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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모스크바 쳐들어간 프리고진, 반란때 겁먹고 도망친 푸틴 - 프리고진, 모스크바서 목격, 압수당한 현금 회수 - 용병 반란 때 모스크바 400㎞ 밖으로 도망친 푸틴 - 불안한 푸틴, ‘군·경찰 봉급인상’ 당근책
  • 기사등록 2023-07-07 12: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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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고진, 모스크바서 목격, 압수당한 현금 회수]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의 매우 대조적인 최근 행동이 화제가 되고 있다. 푸틴은 지난 바그너그룹 반란때 겁을 먹고 도망쳤다는 사실이 확인된 반면, 프리고진은 최근 모스크바로 쳐들어가 압수당한 1억불 현금을 돌려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과거 ‘마초맨’으로 알려졌던 푸틴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면서, 그가 과연 대통령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 독립언론 '폰탄카(Fontanka)' 보도를 인용해 “바그너 그룹의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 당시 압수당한 1억 1천만 달러(약 1천400억원) 이상의 현금과 금괴를 돌려받았다”면서 “프리고진의 위임장을 받은 그의 운전기사가 대신 인수해 갔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애초 수사관들은 이 자산을 프리고진에게 돌려주는 걸 원치 않았으나 폰탄카는 ‘더 큰 권력이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프리고진이 되찾아간 이 자산은, 지난달 24일 프리고진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를 장악한 뒤 모스크바로 진격할 때, 당국이 그와 관련한 부동산을 급습해 압수한 것이다.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찰은 주차된 미니밴에서 약 4천700만 달러(약 611억원)를, 또 다른 밴의 골판지 상자 80개 안에서 6천670만 달러(약 868억원)를 압수한 바 있다.


그런데 프리고진은 이 자금이 바그너 용병들에게 줄 월급과 전사자 가족에게 줄 보상금이라고 주장하면서 되돌려줄 것을 요구했고, 러시아 당국도 결국 이를 프리고진에게 반환했다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푸틴의 승인이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것은, 무장 반란 후 러시아를 떠난 것으로 알려진 프리고진이 최근 며칠 사이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목격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언론들에서는 푸틴이 프리고진에 대해 암살명령을 내렸다는 설들이 나돌았지만, 프리고진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목격설이 사실이라면 암살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러시아를 활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5일(현지시간) “프리고진은 반란 후 압수한 무기를 회수하기 위해 개인 제트기를 타고 모스크바로 날아갔다”면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저명한 뉴스 사이트 폰탄카를 인용해 “프리고진에 대한 모든 범죄 수사는 취소되었으며 경찰이 그의 사무실을 급습했을 때 압수한 무기와 현금도 프리고진에게 돌려주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프리고진 소유의 4x4 차량이 4일 저녁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심부에 있는 수사관 사무실에 정차하는 모습이 목격되었으며, 바그너 보스와 그의 보좌관들이 무기를 차에 싣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고 전했다.


폰탄카에 따르면, 프리고진이 돌려받은 무기 중에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선물로 준 사냥용 소총 두 자루와 맞춤형 글록 권총 한 자루가 있었는데, 반란으로 이어진 격렬한 불화 끝에 모두 사라졌다가 이번에 러시아 경찰로부터 직접 돌려 받았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제 권총에는 프리고진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폰탄카는 이번 주 초 현지 당국이 지난 주말에도 100억 루블(약 1,426억원)의 현금을 돌려줬다고 보도한 바 있다. 뉴스위크가 보도한 그 내용이다. 경찰은 현지 고급 호텔에 주차된 미니밴 두 대에 숨겨져 있던 거액의 현금을 발견했고, 프리고진은 개인 운전기사를 보내 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푸틴이 프리고진의 거사를 반란으로 지칭했고, 물론 반란 중단 후 사법적 처분은 하지 않기로 했지만, 그럼에도 방송 등에서 반란을 훌륭하게 이겨냈다는 자화자찬을 하는 와중에 바그너그룹으로부터 압수된 재산과 자금을 돌려주었다는 점은 푸틴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 텔레그래프의 평가다.


[용병 반란 때 모스크바 400㎞ 밖으로 도망친 푸틴]


이렇게 모스크바로 쳐들어가 바그너그룹 소유의 현금과 무기들을 되찾아간 프리고진과는 다르게 푸틴은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 당시 모스크바 밖으로 피신했다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뉴스위크는 5일(현지시간) 러시아 반체제 인사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Mikhail Khodorkovsky)의 발언을 인용해 “우리는 그때(무장반란 때) 푸틴을 추적하고 있었는데, 그가 모스크바를 벗어나 저택이 있는 발다이(Valdai)로 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독점으로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푸틴 대통령의 전용기가 당시 모스크바를 떠나 러시아 북서쪽으로 향했고, 발다이 주변 어딘가부터 추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발다이는 모스크바에서 북서쪽으로 약 250마일(약400㎞) 떨어진 지역이다. 그는 정보를 지인으로부터 얻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푸틴의 행적과 관련해 뉴스위크는 항로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 레이더24를 인용해 “푸틴 대통령 전용기인 일류신(IL)-96기가 지난달 24일 오후 2시 16분 모스크바에서 출발했고, 오후 2시 39분 발다이와 가까운 트베리시 서쪽에서 추적이 끊겼다”고 설명했다. 이는 호도르코프스키의 증언과 일치한다.


우리 신문도 지난 6월 27일, “러시아에서 반란이 일어났고 극적인 타협으로 종료되기도 했지만 푸틴은 하루넘게 전혀 얼굴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바그너그룹의 반란 때 푸틴뿐 아니라 러시아 정부 내 여러 지도자가 모스크바를 떠났었다”며 “이것이 반대 세력에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프리고진의 반란은 빠르게 수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실을 폭로한 호도르코프스키는 한때 러시아 석유 재벌이었으나 ‘반(反)푸틴 인사’로 찍혀 현재 영국 런던에 거주하며 푸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바그너그룹이 러시아 본토로 진격해 러시아 정규군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크렘린과 대결하려 한다면 악마라도 지지해야 한다”며 용병단의 쿠데타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SNS를 통해 “우리는 지금 도와야 하고 필요하다면 싸워야 한다”며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오래전부터 “푸틴이 심각한 정치적 오판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지난해 그는 “푸틴 정권은 부패할 것”이라며 “1년 내지 2년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푸틴 정권은 경제의 붕괴로 종말을 맞이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불안한 푸틴, ‘군·경찰 봉급인상’ 당근책]


지금 푸틴은 바그너그룹의 반란으로 인해 무너져내린 자신의 권위를 회복하고자 통치질서를 재확립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만큼 자신의 권력이 흔들거리고 있음을 직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푸틴이 이렇게 국내의 질서를 다잡기 위해 벌이는 수습책들이 오히려 푸틴 대통령을 스스로 궁지로 내몰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러시아 정부는 군인, 경찰, 보안기관 직원 임금을 10.5% 인상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충성심 제고용 ‘당근’을 내민 것이다.


사실 푸틴은 반란을 일으켰던 바그너그룹의 프리고진을 제거하지도 않았고, 관련자들에 대한 대규모 숙청도 하지 않고 있다. 한때 언론에 광범위하게 보도되었던 수로비킨의 체포설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은 체제 안정성을 위해 숙청 대신 무력을 가진 집단에 임금 인상을 통해 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예카테리나 슐만 러시아 국민경제행정 대통령대학교 정치학 부교수는“(푸틴의) 체제가 너무 쇠약하고, 취약해서 대규모 탄압을 할 수 없다”면서 “임금인상이 이전에 발표된 적이 있지만 공식적으로 시행된 시점이 반란 직후인 점은 우연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푸틴은 또한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떠난 뒤 자신의 측근인 빅토르 졸로토프 국가근위대장에게 더 많은 무기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문제는 이러한 푸틴의 정책이 체제의 취약성을 오히려 강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리 골로소프 상트페테르부르크 유럽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들에게 더 많은 돈과 권력을 주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을 수반한다”며 “프리고진의 반란을 목격한 다른 파벌들이 자신들도 봉기를 일으키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외교에서도 푸틴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외교적 건재함을 과시하려 모습을 드러낸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서는 중국·러시아·인도 모두 각자 잇속 챙기기에 분분한 모습이 고스란히 노출됐기 때문이다.


NYT는 “푸틴 대통령·시진핑 주석·모디 인도 총리가 카메라 앞에서 함께 만났지만, ‘더 큰 단결’의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에 중·러·인도 연대의 공고함을 보여주려 했지만 중국은 미·중 패권경쟁, 모디 총리는 파키스탄 견제 등 원하는 목적이 서로 달라 사실상 실패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푸틴의 처지와 관련해 니콜라이 페트로프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은 “푸틴 대통령과 그의 모든 시스템은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며 “만약 효율성보다 충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반란과 관련된 위험은 없을 것이지만. 체제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마초맨’ 푸틴이 아니라 ‘겁쟁이’ 푸틴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 아마도 푸틴은 자신의 영(令)이 제대로 서 있지 않음을 느끼면서 더욱 강력한 통치책을 내놓겠지만 오히려 그러한 것들이 자신의 목을 죄는 비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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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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