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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필리핀과 중국 대충돌, 미국 초강경 대처 예고 - 주목받는 남중국해 모래톱의 美 폐군함. 필리핀의 마지노선 - 중국,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하며 폐군함 철거 요구 - 필리핀의 친미화에 불안한 중국의 발악적 행동
  • 기사등록 2023-08-09 23:12:38
  • 수정 2023-08-10 0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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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과 중국 대충돌, 점입가경]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과 중국이 정면 충돌했다. 이에 따라 필리핀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미국도 발끈하면서 미중간 충돌로 이어질 조짐마저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8일 홈페이지를 통해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내고 필리핀을 향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Spratly Islands; 중국명 난사·필리핀명 칼라얀) 군도에 좌초된 군함을 즉시 예인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이 돌연 스플래틀리군도의 폐군함 예인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지난 5일 있었던 양국간 충돌로부터 기인한다. 필리핀 해경은 스프래틀리 군도 내 세컨드 토머스 암초(Second Thomas Shoal; 중국명 런아이자오)에 좌초된 필리핀 군함에 보급품과 건축 자재를 전달하려 했는데, 이를 두고 중국 해경이 물대포를 쏘면서 필리핀 해경선의 접근을 막은 바 있다.


이 사건은 즉각 필리핀 정부의 분노를 불러왔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7일 중국 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보냈고, 외무부는 “필리핀 해군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하고 불법적인 행동”을 비난했다.


[주목받는 남중국해 모래톱의 美 폐군함]


이번에 필리핀과 중국간 충돌이 일어난 것은 필리핀 연안에서 105 해리(195㎞) 떨어진 세컨드 토머스 숄에 위치한 필리핀 수비대에게 해안경비대가 물자를 공급하려 하면서 부터다.


필리핀은 1999년 이곳에 자국 군함이 좌초했다며 해당 선박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10명 안팎의 해병대원을 상주시키고 있지만, 중국은 필리핀이 불법으로 해당 암초를 점거하고 있다고 맞서 왔다. 이 때문에 중국과 필리핀은 좌초 군함 문제로 잊을 만하면 갈등을 빚고 있다.


이 폐군함은 사실 미국이 1944년 2차 대전 때 전차상륙함(LST)으로 건조한 것으로, 지금은 선체가 완전히 녹슬어 구멍이 숭숭 뚫린 폐(廢)군함이다. 한마디로 유령선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폐군함은 당당하게 ‘시에라 마드레’라는 이름을 지닌 필리핀 해군의 정식 취역함으로 등재되어 있다. 시에라 마드레는 필리핀 북부 루손 섬의 위치한, 오지 마을들을 품은 산맥이다. 필리핀 정부는 최서단(最西端) 수역을 지킨다는 의지를 담아, 길이 100m의 이 군함에 이 산맥 이름을 붙인 것이다.


문제는 이 폐군함이 위치한 지역에 대해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폐군함의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구단선’으로 불리는 9개의 가상 선을 긋고 선 안쪽 90%가 자국 영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가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 당국은 100개의 섬과 암초로 구성된 스프래틀리 군도에 위치한 암초인 미스치프 리프(Mischief Reef)에 1995년부터 일방적으로 군사시설을 지었다. 그러자 필리핀 정부는 대응 차원에서 미스치프 리프에서 40㎞도 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모래톱인 세컨드 토마스 숄에 1997년 시에라 마드레 함을 일부러 좌초시켰다. 그러면서 필리핀 해군의 정식 취역함으로 등재시켰다. 이후 시멘트와 철강, 케이블 등을 이용해, 모래톱에 시에라 마드레를 고착시켰다.


문제는 중국의 억지스러운 영해 주장이다. 이곳은 필리핀 서쪽에서는 약 195㎞(105 해리)에 불과하지만, 중국의 가장 가까운 하이난 섬으로부터는 1100㎞나 떨어져 있다. 자국 해안으로부터 200해리 내에 위치한 ‘배타적 경제 수역’이라는 것이 필리핀의 주장이지만, 중국은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자국 영해라고 억지를 쓰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중국은 스프래틀리 군도뿐 아니라, 전체 336만7000㎢에 달하는 남중국해의 거의 대부분에 대해 자국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해상경계선(구단선ㆍ九段線)을 들어 ‘명백한 주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의 수많은 섬과 암초를 군사 기지화했다. 2016년 해양법에 관한 유엔협약(UNCLOS)에 따른 국제중재재판소는 중국의 이러한 주장이 “역사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무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필리핀 입장에서는 녹슬어 구멍이 숭숭 뚫린 시에라 마드레 함을 사수해야만 한다. 만약 필리핀이 그곳에서 철수한다면 중국은 폐군함을 파괴하고 이 모래톱도 장악해 자국 군사시설을 지을 것이기 때문이다.


[美, 동맹과 남중국해 합동 정찰 강화]


이렇게 필리핀과 중국이 정면 충돌하자 필리핀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미 국무부는 6일, “중국이 필리핀의 합법적인 공해상 ‘항행의 자유’를 방해했다.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으며 지역 평화와 안정을 직접적으로 위협했다”면서 “남중국해의 필리핀 선박ㆍ항공기ㆍ군인들에 대한 무장 공격은 1951년 필리핀과 맺은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국의 개입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NN 등은 미국이 일본, 호주 등과 함께 조만간 남중국해 합동 정찰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이 중국의 위협에 강경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호주ㆍ일본ㆍ독일ㆍ캐나다 등도 이 사건 이후에 “위험하고 안정성을 깨는 행동”이라고 중국을 일제히 비난했다.


[위기감 극대화하는 중국]


미국이 중국에 대해 경고를 하고 나서자, 중국 외교부는 8일 성명을 통해 “이 암초는 난사 군도의 일부”라며 “필리핀이 불법으로 해당 암초에 건축 자재를 수송하려고 시도해 물대포로 대응했다”고 맞섰다. 자국 영토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행위였다고 주장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어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를 이용해 소란을 일으키거나 이간질하는 것을 중단하고 남중국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지역 국가의 노력을 존중하라”고 맞섰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선박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직접 봉쇄하면 충돌하거나 침몰할 수 있다”면서 “그래서 물대포를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나 일본 선박이었다면 중국의 대응이 훨씬 공격적이었을 것이라면서 물대포 사용이 필리핀을 봐준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중국은 올 2월 이 지역에서 음식과 군용 물자 보급 작업을 지원하던 필리핀 선박을 향해 레이저를 쐈다. 2021년 11월에도 필리핀의 군용 물자 보급선에 물대포를 발사했다.


[중국이 필리핀을 윽박지르는 이유?]


사실 중국이 이렇게 필리핀을 윽박지르면서 심지어 정면충돌 양상까지 보이는 것은 한마디로 필리핀의 친미화(親美化)에 제동을 걸기 위함이다.


전임 두테르테 정권 때는 중국의 힘을 통한 압박에 숨죽이면서 중국의 선처만 바라던 필리핀이었는데,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취임 이후 필리핀이 미국과 손을 잡고 대 중국 강경 자세를 통해 철저한 국익 추구를 하겠다고 나서자 중국이 오히려 당황하면서 더 이상 친미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7월 17일에는 중국이 전임 두테르테 대통령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하면서 양국간 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또 지난 5월 23일에는 친강 전 외교부장이 필리핀을 방문해 양국간 근본이익 수호를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이 이렇게까지 나서는 이유는 필리핀에 미군기지가 추가로 4곳 더 들어서기로 했고 또 미국-필리핀군 간에 합동군사훈련까지 강화하면서 중국의 배후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어서다.


그러나 중국이 그렇게 필리핀을 압박하면 할수록 중국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필리핀은 더욱 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호주, 일본 등과도 안보동맹을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어리석은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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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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