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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더 위험해진 푸틴, 내우외환에 직면 - 프리고진 사망 이후, 푸틴 더 위험해졌다 - 프리고진의 죽음, 푸틴의 지시든 아니든 심각한 후유증 유발할 것 - 푸틴의 권력 집착 편집증이 문제 유발 원인
  • 기사등록 2023-08-28 01:04:14
  • 수정 2023-08-28 01: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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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고진 사망 이후, 푸틴 더 위험해졌다]


푸틴에게 반역을 했던 프리고진이 사망한 후 푸틴은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더 안전해졌을까? 많은 분석가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오히려 더 위험해졌다고 내다본다. 특히 프리고진에 대해 암살을 명령했든 안했든 그의 죽음 자체가 푸틴에게는 심각한 문제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자 지면을 통해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죽음에 크렘린궁이 관여했을 것이란 의심이 커지는 가운데, 실제로 푸틴이 지령을 내린 것이라면 그만큼 권력 유지가 최우선 과제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프리고진은 그동안 아프리카 지역에서 푸틴을 대신해 사실상 다양한 국가들의 권력 배후에 암약하면서 세를 확보해 왔을 뿐만 아니라 크렘린궁에 막대한 자금 지원을 해 왔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특히 바흐무트 전투에 직접 개입해 '잔혹한 효율성'을 입증했지만, '불충'만큼은 단죄를 피할 수 없다는 신호를 크렘린궁이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NYT는 이와 관련해 지난 23일 프리고진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뉴스가 타전됐을 무렵 푸틴 대통령이 TV에 나온 모습에 주목했다. 푸틴은 당시 제2차 세계대전 쿠르스크 전투 80주년을 기념해 러시아 TV로 중계된 행사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푸틴이 단상에 섰던 무대의 배경이다. 온통 검은색 배경에 빨간 조명으로 웅장한 느낌을 낸 무대에서 푸틴 대통령은 연설을 하고 군인들에게 훈장을 수여한 뒤 호국영령을 기리는 묵념을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바로 그 순간 프리고진이 타고 있던 전용기가 화염에 휩싸여 땅으로 곤두박질쳤다는 소식이 전파됐다.


이러한 극적인 연출이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NYT는 이에 대해 “극명한 대비를 이룬 두 장면은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2차대전 기념식장에서의 푸틴 대통령의 모습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한 지 1년 반이 지난 시점에 어느 때보다도 단호하게 자신의 장악력과 힘을 드러내고자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해석했다. 한마디로 의도적 연출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를 다시 설명하자면, 푸틴의 권력 장악력이나 러시아 국민들에게 비쳐지는 모습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크렘린궁도 느끼고 있는데다, 특히 프리고진의 반란으로 뒤숭숭해졌던 러시아내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프리고진의 사망 날에 맞춰 푸틴의 강인한 면모를 의도적으로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프리고진의 죽음, 진짜 크렘린 명령이 아니라고?]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프리고진의 죽음에 대해 크렘린궁은 배후설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크렘린을 배후로 보는 서방의 추측에 대해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프리고진의 사망 배후에 푸틴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크렘린에 등을 돌리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만천하에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푸틴의 위세를 떨칠 수 있겠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크렘린 궁 내부나 군부에서의 반발과 반작용이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렇게 되면 프리고진 사망이후 러시아 정세는 상당히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프리고진의 사망 배후에 진짜로 푸틴이 없다면 이또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모스크바의 정치 분석가 미하일 비노그라도프는 러시아 집권층의 중심부에 있던 인물이 '국가의 지원을 받는 암살'로 사망한 적은 없다면서 "가혹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노그라도프는 이어 “크렘린궁이 프리고진 살해를 승인했을 것이라는 세간의 의심 어린 시선을 무마하려는 노력을 그다지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NYT는 “러시아 집권층의 강력한 인물이 크렘린궁의 뜻에 반해 살해됐다면, 이 역시 푸틴 대통령의 통제권 상실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프리고진은 지난 6월 반란을 일으켰다가 뜻을 접은 이후, 푸틴과 면담했고 푸틴은 프리고진을 용인해 주었다. 그리고 프리고진이 두 달간 벨라루스행을 허가받고 푸틴 대통령이 주최한 러시아와 아프리카 국가 간 정상회의 한켠에서 아프리카 관리들을 만날 만큼 건재했다. 이 과정에서 푸틴은 분명하게 프리고진에 대해 용서를 했고, 그를 죽이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그런데도 프리고진은 사망했다.


이에 대해 폐쇄된 독립 언론 '에호 모스코비'(모스크바의 메아리)를 이끌었던 알렉세이 베네딕토프는 “푸틴이 프리고진을 '용서'한 것이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 약한 모습으로 인지됐다”며 “이제 푸틴은 어떠한 배신 시도도 드러나리라는 것을 자신의 집권층에 보여줬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유명 언론인 콘스탄틴 렘추코프도 이번 사건과 관련한 러시아 엘리트층의 반응에 대해 “모두가 두려워하고 있다”며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렘추코프는 이어 “푸틴이 그를 반역자라 불렀다”며 “그걸로 이 사람(프리고진)이 더는 안전하지 않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되기에 충분했다”고 꼬집었다.


결국 푸틴의 굳은 약속에도 불구하고 푸틴이 프리고진에 대한 암살 명령을 내린 것이라면, 푸틴의 처지가 옹색해지면서 “푸틴은 언제든지 약속을 손바닥처럼 뒤집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러시아 지도층에서 푸틴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푸틴이 프리고진에 대한 암살 명령을 내리지 않았음에도 푸틴에 대한 충성심이든 뭐든간에 권부의 누군가가 지시해 프리고진을 살해한 것이라면, 이는 러시아 권력 기반에 근본적인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푸틴의 지시없이도 러시아 정권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이가 돌연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NYT는 “러시아 집권층 내부의 역학관계로 볼 때, 푸틴 대통령이 실제로 프리고진 살해를 지시했는지 여부보다는 푸틴이 프리고진의 '배신'을 비난한 이후 프리고진이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결국 프리고진의 사망사건은 두고두고 푸틴을 괴롭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푸틴의 연설문 작성가 출신인 정치 평론가 압바스 갈랴모프는 NYT에 “크렘린궁을 프리고진 사망의 유력한 배후로 본다”면서 “어떤 신호를 보내기 위해 푸틴은 많은 프로젝트에서 위험을 무릅쓰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이는 지금 당장 푸틴의 우선순위는 외연 확장이 아니라 권력 유지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푸틴은 지금 권력 유지를 위해 찬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안된다는 것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단 정권 유지를 위해 프리고진을 살해하는 일까지 저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푸틴의 편집증이 문제다!]


텔레그래프는 25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에 있는 웨인 주립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부교수인 세스 D 노홀름(Seth D Norrholm)의 말을 빌어 “역사 전반에 걸쳐 독재자들은 지배력과 두려움이 역설적으로 혼합되어 자신들의 위태로운 상태에 대한 깊은 불안감을 드러냈다”면서 “푸틴의 편집증은 그의 운명을 되돌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분석가이자 푸틴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한 마크 갈레오티 교수는 스펙테이터 웹 사이트에서 “프리고진 살해 사건으로 엘리트층과 러시아 극우 민족주의자들이 아직 멀기만 한 '티핑 포인트'에 더 가까워졌다”면서 “그들은 스스로를 푸틴의 지지자라기보다는 인질로 여기는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세계 정치학 부교수인 브라이언 클라스는 이 문제를 “독재자의 함정”이라고 불렀다.


이미 푸틴을 향한 위협은 시작되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26일(현지시간) “바그너 용병 반란을 지지했던 러시아 네오나치 준군사 단체가 프리고진의 사망과 관련해 푸틴을 비난하면서 더 이상 우크라 전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일들이 비록 자그마해 보일 수 있지만 러시아내에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반 푸틴세력 결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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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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