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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상무장관 방중, 미국에 목줄 잡힌 중국 - 美, 디커플링과 디리스킹 차이 설명. 레드라인 제시 - 中, 반도체 제재 완화 요구했지만 美 거절 - 러몬도 장관, 中의 지역 안정 강조, 파괴시 中경제 몰락 경고
  • 기사등록 2023-08-30 05: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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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몬도 상무장관 방중]


미국의 지나 러몬도(Gina Raimondo) 상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가운데 미중간 무역충돌이 어떠한 방향으로 흐를 것인지 관심이 모아졌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은 그동안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중국더러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중국은 미국을 향해 대 중국 제재의 완화를 읍소했지만 결국 중국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자(현지시간) 지면을 통해 “미국과 중국이 수출 통제 시행에 관한 정보 교환을 시작하고 무역(상업) 문제를 다룰 새 실무(워킹)그룹을 구성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만나 양측이 국가 안보 정책에 대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수출 통제 조치를 논의하는 새로운 양자 포럼을 포함하여 경제 및 상업 문제에 대한 새로운 소통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핵심 주장은?]


미중 양자간 발표 사항을 보면, 일단 뭔가 획기적인 진전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미국이 중국을 향해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중국이 그 틀에서 벗어나면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러몬도 장관은 “양국간 협의 채널인 정보교환 플랫폼은 미국의 국가 안보 정책에 관한 오해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미국은 국가 안보의 문제에 관해 타협하거나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이는 그동안 러몬도 장관이 줄기차게 제창해 온 대로 미국의 대 중국 정책 핵심은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을 고수할 것이며, 이에 관한한 양보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물론 디커플링과 디리스킹 간의 간격을 어떻게 이해하고 또 적용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이번 미중 상무장관 회담에서 논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의 입장은 디커플링과 디리스킹 간 차이에 대해 미국측의 분명한 설명과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함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미국측은 미중간 대화 플랫폼을 통해 이를 논의해 가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미중 양국은 29일 중국 상무부에서 상무부 차관보급 대화를 필두로 본격 협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새로 구성될 무역 문제 실무그룹에는 미중 양국 정부 관계자들과 민간 부문 대표들이 참여해 “무역과 투자 문제에 관한 해결책을 찾고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 이익을 증진하는 방안”을 도출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1년에 두 차례 열릴 미중 무역 실무그룹은 차관급이 참여하며, 첫 회의는 내년 초 미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중국의 최고 관심사는 반도체]


이번 미중 상무장관 회담에서 중국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제재 완화였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 및 동맹국들이 중국을 향해 반도체 관련 제재를 예정대로 시행하게 된다면, 중국의 산업 전반에 엄청난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기에 이에 대해 수출 통제를 대폭 완화해 달라고 미국측에 읍소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미국측의 입장은 단호했다. 러몬도 장관은 “그 문제는 토론의 대상이 아니다”면서 분명한 입장을 유지해 중국을 실망시켰다.


러몬도 장관은 오히려 중국의 표적이 된 미국 반도체 제조사 인텔·마이크론에 대한 조치를 포함한 미국의 다양한 관련 우려를 왕원타오 부장에게 전했으며, 중국이 이달 들어 시작한 희귀광물인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에 관해서도 분명한 우려의 뜻을 전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어 “미중 양국이 주제별 전문가들을 소집해 기업 기밀과 영업 비밀의 보호를 증진하는 것에 관한 기술적 토의를 하는 데도 합의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사실상 중국의 지적 재산권 탈취나 해킹 또는 공작 등을 통한 미국의 기술 유출과 관련해 중국측에 경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안정 강조한 러몬도 장관의 속뜻은?]


그런데 러몬도 장관의 발언 가운데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중국측 왕 부장을 향해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안정적인 경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미국은 건전한 경쟁을 추구하며 중국 경제 발전을 방해할 의도가 없다. 우리는 강력한 중국 경제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대목이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 문제는 타협하거나 협상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발언에 담긴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우선적으로 미국은 중국 경제가 완전히 가라앉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중국 경제가 가라앉게 되면 글로벌 경제도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그동안 WTO 체제에서 중국 경제가 차지하고 있던 비중이 40%에 이른다고 할 정도로 워낙 컸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경제가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원만하게 굴러갈 수 있도록 미국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디커플링 배제’라는 용어로 표현된 것이다.

이에 대해 러몬도 장관은 “대부분의 무역이 국가 안보와 무관하다”면서 바로 이 분야에 관한 양국간 무역을 확대해 나가자고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의 모든 무역 행위를 무한정 용납하지는 않겠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그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바로 ‘디리스킹’이다. 다시말해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칠 수 있는 핵심 분야에 관한 한 미국은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의 왕 부장은 ”중국과 미국의 경제·무역 관계는 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무역과 관련돼 있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양국 무역과 투자를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양국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더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맞장구쳤다.


결국 러몬도 장관이 ‘양국간 안정’을 강조한 것은, 미중간 관계가 무역을 기반으로 절대적으로 공생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기본적 틀을 깨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중국도 글로벌 질서를 해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면 된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처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든지 하는 안정을 해칠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난다면, 중국 경제는 그야말로 붕괴의 위기로 흐를 수도 있음을 미국측이 경고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도움이 절실한 중국]


사실 중국은 미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지금의 경제위기가 더 심화된다면 중국 공산당 정권의 안위에도 경고등이 들어올 수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 중국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법은 무역량을 대폭 늘리면서 중국내에 돈이 돌게 만드는 것이다. 그럴러면 미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미국의 대 중국 수입량이 늘어나야 중국 경제도 살아난다. 당장 중국내 공장 가동율도 높아지게 되고, 이를 통해 중국내 소비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리창 중국 총리도 지난 주에 미-중 비즈니스 협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시장 접근을 확대하고, 외자 기업이 국내 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받도록 보장하겠다“면서 개방성을 다짐했던 것이다 .


이렇게 중국은 미국에 완전히 목줄 잡혀 있는 신세다. 아무리 큰 소리쳐 봤자 미국의 도움없이는 경제 회생도 불가능할 뿐더러 미래도 없을 것임을 이번 미중상무장관회담이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세계 패권 운운하는 것은 그저 중국 인민들을 향해 폼잡는 소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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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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