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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7-18 12: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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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안=뉴시스] 이창우 기자=법무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약 1300억원을 지급하라는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사진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전남도 제공)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약 1300억원을 지급하라는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18일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고,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배상 판정이 나온 지 28일 만으로, 취소 신청 기한 만료일이다.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공단에 찬성 투표 압력을 행사해 막대한 손해를 봤다며 2018년 7월 ISDS를 제기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달 20일 우리 정부에 5358만6931달러(판정 당시 환율 1288원 기준 약 69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엘리엇 최초 청구 금액 7억7000만달러(약 9917억원) 중 배상원금 기준 약 7%가 인용된 것이다. 여기에 이자와 법률비용 등을 더하면 배상액은 1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법무부는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이 다른 소수 주주들에 대한 압력 행사로 볼 수 없고, 국민연금 또한 국가기관으로 볼 수 없다며 '중재판정부가 한미 FTA상 관할 인정 요건을 잘못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관할 위반'은 정당한 취소소송 사유 중 하나다.


ISDS 사건에서 '관할'이란 일반 소송에서 사용하는 '관할'과는 다른 의미로, '재판권'이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 즉, 투자협정상 ISDS를 제기할 수 있는 사건인지 여부에 대한 사전적 판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관할 요건이 인정돼야 중재판정부의 판정 권한이 인정된다.


하지만 중재판정부는 당시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개입 행위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표결이 '정부의 조치'로 볼 수 있고, 엘리엇에 악영향을 미칠 것도 예상할 수 있었다며 관할을 인정했다. 국민연금도 '사실상의 국가기관'으로 해석해 국민연금의 표결 행위가 정부에 귀속된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소수 주주는 자신의 의결권 행사를 이유로 다른 소수 주주에게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게 상법상 대원칙"이라며 "삼성물산의 소수 주주 중 하나인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했다고 해서 다른 소수 주주인 엘리엇의 투자에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한미 FTA에는 없는 '사실상의 국가기관'이란 개념에 근거해 한국 정부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미국이 제출한 비분쟁당사국 의견서에도 "한미 FTA상 당국 조치로 인정되는 '당국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비정부기관의 조치'는 '그 기관이 위임받은 정부적 권한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는 포함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법무부는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국내 법원에 제기한 합병무효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직권남용 등 위법행위가 있었더라도, 국민연금은 결과적으로 독립된 의결권 행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법무부는 "공공기관 등이 소수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한 사안에서 국가 책임을 물은 사건은 찾기 어렵다. 정부가 취소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향후 부당한 ISDS 제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과의 ISDS 사건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는 중재판정부가 손해액을 산정하면서 삼성물산이 합병 후 엘리엇 측에 지급한 합의금을 '세전금액'으로 공제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세후 금액'을 공제했다며 오류 정정도 신청했다.


또 중재판정부가 판정 이유에서 손해배상금 원금에 붙는 판정 전 이자(약 326억원 상당)는 '원화'로 지급해야 한다고 설시해놓고 판정 주문에서는 '미화'로 판시했다며 해석을 신청했다.


국문·영문으로 작성된 엘리엇 판정문은 이날 오후 8시 국제상설중재재판소 및 법무부 홈페이지에 게재될 예정이다. 법무부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판정의 해석·정정 신청 및 취소 소송 진행 경과를 신속히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합병에 반대했던 엘리엇은 이 같은 법원 판결 등을 근거로 2018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우리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하고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 7억7000만달러의 피해를 봤다며 중재 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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