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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미국, 고위급 러시아 스파이로 푸틴 권력 균열 시도 - 미국과 영국의 대러시아 스파이 대작전, 푸틴정권 흔들고 있다 - 푸틴 반대 세력들 비판 쏟아지자 입 막기 바쁜 러시아정부 - 정치보복에 눈이 먼 푸틴. 편집증적 행태 보여
  • 기사등록 2023-07-25 12: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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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러시아 스파이 대작전]


미국과 동맹국들이 서방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할 러시아 고위관리들을 영입하는 방식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력 기반에 균열을 내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의회 전문매체인 더힐(The Hill)은 23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하면서 “이런 노력은 푸틴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됐던 용병업체 바그너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달 말 크렘린궁에 대항하며 반란을 일으킨 이후 활발해졌다”고 분석했다.


더힐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 20일 콜로라도에서 열린 아스펜안보포럼에서 “푸틴이 어깨 너머를 바라보면서 이미 불안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러시아 엘리트들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은 모스크바 상류층 균열을 가져올 수 있는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앞서 리처드 무어 영국 해외정보국(M16) 국장은 지난 19일 체코 프라하 연설에서 “오늘날 많은 러시아인들은 자국의 군대가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파괴하고, 무고한 가족들을 집에서 쫓아내고, 수천 명의 아이들을 납치하는 것을 보고 경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무어 국장은 이어 “나는 이들에게 과거 다른 사람들이 지난 18개월 동안 했던 것처럼 우리와 손을 잡도록 요청한다. 우리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미국과 영국 양국의 정보기관 수장들이 잇따라 깨어 있는 러시아인들이 푸틴의 잘못된 통치를 종식시키는데 한 몫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더힐은 “CIA와 미 연방수사국 등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공개 발언은 푸틴의 전쟁에 불만을 품은 러시아인들에게 호소하려는 노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번스 국장은 “지난 5월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인들에게 스파이 기관과 조심스럽게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CIA 동영상을 배포한 뒤 첫 주에만 25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소위 대박을 친 셈이다.


러시아어로 된 이 동영상은 CIA와 접촉하기로 결정한 러시아인들에게 다크 웹에서 포털을 사용하는 것을 어떻게 그들의 통신 감시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다크웹은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소셜 미디어 도구 중 하나로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른 소셜 미디어는 차단되어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의 CIA 관리는 더힐에 “오늘날 러시아에서 진실을 말하는 것은 여전히 매우 어려운 일로 종종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며 “CIA는 러시아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어하며, 우리는 그것을 말할 수 있고, 안전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목표는 군사, 정보 서비스, 과학 연구 및 기술과 같은 중요한 분야에서 근무하는 러시아 관료 또는 이러한 산업과 관련된 엘리트들을 포섭하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우리에게 큰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우리는 첨단 과학, 군사 및 사이버 기술, 금융 정보, 귀중한 데이터의 출처, 외교 정책 기밀에 관심이 있다”며 “고위 지도부와 러시아 경제에 대한 정보도 소중히 여긴다”고 덧붙였다.


[푸틴 반대 세력들 입 막는 러시아정부]


사실 지금 러시아에서는 푸틴과 그의 정부에 반대하는 선택을 하게 되면 엄청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전쟁 반대 발언을 하거나 푸틴을 비난하는 발언만 해도 당장 체포 또는 구금될 수 있는 상황이다.


비영리 단체인 프리덤 하우스의 연구 책임자 야나 고로코브스카이도 “러시아가 거의 모든 정치적 자유를 삭제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발언하는 것이 매우 위험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에서는 푸틴정권에 반대하는 이들은 무조건 체포되거나 투옥된다. 2018년 영국을 위해 이중 스파이로 활동했던 전 러시아 군사 정보국 관리 세르게이 스크리팔은 영국 브리스톨에서 러시아 보안국의 독살 시도에서 살아 남았다.


4월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러시아 야당 활동가 블라디미르 카라무르자가 반역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는데, 미 국무부는 이 판결을 크렘린궁의 탄압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2020년 8월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았던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현재 극단주의 혐의로 20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중이다. 그와 그의 지지자들은 반대파를 침묵시키려는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푸틴을 ‘쓸모없는 겁쟁이’라고 비판했던 연방 보안국(FSB) 출신 민족주의 성향의 영향력 있는 군사 블로거인 이고르 기르킨도 체포됐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면서도 러시아 정부가 전쟁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특히 올해 초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소위 '특별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방식이 무능하다고 지적했다. 기르킨의 체포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당국이 특별 군사 작전에 대한 기르킨의 비판에 질려버렸을 수도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평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이고르 기르킨이 러시아 당국에 체포된 것과 관련해 “크렘린이 수년간 서구 성향 지도자들을 억누른 후 민족주의자들과 군사 지도자들까지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달 하순 무장단체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주도한 반란이 끝난 뒤,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담해진 우파 비평가들을 탄압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당국이 이렇게 푸틴 반대 세력에 대한 대대적 숙청에 돌입했다는 것은 그만큼 불안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과거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푸틴에 대한 비판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자, 이에 대한 입막음을 통해 여론을 진정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푸틴의 계략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영국의 가디언은 22일(현지시간) 영국 정보당국의 견해를 인용해 “이고르 기르킨의 구금으로 인해 군사전문 블로거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군부에서도 심각한 민심 이반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보복에 눈이 먼 푸틴]


문제는 푸틴의 이러한 정치보복이 가져올 후유증이다. 번스 국장은 이러한 행동을 보이는 푸틴에 대해 ‘편집증 환자’라고 불렀다. 이에 대해 CSIS의 다니엘 바이먼(Daniel Byman) 선임 연구원은 “편집증에 빠지게 되면 정보도 제대로 공유하지 않게 되고 사람들을 신뢰하지도 않으며 닥치는 대로 해고하는 등 조직을 허무는 행동을 한다”면서 “푸틴에게서 그러한 증상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내부의 분위기가 이렇기 때문에 반푸틴 활동의 일환으로 미국 및 서방세계를 위한 스파이 활동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진단인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스파이 관련 행동을 미국과 영국의 양대 정보수장들이 모두 공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러시아 내부의 혼란을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크렘린궁내에서 서로를 믿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를 만든 것만으로도 미국과 영국의 전략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어서다.


한편, 번즈 국장은 지난 6월 30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미국이 수집한 정보를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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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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