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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외교적 보이콧 당한 중국, 일대일로 회담에 줄줄이 불참 - '일대일로' 거리 두는 유럽 국가들, 정상회의 불참선언 -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에 대한 워싱턴의 경계심 공유 - 곤혹스러운 중국, 일대일로 회의 개최에 총력
  • 기사등록 2023-07-31 12:16:47
  • 수정 2023-07-31 1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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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거리 두는 유럽 국가들]


유럽국가들이 중국의 대외경제협력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고 있다. 이는 중국의 유럽 진출 발판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올해 10월께 열리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 포럼에 유럽 지도자들이 거리를 두고 있다”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또한 주요 G7 국가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에 가입한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마저도 참석 계획이 없다는 점에서 중국의 충격은 매우 크다.


이탈리아는 2019년 주세페 콘테 총리 시절 일대일로 참여를 공식화했지만, 최근 미·중 간 경제·안보 이슈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고조되면서 사실상 탈퇴를 확정한 상태다.


지난 7월 27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던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대일로에 관한 결정은 12월 기한까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탈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가 내년 G7 의장국을 맡을 차례인 터라 이탈리아 당국자들은 사석에서 일대일로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미국을 안심시켜 왔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이에 앞서 2018년 일대일로에 가입한 그리스는 이미 총리의 포럼 불참을 중국에 통보했고, 2015년에 가입한 체코는 대통령이나 고위 관료가 참석하진 않을 것이라고 정부 대변인이 말했다. 시 주석은 이들 국가가 중국과 일대일로 협력을 약속한 후 사흘간 각국을 국빈 방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정치적 중립국으로서 지난 두 차례 일대일로 포럼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던 스위스도 올해 참가 여부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은 왜 일대일로에 거리를 두는가?]


그렇다면 유럽은 왜 이렇게 중국의 일대일로에 거리를 두는 것일까? 이에 대해 WSJ은 “3년간의 코로나19 고립 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신의 대표적인 일대일로 인프라 이니셔티브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를 계획하고 있지만, 정작 유럽국가들은 일대일로와 거리를 두고 있다”면서 “이는 유럽과 중국 간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유럽이 일대일로 글로벌 무역 및 교통 연결망에 참여하기를 바랐지만, 유럽 지도자들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높이는 것에 대한 워싱턴의 경계심을 공유하면서 한 발 물러서고 있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하나의 띠, 하나의 길'이라는 뜻의 일대일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육상과 해상으로 연결해 경제권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시진핑 주석이 집권 초반인 2013년 8월 1조 달러 규모의 글로벌 프로젝트로 발표했다.


이에 따라 불과 5년 전만 해도 중국은 개발도상국 전역에 걸쳐 빠르게 신규 회원국을 가입시키고 더불어 이탈리아, 그리스, 체코 등 미국과 더욱 밀접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부유한 국가에도 진출하여 일대일로를 통해 자금을 지원받은 유럽 항구와 철도를 통해 상품을 운송했다.


그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에너지를 절대적으로 의존했던 유럽국가들이 각성하면서 중국의 유럽사회에 대한 경제적 지배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게 되었고, 이는 중국에의 경제력 예속화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결심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중국과 거리두기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유럽이 이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줄이려고 노력함에 따라, 이들 국가 중 상당수가 이젠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도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대일로가 중국의 '대국굴기'를 현실화하려는 대외 확장 전략으로 치부되면서 유럽사회는 더욱 더 경계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이번 일대일로 정상회담에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했다는 점은 유럽 지도자들로 하여금 일대일로 기피증을 확산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대해 WSJ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중국의 양면적인 반응은 많은 유럽 지도자를 더 멀어지게 했다”며 “더욱이 푸틴 대통령이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하겠다고 크렘린궁이 밝힌 상황이라 유럽 국가들이 더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3월, “중국 공산당의 분명한 목표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질서의 체계적 변화”라면서 “중국의 일대일로 추진은 그 신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일대일로에 숨겨진 저의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시 주석의 대표적인 경제 외교 플랫폼인 일대일로 정상회의가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보여주려 한다는 점에서 유럽 국가들은 세계 패권 장악을 위한 시진핑의 의도에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리서치 회사인 로디움그룹(Rhodium Group)의 노아 바킨(Noah Barkin)은 “지난 몇 년 동안 유럽 국가들은 열린 마음으로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접근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유럽 국가들에게 일대일로가 중국의 영향력을 해외로 확산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면서 내부적으로 러시아를 지원하는 중국의 모습을 보면서 시진핑의 외교적 야망에 대해 유럽사회가 눈을 뜨게 되었고, 이로인해 중국에 대한 경계심은 더욱 확산되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아예 일대일로 대체 프로젝트 구상하는 유럽]


흥미로운 것은 유럽사회가 아예 중국의 일대일로를 대체하는 프로젝트까지 구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WSJ은 “오는 10월 말, 유럽연합은 중국이 아닌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의 비즈니스 리더, 공무원, 국가 수반을 초청하여 유럽연합의 3,33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구축 프로그램인 글로벌 게이트웨이를 홍보하는 자체 경쟁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이 주목하는 이들 국가들이 사실상 중국이 눈독을 들이는 저개발국가들이라는 점에서 이들 국가들이 중국의 유혹에 더 이상 넘어가지 않도록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는 사실상 저개발국가에 부채함정을 유도하는 중국과의 정면 대결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중국도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난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린 G7정상들도 개발도상국을 위해 6,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하는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EU는 그 중 절반 이상의 민간 및 공공 투자를 동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곤혹스러운 중국, 일대일로 회의 개최에 총력]


이렇게 유럽 각국들의 불참선언에 당황한 중국 외교당국은 정상 참가국들을 늘리기 위해 총력 외교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대일로 포럼이 사실상 시진핑의 세계 패권과 중화주의를 중국내에 선전하기 위한 아주 매력적인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진핑의 어설픈 외교는 일대일로 정상회의에 먹칠을 했다. 지난 3월 모스크바를 방문한 자리에서 푸틴의 참석을 요청했고, 푸틴이 이에 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WSJ은 이에 대해 “이 문제에 정통한 사람들은 푸틴의 존재로 인해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고, 모스크바에 제재를 가한 정부들로부터 약속을 확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렇게 중국의 일대일로는 이미 저개발국가들에 부채폭탄을 안기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더 이상 중국과 가까이 하지 않겠다는 외교적 보이콧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초라한 프로젝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것이 중국 외교의 현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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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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