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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또 반도체 규제하는 美·日, 중국은 경악 - 美-日 반도체장비 중국 수출 규제강화, 세탁기도 못만들 상황 - EU까지 ‘디리스킹’ 본격화, 중국은 절망 - EU에 외교 총력전 펼쳤던 중국, 결국 디리스킹의 길로 진입
  • 기사등록 2023-07-03 12:4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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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장비 중국 수출 규제강화]


중국이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로부터 새로운 수출규제를 받게 되면서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됐다. 이번 제재는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에 대한 중국 수출 금지에 이어, EUV보다 이전 세대 기술 제품으로 그동안 수출을 허용했던 DUV 노광장비에 대한 수출 규제까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중국의 반도체산업은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일, “중국이 ASML로부터 새로운 수출규제를 받게 됨에 따라 중국의 반도체산업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됐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날이 갈수록 반도체산업에 대한 대 중국 수출규제 강도가 더욱 거세진다는 점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자체 칩 산업을 더욱 발전시켜 인공지능(AI) 및 양자 컴퓨팅과 같은 기술을 발전시키고 군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네덜란드와 다른 국가들을 압박해 왔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 기업에 대한 일부 첨단 반도체 및 칩 제조 기술의 판매를 제한하는 자체적인 광범위한 수출 규제를 시행했다.


또한 지난해 10월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와 장비 수출 통제를 발표한 미국 정부가 6개 중국 시설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시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가 예전보다 낮은 비율의 미국산 부품이 들어간 다른 외국 기업의 제품까지 수출 승인을 받도록 할 방침”이라면서 “이르면 7월 말쯤 새로운 규정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어 “ASML의 노광장비에도 미국산 부품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규정이 시행되면, DUV 노광장비 가운데 하위 제품들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조치와 관련해 리제 슈라이네마허 네덜란드 무역부 장관은 지난 3월 서한을 통해 “미국이 검토 중인 추가 규제 대상에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의 반도체 공장도 포함돼 있다”면서 “이들 시설에 대한 수출은 승인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반도체 생산 기업에 대한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고, 인공지능(AI)·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의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7월초 엔비디아 등 반도체 제품의 중국 등 외국을 향한 선적을 사전 허가가 없을 경우 중단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추가 제재가 이뤄지면 지난해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 이후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내놓은 저사양 AI용 반도체 'A800'의 대중 수출도 사전 승인 없이는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10월 발표된 수출 제한을 확대하는 것으로, 중국의 AI 개발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도 대 중국 반도체 규제 본격화]


이런 가운데 일본도 7월부터 대 중국 반도체 수출을 본격적으로 규제하기로 해서 중국이 긴장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지난 6월 23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반도체 관련 23개 품목을 수출관리 규제 대상에 추가하는 행정명령을 공포했다”면서 “추가 규제 대상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작에 필요한 설비나 식각장치(반도체 원판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장치) 등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오는 7월 23일부터 시행되는 이 조치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면서 “일본의 조치는 지난해 미국의 수출 규제보다 중국을 더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만일 첨단 반도체보다 기술 수준이 낮은 범용 반도체 제조까지 차질이 빚어진다면, 중국 업체들은 세탁기 등 가전제품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 생산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난달 중국 반도체산업협회는 “일본이 제한할 수 있는 수출 장비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성숙한 반도체 기술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놨다.


[EU까지 ‘디리스킹’ 본격화]


반도체산업에 대한 대 중국 수출규제와 더불어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이 중국과 계속 교역하면서도 의존도는 줄여나가는 이른바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 전략을 재천명하고 나서서, 중국은 심각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U는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정상회의 공동성명을 통해 “EU와 중국은 계속해서 중요한 무역·경제 파트너”라며 “EU는 공정한 경쟁의 장이 보장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EU는 공급망을 포함해 핵심적인 의존성과 취약성을 계속해서 줄여나가고, 필요하고 적절한 경우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다각화할 것”이라며 “중국과 디커플링을 할 의도가 없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EU와 중국 양측이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추구하는 데 공통된 관심이 있다”고 언급했다.


EU의 이날 공동성명은 사실 지난 3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밝힌 대중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으로 중국의 결사적인 EU외교에도 불구하고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 정책을 계속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는 점에서 중국이 받는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EU 집행위원회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경제안보전략'을 처음으로 발의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 의존도 탈피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위가 크게 조절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 입장에서는 그나마 이 정도 선에서 공동성명 문안이 나온 것만으로도 다행스럽다고 여겨야 할 수준이라는 것이다.


중국과 관련된 다른 현안도 마찬가지다. 공동성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중국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유지하는 데 특별한 책임이 있다”면서 “EU는 중국이 러시아가 침략 전쟁을 중단하고, 즉각 완전하고 조건없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도록 압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만 문제에 관해서는 “EU는 무력이나 강압으로 현 상태를 바꾸려는 일방적인 시도에 반대한다”며 “이는 EU의 지속적인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확인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발하는 중국]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의 추가적인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행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측은 앞으로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자신의 합법적 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오 대변인은 “미국의 '국가안보 개념 확장'과 '수출 통제 남용', '타국을 향한 대중국 과학기술 봉쇄 강요' 등에 중국이 일관되게 반대해왔다”고 소개하면서, “미국의 조치는 시장 규칙과 국제 경제·무역 질서를 엄중하게 파괴하고 글로벌 산업망·공급망에 충격을 준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반도체업계도 미국이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수출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SCMP는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행사 '세미콘 차이나'에서 미국의 추가 규제 가능성과 악화하는 반도체 공급망 차질이 지배적인 주제였고 일부 전문가는 '세계화가 죽었다'고 선언했다”고 30일 보도했다. 그만큼 중국 상황을 절망적으로 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의 천난샹 회장은 지난 6월 29일, 세미콘 차이나 개막 연설에서 “일부 국가의 지정학·국가안보에 대한 우려가 현재 격동의 시기에 있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세계화와 미래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YMTC 등 중국 기업 36곳을 수출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린 바 있다.


천 회장은 “YMTC는 합법적으로 구매해온 부품과 장비들을 더 이상 조달할 수 없다”며 “부디 그 장비들을 다시 구매할 수 있는 공정한 규정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의 웨이사오쥔도 “중국이 반도체 산업 탈세계화의 최대 피해자”라며 “세계화가 파괴되면 중국은 글로벌 자원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A800 수출을 금지하면 자기 자신의 길을 가로막는 것”이라며 “새로운 수출 금지가 중국에는 대체제의 조달·개발을 가속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중국이 첨단 반도체의 기술과 생산에서 모두 미국에 뒤처져 있다”면서 “당국이 반도체에 많은 돈을 쏟아부으려 함에도 이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고 짚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중신궈지)의 한디 선임 부회장은 “전통적인 산업 협력 방식은 새로운 기회와 도전에 직면했다”며 “중국이 국제적 공급망에 들어갈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고, 더불어 중국은 반도체 소재와 부품에 집중해야 하며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의 장리 부회장도 “중국 반도체 산업이 불안정한 무역 환경과 산업 하강 국면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으며, 중국전자상공회의소의 왕닝 회장도 “국내와 외국 반도체 산업 간 기술 수준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며 “5세대 이동통신(5G)과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로 첨단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는 큰 걱정거리”라고 토로했다.


이렇게 중국을 향한 디리스킹은 이제 본격 궤도에 들어섰다. 그리고 이로인한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이제 숨쉬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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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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