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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좀비가 된 중국 부동산 - 회복 불가능 헝다그룹, 또다시 주식 재개 - 중국 당국이 디폴트 회사 청산 꺼리면서 좀비화 - 부패와 결합된 중국 좀비기업들, 경제 망치는 주범들
  • 기사등록 2023-08-29 12: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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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불능 中헝다, 주식 거래 재개]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져 중국 부동산업계 위기의 진앙이 된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28일, 주식 거래를 재개했다. 그렇다고 헝다가 다시 살아나 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사실 중국에서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반도체 회사가 분명 완전 망했는데도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사는 살아 있으며 그 회사에 국고가 지원된다. 그렇다고 그 회사가 제품을 생산해내는 것도 아니다. 바로 좀비화된 기업의 현실이다.


블룸버그는 28일(현지시간) “헝다그룹(Evergrande Group)이 이날 17개월 만에 주식거래를 재개됐으나 장중 87% 급락하면서 시가총액 189억 홍콩달러(약 3조2천억 원)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홍콩 증권거래소(HKEX)에 상장된 헝다 주식은 이날 장 중 한때 0.22홍콩달러에 거래되며, 시가총액이 거래 중단 직전일 거래 당시 218억 홍콩달러(약 3조7천억 원)에서 29억 홍콩달러(약 5천억 원)로 축소됐다. 이 주식의 시가총액은 2017년엔 4천200억 홍콩달러에 육박했었다. 고점 대비 불과 0.7%밖에 안될 정도로 대폭락을 했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정점 이후 시가총액의 99% 이상 손실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주식은 지난해 3월21일 거래가 정지됐다가 이날 재개됐다. 헝다의 자회사인 헝다 신에너지차와 부동산서비스 주식은 중단된 지 16개월 만인 지난달 거래가 재개됐다.

헝다 측의 역외 부채 구조조정 계획에는 부채의 일부를 주식 연계 상품으로 스와프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어 이들 주식의 거래 재개가 헝다 측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홍콩 증권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거래정지 기간이 18개월에 도달하면 상장폐지에 직면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홍콩 소재 UOB 카이히안 스티븐 렁 이사는 “앞으로도 헝다의 운영과 주가 전망은 어려울 것”이라며 “주택구매자들이 국영 개발업체를 선호하는 데다 경기부양 혜택도 받을 수 없어 헝다가 주택 판매로 부채상환을 할 희망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헝다는 사업 지속 의지를 다지고 있다. 헝다는 이날 당국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판매 재개를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연초에 나타난 부동산시장의 단기 호황을 성공적으로 포착했다”고 말했다.


[좀비가 된 중국 부동산 기업들]


닛케이아시아는 지난 18일, “경영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이 미국 파산법 15장에 따라 채권자로부터 보호를 신청했다”면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 사이에서 '좀비화'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이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완공 전에 건설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있으며, 이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기반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성장 모델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꼬집었다.


닛케이에 의하면, 헝다그룹의 2021년 12월과 2022년 12월로 끝난 두 회계연도의 총 손실은 약 5800억 위안(80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로 인해 헝다그룹은 부채 초과상태에 빠졌고, 2022년 말 기준 총 부채는 2조 4370억 위안에 달했다.


문제는 금전적 손실뿐만이 아니다.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부동산 개발업체였던 헝다그룹은 2022년 말 현재 3950억 위안에 달하는 1,519건의 소송에 직면해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미지급 공사비와 자재비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유동성 경색으로 인해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어 구매자에게 주택을 인도할 수 없다.


이 정도면 빨리 회사를 청산하는 것이 낫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헝다그룹은 끝까지 회사를 존속시키려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청산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중국 당국이 헝다그룹의 청산을 가로막으면서 헝다는 이미 좀비가 되어 버렸다고 할 수 있다.


[좀비기업들이 중국에서 판을 치는 이유?]


문제는 이렇게 재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명이 난 헝다그룹 같은 회사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4일에 발표한 분기별 정책 보고서에서 일부 기업이 금융 위기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리스크 제거와 예방을 강조했을 뿐 사실상 디폴트에 빠져 있는 기업들에 대해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중국 당국이 이렇게 좀비기업에 대한 법적 청산을 과감하게 시행하지 못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중국도 부실기업에 대해서는 법원이 주도해 청산을 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들 좀비기업들을 청산하게 될 경우, 협력업체들은 물론이고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엄청난 사회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감한 청산작업을 미루고 있다.


지난 7월 중국인민은행의 궈수칭(郭樹淸) 당서기가 물러났다. 그는 부동산 개발업체의 자금 조달 규모를 제한하는 '세 가지 레드라인'을 제안하며 금융 개혁론자로 유명했다. 문제는 그러한 과감한 개혁이 중국 공산당 정부의 방향과는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중국 정부는 중국 경제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과감한 구조 개혁을 꺼리고 있다. 그러니 좀비기업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상처를 헤집고 과감하게 수술을 하기보다는 일단 덮어놓고 시간만 질질 끌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좀비기업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결국은 좀비들의 천국이 되면서 중국 사회 전체가 좀비 소굴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건축비를 감당하지 못해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못하는 좀비화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다. 이 문제는 소비자의 주택 구매 의욕을 약화시키고 주택 판매 부진을 악화시키고 있다.


분명한 것은 중국의 부동산 기업들의 미래는 그야말로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중국의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지금, 주택 수요가 장기적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데도 일단 좀비기업들을 살려 놓다보니 여기에 또 자금을 쏟아부어야만 한다.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은 앞으로도 이미 디폴트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기업들을 산소호흡기를 통해 연명시키는 작업들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젠 좀비기업들이 되레 큰소리를 치면서 중국 당국을 압박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시쳇말로 ‘배째라!’는 식이다.


그런데 이런 좀비기업들이 부동산 부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 분야에도 존재한다. 우한홍신반도체(HSMC)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차오산(曹山)’이라는 반도체 사기꾼 이야기로 유명하다. 한마디로 TSMC 부사장’ 같은 가짜 명함을 가지고 다니면서 대담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이다. 그리고 그의 사기 행각에 지방정부들이 무려 200억 달러를 투입했고, 공장을 건설한다고 153억 위안(약 2조7000억원)의 돈을 쏟아 부었다.


이 회사는 지난 2021년 2월 모든 것이 들통나면서 완전히 망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 회사가 3달 뒤인 5월 11일 회사 이름을 ‘우한신공현대제조유한공사’(武漢新工現代製造有限公司)’로 바꾸었고, 우한시의 지방 공기업들이 지분을 이어받아 회사가 유지되고 있다.


무슨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열 수 있는 무슨 뾰족한 수단도 전혀 없다. 그런데 이 회사에 계속 돈을 투자하면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죽은 회사를 통해 돈을 더 빨아 먹으려는 이권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한홍신반도체(HSMC)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지난 2020년 10월 사실상 문을 닫은 푸젠진화반도체(JHICC)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자본금이 회사가 문닫은 이후로 더 늘어났다. 지방정부가 투자한 것이다. 역시 이권세력 때문에 살아나지도 못할 반도체 기업에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황당한 나라가 중국이다. 아마 헝다그룹도 우한홍신의 뒤를 잇는 좀비기업이 될 것이다. 회사는 망해도 그럼에도 그 회사를 통해 돈을 버는 부패정치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렇게 서서히 망해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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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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