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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틈 벌어진 북중관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 북중간 틈 벌어지고 대신 북러간은 밀착 - 중국 경제회복 위해 서방세계와의 관계 개선 필수 - 중, 미중간 관계 개선 위해 대북한 유엔제재 동참할 수도
  • 기사등록 2023-08-14 12: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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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불신하는 김정은, 무슨 일이 있었나?]


북한이 중국을 대하는 태도가 냉랭하게 변하고 있으며, 대신 러시아와는 아주 밀착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러한 김정은의 태도 변화는 지난 달 27일 열린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열병식을 통해 확연하게 드러났다.



일본의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는 12일, “북한의 전승절 열병식에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리홍중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함께 했다”면서 “겉으로 보기에는 미국과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항하는 권위주의 정부 간의 단결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김정은이 중국과 러시아를 대하는 태도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이어 “러시아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적이 없으며, 북한 군사 퍼레이드에 특사가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러시아는 10년 전 정전 60주년 기념 열병식에도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올해 러시아가 국방부장관을 특사로 파견한데는 러시아에게 있어서 북한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러시아가 얼마나 몰락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그런데 중국은 러시아와는 다르게 이번 전승절 행사에 리훙중 정치국 위원을 보냈다. 이번 전승절 행사가 70주년이었다는 점에서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한 명이 참석할 만도 했지만 정작 참석한 이는 정치국 위원에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한국의 국회 부의장 격)이었으니 김정은이 무척 실망했을 법도 하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는 “리훙중 정치국 위원이 시진핑 주석의 총애를 받는 측근 인사이고, 베이징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이기는 하지만, 10년전 열병식에 참석했던 리위안차오 당시 부주석에 비하면 여전히 격이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해 5월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자신의 측근이자 당시 부주석이었던 왕치산을 보낸 것과도 비교가 된다는 것이 닛케이의 시각이다.


그래서였을까? “김정은은 이번 전승절 행사에서 러시아 대표단을 깍듯하게 예우했으며, 북한 선전매체들도 중국 대표단보다 러시아 대표단을 더 많이 보도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시진핑은 왜 그랬을까?]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은 북한의 전승절 행사에 왜 그렇게 격이 있는 인사를 보내지 않았을까? 사실 김정은 입장에서는 중국의 대표단의 격이 높다면 북한 주민들에게 자신의 체면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기회인데 왜 시진핑은 그런 생각을 감안하지 않았을까?


일단 시진핑 입장에서는 자신의 분신이라 할 정도로 측근인 리훙중을 보냈는데, 이는 그가 시진핑의 최측근이고 중국 정치에서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봤을지도 모른다. 특히 리훙중이 시진핑 이후 중국을 이끌어갈 미래의 인물로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아마도 그를 북한 특사로 삼지 않았을까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김정은은 시진핑의 생각과 달랐다. 우선 북한에서는 리훙중을 잘 모른다. 그렇게 되면 김정은이 부하들에게 면을 세우는 데 문제가 있다. 반면 러시아의 쇼이구 국방장관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은 중국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리훙중의 북한 특사 공개 과정을 보면 또다른 의미를 던져준다. 리훙중을 비롯한 중국 대표단은 외교부가 아니라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에서 공개했다. 이는 당 대 당 외교를 중시하는 북‧중 관계의 특수성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렇게 대외연락부가 전면에 나서서 리훙중의 방북을 발표했다는 것은 이 과정에 시진핑이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김정은은 지난 7월 28일 리훙중을 포함한 중국 대표단(8명)과 접견하는 자리에 북한에서 중국을 상대하는 최선희 외무상이나 김성남 조선노동당 국제부장도 배석시키지 않고, 오직 통역 한 사람만 대동하고 혼자서 그들을 만났다.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과 리훙종간의 대화 내용도 아주 개괄적인 북중관계에 대해서만 오고간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외교적 문제나 북중간 현안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양측간 만남이 의례적인 수준에 그쳤다는 의미다.


문제는 김정은이 그동안 중국에 대해 각별한 공을 들여 왔다는 점이다. 지난 7월 25일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능원을 참배할 때도 북한의 군사‧안보‧외교‧통일을 좌지우지하는 인물들인 조용원 정치국 상무위원‧강순남 국방상‧최선희 외무상‧김성남 당 국제부장‧김여정 당 부부장 등과 동행했다. 김정은은 이외에도 그동안 전승절 행사를 앞두고 중국에 다양한 방법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그만큼 중국에 대해 각별하게 배려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중국의 김정은에 대한 태도는 냉랭했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그랬을까? 분명한 것은 지금 시진핑의 모든 관심은 미국에 집중되어 있다. 아무리 미중간이 디리스킹이 벌어진다 할지라도 중국은 미국과 등을 지고 살 수는 없다. 미중간에 갈등의 폭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손해를 보는 쪽은 중국이다.


시진핑이 이를 모를리 없다. 대외적으로는 미중간 갈등관계에 있다 할지라도 중국 입장에서는 갈등의 폭을 최소화하면서 미국과 경제적 유대관계를 가져야만 한다. 그것이 중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가 진짜로 무너진다면 중국 공산당은 당장 정권의 정당성이 무너지면서 정권 유지에 빨간 불이 켜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요 시장이자 기술 원천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을 위시한 서구 사회와의 관계가 적어도 비즈니스는 할 수 있는 정도로는 만들어 가야만 한다. 그러니 중국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된 우크라이나 평화회담에 러시아를 등지고 돌연 참석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국제 사회가 러시아에 평화를 강요하는 데 중국이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러시아와는 거리두기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서구사회와의 관계 개선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중국이 이렇게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정립한다는 것은 당연히 북한과의 관계 역시 재정립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마도 북한의 전승절 행사에 중국 정부의 공식적 외교라인이 아닌 공산당 대외연락부 인사를 보냈다는 것도 결국 이러한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렇게 미중간에 미묘한 줄다리기를 하는 사이에, 러시아는 북한에 추파를 던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김정은의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까? 미국이 바라는 것은 북한의 도발을 중국이 제어하는 것이다. 미국이 대 중국 제재 수준을 조절해 주는 대가로 북한의 도발시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에 중국이 동참하기로 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중국이 북한에 그러한 제재 동참 가능성을 귀띔만 해 주어도 김정은의 도발 행동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러시아에 대해 무기 수출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무한정 생산해 수출할 능력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중국에 의지해야만 한다. 그러한 북한을 길들이는 것은 시진핑 마음 먹기에 달렸다. 이런 관점에서 미중간 외교적 해법이 어떻게 작동해 가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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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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