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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브릭스(BRICS) 동상이몽, 열받은 시진핑 - 4년만의 브릭스… 연대·협력엔 ‘5國이몽’ - 시진핑 주장 무산되자 돌연 포럼 연설 불참 - 푸틴 연설도 굴욕적, 얼굴과 목소리가 달랐다!
  • 기사등록 2023-08-23 23:41:41
  • 수정 2023-08-24 08: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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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의 브릭스… 연대·협력엔 ‘5國이몽’]


중국과 러시아가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경제 5개국 모임체인 브릭스(BRICS)를 서방진영의 G7이나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 체제에 맞서는 강력한 정치공동체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을 시도했지만, 인도와 브라질 등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사실상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 와중에 시진핑 주석은 첫날 포럼에 예고도 없이 돌연 불참해 그 배경을 둘러싸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된 브릭스 정상회의가 회원국 대거 확대 여부, 서방 강대국에 대한 맞대응 등 중국과 러시아 등이 제기한 이슈 문제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인도와 브라질 등이 이견을 보이면서 합의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슈 1: 회원국 확대 문제


브릭스의 외연 확장은 사실 시진핑 주석에게 있어서 가장 핵심적 어젠다였다. 시 주석은 브릭스 경제포럼에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대독한 연설문을 통해 “어떤 나라는 패권적 지위를 잃지 않기 위해 신흥시장국과 개발도상국을 압박하고 있다”며 “중국은 여러 나라와 협력해 공동으로 도전에 대응하고 모든 국가 인민의 복지를 증진하기를 희망한다”며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특히 시 주석은 “우리는 브릭스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고 '브릭스 플러스(BRICS+)' 모델을 도입해 확대 과정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면서 브릭스의 외연 확장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현재 20여개 국가가 브릭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중국은 모든 국가가 브릭스 협력 메커니즘에 합류하는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브릭스를 대거 확장하면서 사실상의 반미(反美)연대 체제로 만들자고 주창한 것인데, 이에 대해 인도와 브라질은 비동맹노선을 고수하며 시진핑 주석의 주장을 일축했다.


특히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브릭스는 G7이나 G20의 대항마가 아니다”면서 “미국과의 경쟁 체제를 구축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연설에서도 “대통령으로 다시 취임한 이후 미국,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회복했다”며 서방과 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중국과 국경분쟁을 겪는 등 관계가 좋지 않고, 서방의 공급망 탈중국 정책으로 인한 수혜 국가로 꼽히는 인도의 모디 총리는 한술 더 떠서 “튼튼한(resilient) 공급망을 위해선 투명성이 중요하다”며 “서로 협력해 전 세계, 특히 글로벌 사우스(개발도상국)의 발전에 기여하자”고 강조했다. 사실상 제조업 공급망에서 중국의 몫을 차지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면서 중국의 뒤통수를 노렸다.


더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언론은 “모디 총리가 언급한 '튼튼한 공급망'은 미국 일본 호주 등이 주도하고 인도가 참여한 공급망 전략을 의미한다”며 “제조업에 있어서 중국 의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모디 총리는 이어 “인도가 수년 안에 세계의 성장엔진이 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조만간 인도는 5조달러 규모의 경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실상 시진핑 주석을 향해 날을 세웠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시진핑 주석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브릭스 회원국을 확대하기로 하기는 했지만 인도와 브라질, 그리고 남아공이 반서방 블록을 형성하는 방향은 아니라는데 방점을 두고 있어서 당연히 미국과 맞서기 위한 시진핑의 국가연합 결성 계획은 성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슈 2: 달러 패권 도전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을 벌이면서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전쟁범죄자로 낙인찍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화상 연설을 통해 “탈(脫)달러화 흐름은 되돌릴 수 없다”면서 “브릭스가 G7보다 경제적으로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브릭스 국가들이 회원국 간 교역에서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면서 “탈달러화가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브릭스가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누적 점유율이 26%에 달했다”면서 “브릭스 5개국이 새로운 글로벌 경제 리더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탈달러화 움직임은 오히려 브릭스 전반의 신용만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지난해 국제신용평가업체 피치는 러시아 노출을 이유로 브릭스 국가들이 설립한 신개발은행(NDB) 채권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하며 전망도 부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또한 브릭스 달러가 글로벌 통화의 지위를 달성하려면 자본시장의 깊이, 태환통화 관리시스템, 무역송장 발행 등 여러 가지 과제가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한계도 존재한다.


결국 푸틴이 주장한 탈달러화는 시진핑도 적극 찬성 의사를 표시했지만 역시 인도와 브라질에 의해 철저하게 묵살되었고, 주된 토의 사항에서조차 배제되면서 푸틴과 시진핑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개막 연설에 돌연 불참한 시진핑]


그런데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전체 의견을 담은 ‘이골리 선언문’이 아니라 브릭스 비즈니스 포럼 개막식에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었던 시진핑 주석이 아무런 통보도 없이 돌연 불참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호르헤 과하르도 전 주중 멕시코 대사는 “(신문들이) 윤전기를 멈춰야 할 정도로 중대한 사건”이라고 지적했으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일부 전문가들이 “뭔가 잘못됐다”며 놀라움과 궁금증을 표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만큼 시 주석의 비즈니스포럼 불참 배경과 의도에 대해 브릭스 회의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는 의미다.


일단 중국 당국은 불참 이유에 대해 아무런 공식 설명도 하지 않았으며, 중국 외교부 역시 포럼 불참 사실은 언급하지 않은 채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연설문을 대독하였음에도 마치 시 주석이 직접 연설한 것처럼 공지하기도 했다.


현재까지는 시진핑의 가장 큰 숙원 과제였던 브릭스 확대가 무산된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것이 대체적 관점이다. 특히 인도의 모디 총리가 브릭스가 중국의 독무대가 되는 것을 원치 않은데다 브릭스를 주도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강한 제동을 건 것에 대해 심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푸틴 연설도 굴욕적, 얼굴과 목소리가 달랐다!]


시진핑의 포럼 불참과 함께 브릭스 회의에서 단연 화제가 되었던 것은 푸틴이 화상으로 진행한 연설이 더빙한 것이라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푸틴은 녹화연설에서 자국 곡물과 비료 수출 제재로 국제 식량 안보가 위태로워졌다며 서방의 제재를 강력히 비난했다. 그런데 화상연설은 얼굴만 푸틴 대통령이었지 목소리가 달라서 ‘더빙 연설’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 연설이 재생되자 일부 청중은 웅성거리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화상 녹화 연설에 푸틴 대통령이 아닌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입혀져 있었다”면서 “더빙 연설의 배경에 대해선 확인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녹화 연설을 내보내기 직전 멘트 수정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했고, 반러 진영에서는 ‘굴욕’이란 평가를 내놓았다.


물론 이번 일이 행사장의 단순 음향사고라는 주장들도 있지만, 국가 정상의 연설을 영어 등 타국어도 아닌 모국어로 다시 더빙했다는 점에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다사다난했던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는 중국과 러시아가 꿈꿨던 어젠다들이 다 무산되는 치욕을 겪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것이 중국과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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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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