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튀르키예 에르도안의 변심, 버림받은 러시아 푸틴 - 푸틴 버리고 미국 선택한 튀르키예 에르도안 - 흔들리는 푸틴의 위상, 튀르키예의 경제적 어려움 등이 변심요인 - 튀르키예의 EU 가입은 시간이 더 걸릴 것
  • 기사등록 2023-07-13 04:26:01
기사수정



[푸틴 버리고 미국 선택한 에르도안]


그동안 1년 2개월이 넘게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극구 반대해 왔던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돌연 태도를 바꿔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 짓기로 전격 합의해 갑작스러운 입장 선회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사실상 러시아의 푸틴을 버리고 그동안 소원한 관계였던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어서 에르도안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자 지면을 통해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찬성하게 된 것은 미국과의 관계회복을 예고한 것”이라며 “나토의 내부 분열자로 여겨져 온 에르도안의 변심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축소함으로써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시도로 여겨진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에르도안은 그동안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내 친구’로 불러 왔다”면서 “나토 지도자들이 동맹을 확대하려는 그동안의 노력을 사실상 방해해 온 인물이 바로 에르도안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랬던 에르도안이 1년여만에 갑자기 태도를 바꾼 배경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반대함으로써 튀르키예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아무 것도 없으며, 오히려 미국 및 다른 나토 동맹국들과의 관계 회복이 튀르키예의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그동안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확연하게 나타났다. 이날 회담에서 에르도안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였고, 러시아와는 분명하게 거리두기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이에 대해 “러시아의 푸틴은 이로써 고립상태에 빠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사실 에르도안의 변심은 푸틴에게는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그동안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의 중간에 서서 푸틴을 대변하는 입장이었는데 이젠 오히려 미국의 입장을 지지해 주는 쪽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푸틴은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당장 러시아의 흑해함대 운용에 상당한 제약이 뒤따를 수 있다. 튀르키예의 협조가 없다면 러시아의 흑해함대는 그야말로 ‘독안에 든 쥐’ 신세이기 때문이다. 이는 당장 러시아-우크라이나간의 곡물협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에르도안은 왜 러시아와 거리두기를 했을까?]


사실 에르도안 대통령의 태도 변화는 지난 5월의 대통령 선거 이후부터 예견되어 오기는 했다. 대선 직후 가까스로 승리한 에르도안은 새로운 임기에는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과 손을 잡고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한 바 있었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에르도안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앞으로의 임기동안 미국과 강력한 유대관계가 이어지길 희망한다는 의사를 재차 피력했다.


NYT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미국과 유대관계를 강화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튀르키예의 경제 상황이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금 튀르키예 경제는 인플레이션 폭등, 막대한 부채, 대지진으로 인한 복구 비용 급증의 압박에 시달리는 가운데 대대적인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연히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에 스웨덴의 나토가입을 승인하기로 하면서도 에르도안은 그동안 양국 관계 증진을 방해해 왔던 쿠르드 관련 조치도 얻어냈으며, 또한 스웨덴으로부터 경제적 협력도 받기로 합의했다.


에르도안이 얻어낸 것은 또 있다. 바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F-16전투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허락받았다는 점이다. 앞서 튀르키예는 2021년 10월 미국 측에 200억 달러(약 25조원) 규모의 F-16 전투기와 자국 내 전투기 현대화에 필요한 키트 80여개를 구매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는 “로이드 오스틴 장관은 이날 튀르키예 야사르 귈레르 장관과의 통화에서 튀르키예의 군사 현대화에 대한 지원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간 미국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위주의 성향과 튀르키예가 과거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한 점 등을 문제 삼아 F-16 수출에 반대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미국의 태도에 완전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튀르키예가 원래 나토의 정신으로 되돌아 가기로 결정했음을 의미한다. 다시말해 러시아와는 분명히 거리두기를 할 것임을 확인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NYT는 “튀르키예가 러시아와 거리두기를 하는 분명한 두 가지의 징후가 있다”면서 “그 하나는 며칠 전 우크라이나의 아조프 연대 전사들이 튀르키예에서 풀려나 우크라이나로 귀환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크렘린을 화나게 만들었다는 점, 또 하나는 바그너 용병들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에르도안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편에 서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대해 영국의 더타임스는 “지난해 80여일 넘게 마리우폴에 있는 아조프스탈 철강 공장에 대한 러시아의 포위 공격에서 살아남은 5명의 지휘관을 우크라이나의 품으로 귀환시킨 것은 러시아의 푸틴에게는 엄청난 충격을 주었을 것”이라며 “이들 포로들이 튀르키예의 책임하에 전쟁이 끝날 때까지 보호하도록 러시아와 약속을 했었지만, 에르도안은 푸틴과의 약속을 파기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의 손을 잡고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 상원의원 빅토르 본다레프는 “튀르키예가 비우호적인 나라가 되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 사건은 그만큼 러시라에게는 충격이었지만 반면 미국에게는 화해의 올리브 가지를 흔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실 그동안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에르도안을 ‘반민주주의자’로 규정하면서 지난 대선에서도 야당을 지지했다. 그리고 바이든은 에르도안을 한 번도 백악관으로 초대하지도 않은 최초의 대통령이기도 했다. 그랬던 양국관계가 대화해의 순간으로 접어들고 있고, 반면 러시아와는 분명한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극적인 전환의 핵심에는 러시아 푸틴의 국내외적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바그너 용병들의 반란까지 겹치면서 푸틴의 지위는 물론이고 러시아의 위상까지도 급추락하면서 튀르키예가 더 이상 러시아를 통해 얻을 것이 없어졌다는 점이 이러한 대전환의 기저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에르도안 대통령이 푸틴과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푸틴과의 관계 고리가 서방진영에 지렛대가 될 수도 있어서다. 그렇다고 과거와 같은 관계로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다. 튀르키예가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어버렸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튀르키예는 더 이상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잡힌 외교를 펼치기는 어려울 것”이라 진단했다.


[튀르키예의 EU 가입은 시간이 더 걸릴 것]


WSJ은 이어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러한 화해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튀르키예의 숙원사업은 유럽연합(EU) 가입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승인하면서 반대 급부로 튀르키예의 EU가입을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튀르키예는 지난 1987년 EU에 가입 신청을 한 바 있다. 1999년에 후보 지위를 부여받았고, 2005년에 가입 협상을 시작했다.


EU 가입을 위한 협상은 일반적으로 길며 평균적으로 약 10년 정도 걸린다. 튀르키예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18년 동안 진행되어 왔지만, 지난 2016년 에르도안에 대한 군사 쿠데타가 실패하고 반대파에 대한 탄압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중단되었다.


이런 이유로 독일과 프랑스 등 많은 유럽 대국들은 튀르키예의 EU 가입을 오랫동안 경계해 왔다. 이러한 튀르키예의 EU 가입 반대 움직임은 또한 튀르키예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오면서 반서방 움직임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이번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계기로 튀르키예도 EU 가입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튀르키예 내에서는 이러한 전망들이 봇물터지듯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유럽 국가들은 튀르키예의 반민주주의적 성향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그들은 튀르키예의 국내 반대파에 대한 투옥과 법치주의의 약화가 튀르키예의 EU 가입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아직까지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 성향에 대해 서방국가들이 신뢰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에르도안의 민족주의적 행보는 반서방 정서를 자극해야 하는 정치적 이유도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에르도안의 입장에서는 이젠 더 이상 민족주의 진영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대대적으로 내치의 형태를 바꾸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기는 한다.


그럼에도 EU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푸틴과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할 수 있을지, 또한 튀르키예에 민주주의의 새바람을 불러 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튀르키예의 EU가입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554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