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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결국 휴전협상 구걸하는 러시아 푸틴 - 아프리카회담 핑계, 휴전협상 카드 꺼낸 푸틴 - 아프리카 정상회의에 매달리는 푸틴의 굴욕 - 젤렌스키, “러시아의 철수가 휴전의 전제조건”
  • 기사등록 2023-07-31 23:33:20
  • 수정 2023-08-01 00:3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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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회담 핑계, 휴전협상 카드 꺼낸 푸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리고 있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결국 휴전협상을 구걸하고 나섰다. 그것도 외교적 고립 탈피를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정상회담을 핑계로 휴전 추진을 대외적으로 공표하고 나선 것이다.



CNN은 지난 7월 29일(현지시간) 드미트리 패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전날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휴전협상에 모든 문을 열어 놓고 있다”면서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이러한 러시아측의 휴전협상 논의는 아프리카 지도자들과의 회담에서 본격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형식적으로는 아프리카의 정상들이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과 함께 이를 위한 휴전협상을 하도록 권고하고 푸틴이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실제로는 크렘린궁이 먼저 의제를 만들어 놓고 아프리카 정상들이 마치 제안한 것처럼 형식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푸틴이 얼마나 휴전협상에 목말라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푸틴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협상안을 제안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매우 중요한 주제이며 확실하게 논의하게 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푸틴은 이어 “이전까지는 어떤 중재 제안도 소위 선진 민주국가들이 독점했으나 이제는 아니다”라며 “이제 아프리카 역시 자신들의 주요 이해관계 외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 이는 그 자체로 많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푸틴이 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적극적인 휴전협상 추진 의사를 내비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상회의에서도 푸틴은 “세계의 식량위기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은 아니다”고 변명하면서 “미국과 EU가 너무나 많은 돈을 유통시키면서 식량 가격이 급등하게 되었다”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유럽 등의 에너지 위기에 대해서도 푸틴은 “미국과 유럽연합이 화석연료 개발에 실패한 것이 에너지 위기를 불러왔다”면서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대한 책임론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제안한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협상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푸틴은 또한 30일에도 러시아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지금 휴전협상을 추진할 용의가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계속 반격을 강화함으로 인해 휴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모스크바는 키이우와의 휴전협상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실질적으로 우크라이나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대반격작전을 중단한다면 러시아는 곧바로 휴전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비춘 것이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로 구성된 아프리카 평화사절단은 지난달 16~17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차례로 방문해 분쟁 완화와 즉각적인 협상 개시, 흑해 곡물 운송로 개방, 전쟁 포로 교환 등을 골자로 한 평화 제안을 제시하며 우크라이나 사태 중재에 나선 바 있다.


[아프리카 정상회의에 매달리는 푸틴의 굴욕]


푸틴이 이렇게 아프리카 정상회의에 기대는 것은 그만큼 러시아의 우군이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전쟁 이전만 하더라도 푸틴과 가까웠던 독일의 숄츠 총리나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모두 이미 사실상 푸틴과 절연했으며, 푸틴이 나토국가중 가장 의지했던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대통령마저 푸틴과 거리두기를 함으로써 이들 국가들의 도움을 받기는 어려워졌다. 그나마 중국이 가장 우호적 국가이지만 중국 역시 서방의 압박 때문에 휴전 중재에 나섰으면서도 뚜렷한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이제 남은 것이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제2회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아프리카 54개국 중 17개국 정상만 직접 참석했다”면서 “2019년 열린 제1회 회의에는 정상 43명이 참석했다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이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과신했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아프리카 국가들마저 등을 돌리는 굴욕을 당한 것이다.


이렇게 아프리카 국가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던 것은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을 폐기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곡물수출을 방해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 됐다. 이로 인해 곡물 가격이 치솟아 식량 수급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아프리카연합(AU)은 유감을 표했고, 케냐 외교부는 “(러시아가) 등에 칼을 꽂았다”고 비난했다.


당황한 푸틴은 아프리카에 러시아 곡물을 무상지원하겠다며 달래기에 나섰지만 아프리카 정상들은 되레 그보다 먼저 전쟁을 끝내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아프리카 정상들은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 이후 자신들의 존립이 불안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상들이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것이다. NYT는 “아프리카 정상들은 푸틴 대통령에게 바그너그룹 (존치)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외교관과 찍은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러시아는 최근 무장반란을 시도한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을 통해 10년 넘게 아프리카 각국에 군사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사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제기한 우크라이나 휴전협상론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푸틴은 이를 역으로 활용해 아프리카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설득해 휴전협상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젤렌스키, “러시아의 철수가 휴전의 전제조건”]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철수 없이는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CNN은 29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푸틴이 시작한 침략전쟁이라 규정하면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철수할 때까지 러시아와의 평화협상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다른 국가의 군대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는 동안 어떤 협상이라도 허용하게 된다면 푸틴의 침공으로 인한 전쟁 및 고통을 ‘동결’시킬 뿐”이라며 그렇게 주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휴전협상 추진]



젤렌스키 대통령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변수는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월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사우디아리비이가 자국을 대신해 평화회담을 개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면서 “이 회담에는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다만 이 회담에는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는 참석하지 않는데, 그럼에도 이 회담을 여는 이유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여러 나라들에게 전쟁 종식 방법에 대한 입장을 조율할 기회를 주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또한 미국으로부터 장기적 안전보장 약속을 받기 위한 협상도 곧 개시한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비서실장인 안드리 예르마크는 30일(이하 현지시간) “대(對)우크라이나 안전보장은 미래에 러시아의 침공을 물리치고 억지하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역량을 확보하는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의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르마크 비서실장은 “미국과 논의할 안전 보장 방안이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때까지 효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러시아가 손을 잡고 있는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휴전협상은, 진전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푸틴이 생각하는 휴전협상안은 추진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푸틴은 더욱 초조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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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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