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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틈 벌어지는 중국-러시아, 푸틴에 등 돌린 시진핑 - 중-러 공조에 이상, 우크라전 두고 서로 다른 말 - 영사 문제로도 충돌한 중국과 러시아 - 푸틴에 대한 중국의 지지가 약해질 수 있다
  • 기사등록 2023-08-10 22:56:22
  • 수정 2023-08-11 00: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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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공조에 이상, 우크라전 두고 서로 다른 말]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미묘한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판과 함께 견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결국 러시아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8일(현지시간)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의 견해를 인용해 “지난 5~6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서 열린 제2차 우크라이나 평화회의 직후 이뤄진 중·러 외교장관 통화 후, 러시아 측은 서방에 대한 공동 대응과 입장의 일치를 강조한 반면, 중국 측은 ‘독립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강조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완전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앞서 지난 6월 24일 덴마크에서 열린 1차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러시아와 함께 불참했다가, 사우디아라비아가 중재한 이번 2차 회의엔 예상을 깨고 참석했다. 미국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하는 등 40여 개국 대표가 제다에 모인 이번 평화회담에 중국은 리후이(李輝) 유라시아 사무 특별대표를 파견했다.


이 회의 직후 진행된 통화에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우크라이나 위기 문제에서 중국은 어떠한 국제 다자 회의에서 모두 독립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하고, 객관적이며 이성적인 목소리를 내 평화회담을 적극적 추동하면서 정치적 해결을 힘껏 모색했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우크라이나 문제에 있어서 러시아와 입장 차가 있음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반면 러시아 외교부는 이날 “양국 장관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서구 블록의 대립적인 정책을 수용할 수 없으며, 제재와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중·러의 발전을 막으려는 시도에 주목했다”며 “이번 회의를 통해 모스크바와 베이징은 국제 문제에서 동일하거나 크게 일치하는 접근방식을 가지고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하면서 중국과 의견의 일치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ISW는 러시아와 중국 외교부가 “라브로프와 왕이 부장간의 대화 내용을 다르게 묘사했다”며 “이는 중국이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안에 대해 러시아와 점점 더 엇갈리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도 9일,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싼 중국·러시아의 공조에 미묘한 균열이 드러났다”면서 “전문가들은 중·러의 우크라이나 해법 차이를 ‘글로벌 사우스’의 주도권 경쟁으로 풀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웨이바이구(魏百谷) 대만 정치대 러시아연구소 소장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독립 공정’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며 “러시아가 중국과 서구 블록에 반대한다고 강조하며 국제 사무에서 입장의 일치를 강조한 것과 달리 중국은 미묘한 차이를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코펜하겐 평화회담에는 불참하고, 제다 회담에 참석한 것은 서구가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의제에는 참여를 피하면서 ‘글로벌 사우스’의 의제에는 지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사 문제로도 충돌한 중국과 러시아]


지난 4일에는 중국 인플루언서 등 5명에 대해 러시아가 입국을 거부하면서 영사 문제로 정면 충돌한 바 있다. 러시아 주재 중국 대사관은 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중국인의 입국을 막고 잔인하게 법을 집행해 중국인의 권익을 해쳤다”면서 “이는 우호적인 중러 관계의 전반적인 상황과 양국간의 우호적 인적 교류가 점점 더 긴밀해지는 추세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중국 대사관은 러시아 측에 국경 경비대의 과도한 법 집행 행위에 대해 추가 조사를 요청하고 중국에 만족스러운 답변을 제공할 것을 요청했다.


[중국의 태도 변화, 미국의 압박 때문?]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겉으로는 중립, 내부적으로는 러시아 지지 입장을 견지해 오던 중국이 돌연 러시아와 거리두기를 하는 배경에 대해 여러 추측들이 나온다.


이에 대해 뉴스위크는 “우크라이나의 최대 재정적, 군사적 후원국인 미국은 공개적으로 중국에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지 말 것을 촉구했으며, 왕이 부장은 제다 정상회담 이후 자국이 전쟁에 대해 공정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ISW는 “이러한 중국의 공개적인 중립적 입장이 중국과 크렘린궁 사이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평화에 대한 중국의 공개적인 제의가 크렘린궁을 화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ISW는 이어 “국제사회에서 평화적 입장을 견지하려는 중국의 지속적인 노력에 대해 크렘린이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에 대한 중국의 지지가 약해질 수 있다!]


중국의 러시아에 대한 태도변화는 한마디로 갈수록 고립되는 외교지형 속에서 중국이 살 길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인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유럽사회가 중국과 거리두기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사회가 가장 원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과 평화를 위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유럽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반발감이나 적대감을 누그려뜨리려는 외교적 시도가 러시아와의 거리두기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중·러의 미묘한 균열은 오는 22~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담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영장 발부로 체포 대상이 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이미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참석하고 자신은 화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올해 브릭스 정상회담은 지난 3월 모스크바 방문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 해외 순방에 나서는 시진핑 주석의 '독무대'가 될 전망이다. 올해 브릭스 정상회담에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다.


사실 푸틴이 빠진 브릭스 정상회담은 시진핑과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를 통해 브릭스가 러시아가 주도하는 정상회담이 아니라 중국이 절대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국제적 외교협의체임을 드러낸다면 중국으로서는 엄청난 소득을 얻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이번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외교적 독주를 한다면, 푸틴과 시진핑 사이에 간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브릭스 회의에서조차 우크라이나 평화협정 추진을 촉구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러시아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반면 중국은 유럽사회에 평화중재자로서의 이미지를 얻게 되면서 외교적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브릭스 회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사우디 제다 평화회의에서 합의된 사항이 곧 유럽사회가 지향하는 바라는 점이다. 이 합의문에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주권에 대한 존중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도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불법 점령한 러시아군의 철수를 지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에 러시아는 앞으로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아마도 날이 갈수록 푸틴은 시진핑의 중국이 자신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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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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