었던 10여년간 계속 잠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20년 전보다 국내외적 환경이 훨씬 나쁘다는 점이다. 또한 세계 정세부터 독일과 같은 수출 주도 경제에 불리하게 흐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중국과 유럽연합(EU)에 고관세를 매기면서 시작된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과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강제병합과 이에 따른 서방의 제재 등으로 자유무역이 위축되고 있어서다.


독일 국내적으로는 공공부문 투자 위축으로 교통·통신 등 사회기반시설이 심각하게 노후화했고, 뿌리 깊은 관료주의와 비효율, 과도한 규제로 정부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문제가 심각하다.

여기에 독일은 디지털 기술 등 신(新)산업 투자를 소홀히 한 채 자동차와 기계, 화학 등 구(舊)산업 위주 경제 구조를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대해 WSJ은 “독일의 유일한 소프트웨어 대기업인 SAP만 봐도 1975년에 설립된 회사”라면서 독일은 그만큼 혁신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수년간 공공 투자에 인색한 결과, 인프라가 낡고 교육 시스템이 점점 더 평범해졌으며, 다른 선진국에 비해 초고속 인터넷과 휴대전화 연결이 열악해졌다. WSJ은 이와 관련해 ”(독일) 정부가 팩스 기기에 계속 의존하는 건 전국적인 농담거리가 됐다“고 전했다.


이렇게 혁신이나 변화없이 현실에 안주하다보니 독일을 떠나거나 시설을 외국으로 이전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실제로 화이자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독일 바이오앤테크는 ”독일 정부의 규제 탓에 연구활동을 이어갈 수 없다“면서 최근 연구 및 임상시설 일부를 영국으로 이전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유럽 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물가가 연쇄적으로 상승하고 화학산업의 경우 존폐를 위협받을 지경에 놓인 점도 문제다. 이 역시 독일 정부가 지나치게 러시아 에너지에 의존해 왔던 탓이다. 미국 정부가 에너지의 러시아 의존에 대해 엄한 경고까지 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푸틴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던 독일은 푸틴이 에너지를 무기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경고를 일축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경고가 현실화됐고 그 대가는 참혹했다.


이와 함께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역시 독일의 반등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WSJ은 이와 관련해 ”현재 독일에서는 기업의 약 43%가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직원을 새로 고용하는 데 드는 기간이 평균 6개월에 이른다“고 전했다.


여기에 독일이 갖고 있는 근본적 문제 가운데 하나는 정치환경이 분열되어 있다는 점이다. 과거와 달리 중도우파와 중도좌파 정당이 다수당을 점하지 못한 채 다수의 정당이 난립, 연정이 불가피해지면서 정부 내에서조차 감세나 정부투자 확대 등 주요 정책과 관련한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강한 추진력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WSJ은 이에 대해 ”최근에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여론조사에서 집권 사회민주당(SPD·사민당)을 앞서기도 했다“면서 ”독일의 분열된 정치지형은 20년 전처럼 광범위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걸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정치가 분열되어 있는 가운데 지나친 이념주도 정책이 독일 경제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영국의 더터임스는 28일(현지시간) ”독일 내부에서 집권신호등 연정이 주도하는 녹색에너지 정책이 독일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는 요인“이라면서 ”그리안해도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독일 경제가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녹색정당들에 의한 지나친 탈원전 정책이 독일 경제를 더욱 병들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렇게 독일은 지금 완전히 병들어 있는 상태다. 그러다보니 숄츠 총리가 이끄는 무지개연정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4분의 3을 넘고 있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왔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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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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