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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 정권 최대 위협요소로 부각한 청년 실업 - “청년실업 잘못 대처하면 정치위기 초래” 경고 - 중국 청년 일자리, 개혁개방 이래 최악 상황 - 청년만 문제 아니다. ‘35세의 저주’도 있다!
  • 기사등록 2023-07-06 12: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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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잘못 대처하면 정치위기 초래” 경고]


중국의 청년실업문제가 시진핑 정권을 뒤흔들 최대 위협 요소로 부각하고 있다. 현재의 중국 상황으로 볼 때, 청년 실업 문제가 쉽사리 해결될 조짐도 없고, 앞으로 날이 갈수록 더 극심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대만중앙통신사는 4일, 상하이 재경대 류위안춘 총장 등 경제학자들이 최근 발표한 '2023 중기(中期) 중국 거시경제분석 및 예측 보고'를 인용해 “중국 청년 실업률은 당분간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면서 “역대 최악 수준인 중국의 청년 실업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정치적인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중국 저명 경제학자들에 의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110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류위안춘 총장과 인민대 국가발전전략연구원 류샤오광 교수, 인민대 경제연구소 옌옌 부소장 등 중국의 저명 경제학자들이 공동 집필했다. 특히 류 총장은 작년 4월 중국 공산당 정치국 집체 학습회의에서 중국의 자본 발전 문제를 주제로 강연한 바 있다. 그만큼 보고서의 신뢰성도 있고, 중국 당국에 주는 무게감도 크다는 의미다.


이 보고서는 이어 “올해 신규 대학 졸업자가 1천100만명을 넘어선 것을 고려하면 3분기 청년 실업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면서 “중국의 청년 실업 문제는 주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체계적이고 추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시말해 중국의 청년 실업이 경제 악화나 더딘 경기 회복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산업 재편과 고용시장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추세에 중국 당국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해 이렇게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그러면서 “중국의 청년 실업 문제가 향후 10년간 이어질 수 있다”며 “청년 실업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경제는 물론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정치적인 문제를 촉발할 수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그렇기 때문에 “당국은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신규 일자리 창출에만 주력하는데 이는 결국 민간기업의 생산성 투자에 의존하는 것”이라며 “현재의 보조금 정책만으로는 민간 투자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거둘 수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 보고서에서 주목할 점은 “민간 투자 촉진과 실업 문제 해결의 관건은 '법치(法治) 건설' 개선과 사유 재산권 보호 강화”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적은 시진핑 주석에게도 뼈아픈 대목이다.


사실상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완전봉쇄라는 제로 코로나 정책은 중국인들에게 ‘법치의 상실’이라는 충격을 가져다 주었고, 이로인해 공산당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그러한 신뢰의 회복이 없다면, 일자리 문제의 해결도 어렵다는 점을 이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중국의 사회 시스템 자체가 법치를 중심으로 평등과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통치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정상적 사회로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경제도 정상화되기 어렵고 당연히 이를 통한 일자리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지금 중국 경제의 어려움과도 직결된다. 지금 중국 경제 상황은 그야말로 어렵다. 소비 심리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동시에 수많은 민간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경영난에 몰렸다. 이 모두 정책의 불확실성과 신뢰의 상실로 인한 것이다. 그러니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도 지금 상황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고, 이러한 상황이 누적된다면 결국 중국 사회를 뒤흔드는 요소로 폭발성을 갖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청년 일자리, 도대체 어떤 상황인가?]


중국의 청년 일자리에 대해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6월 21일, “중국의 청년 일자리는 지난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청년 실업 문제가 당분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라는 점”이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지난 5월 현재 16~24세의 청년 실업률은 4월의 20.4%에서 최고치인 20.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것도 주당 한 시간 정도의 알바 자리를 가지고 있는 이들까지도 취업자로 계산했음에도 그런 것이다. 그러니 실제 실업률이 얼마나 되는지는 사실 짐작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전업자녀’라는 새로운 일자리가 중국 사회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업자녀’(취안즈얼뉘·全職兒女)란 ‘전업주부(專業主婦)’에서 따온 말로 부모에게 얹혀 살면서 일정한 집안 일을 하고 경제적 지원을 받는 방식으로 사회진출을 미루는 청년들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중국 현지의 지무(極目)신문은 “아르바이트 사장이 부모님이 된 것일 뿐”이라며 “고향에서 구직 활동을 이어 나가려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SCMP도 “전업 자녀는 취업 시장에서 극심한 경쟁에 시달리고, 취업을 해서도 '996'(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일하는 가혹한 업무 환경) 상황에 놓이게 되는 청년층에게 '대안 일자리'로 떠올랐다”면서 “부모와 자녀 모두 진심으로 행복하다면, 전업 자녀에게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또한 중국의 청년 일자리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다른 사례도 있다. 지난 1일 중국의 펑파이신문(澎湃新聞)은 “산둥대가 학생 기숙사 관리센터 직원을 선발하기 위해 공개 채용을 했는데, 하얼빈공대 석사생과 호주 애들레이드 석사 두 명이 선발됐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산둥대는 채용 공고 때 응모 자격을 석사 이상 학력자로 제한했다.


그런데 기숙사 관리직원으로 채용된 면면이 화제다. 애들레이드대는 1874년 설립된 호주의 국립 명문대이고, 하얼빈공대는 중국의 이공계 대학 가운데 최상위권으로 꼽힌다. 이들 명문대 석사생이 나란히 지방대 기숙사 관리직원으로 취업하자, 1일 관련 해시태그가 중국 SNS 웨이보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해외 유학파들은 국유기업이나 민간 대기업 가운데 골라서 가던 시절이 있었는데 취업시장의 변화를 실감한다”거나 “명문대 석사나 돼야 지방대 기숙사 관리직에 취업할 수 있으니 일반 대학생들은 도대체 어딜 가야 하느냐”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앞서 국유기업인 중국석유천연가스(페트로차이나)가 지난달 한 명의 행정직원을 모집하자 세계적인 명문대 석·박사생 224명이 몰리기도 해서 역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역시 현지매체인 홍성신문이 확보해 공개한 이 회사 필기시험 통과 응시자들의 명단에는 중국 명문 베이징대와 칭화대, 상하이교통대는 물론 영국의 왕립대와 맨체스터대, 에든버러대, 미국 존스홉킨스대 등 세계 각국의 명문대 석·박사생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흥미로운 것은 이 회사가 행정직원 모집요강에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상위 30위권 대학이거나 중국 내 상위 10위권 대학의 석사 이상 학력자로 제한했음에도 그렇게 많은 이들이 응시를 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실은 지금 중국 청년들의 일자리가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청년만 문제 아니다. ‘35세의 저주’도 있다!]


문제는 일자리 문제가 단지 젊은 청년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 중국어판은 4일(현지시간) “최근 중국 인터넷에서는 직장에서의 병목 현상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35세의 저주'라는 용어가 등장했다”면서 “35세 이상의 젊은이들은 연령 차별에 시달리며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결혼과 출산도 어렵다”고 보도했다.



RFA가 말한 ‘35세의 저주’란 많은 기업이 지원자를 모집할 때 35세 미만만 채용하겠다고 명시하는 경우가 많아 '35세'가 마치 마법의 숫자처럼 느껴지고, 노동 시장 참여에 보이지 않는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의미한다.


RFA는 이어 “2017년과 2018년 이후 중국의 경제 발전이 정체되면서 '35세의 저주'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35세가 지나면 취업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바로 몸값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사실 기업들 입장에서는 급여를 더 많이 주어야 하는 35세 이상의 경력자들보다 젊은 층을 고용하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든다고 보기 때문에 ‘35세의 저주’는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는 것이 RFA의 설명이다.


[시진핑, “고난을 이겨내라!”]


이렇게 생존을 건 일자리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 젊은이들이 고난을 더욱 잘 견딜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률로 고통받고 있는 젊은 층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시진핑 주석이야 당연히 청년 일자리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표현하기 위해 그러한 발언을 했겠지만 이러한 발언은 오히려 청년들의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시 주석은 최근 청년들에게 농촌으로 내려가라는 하방운동을 제안한 바도 있다. 이렇게 청년들의 고통을 완전히 도외시하면서 청년들 가슴을 열불나게 하는 시진핑의 모습을 보면서 중국의 청년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런 가운데 중국농업대학 인문·발전학원 예징중(葉敬忠) 원장은 지난 6월 23일 졸업식에서 “권력의 지배력은 사람을 경직시키고 무감각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중국 젊은 청년들은 권력의 포위에 맞서 진실을 찾기 위한 용기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축사를 했다.


예 원장의 이같은 발언이 답답한 현실 속에서 고구마 몇 개를 한꺼번에 먹은 것처럼 답답해 하는 중국 청년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그래서일까? 중국 당국은 즉각 예 원장의 발언을 인터넷에서 삭제해 버렸다.


그리고 시진핑은 1일 발간된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 기고문에서 간부들에게 인터넷에 자주 접속해 네티즌들의 우려에 적극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혹시 청년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음을 감지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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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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