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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벨라루스에 터잡은 바그너용병, 과연 누구를 향할까? - 벨라루스 군기지에 바그너 용병 텐트 300여개 포착 - 푸틴 코앞,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나타난 프리고진 - 루카셴코와 프리고진의 말착 가능성 강력 부상
  • 기사등록 2023-07-03 0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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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군기지에 바그너 용병 텐트 300여개 포착]


러시아에서 반란을 일으킨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벨라루스에 새 거처를 마련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들의 진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상업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벨라루스 소도시 아시포비치 인근의 버려진 군 기지 안에 최소 250개에서 300개 이상의 텐트가 설치된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위성사진은 지난달 29∼30일 촬영된 것으로, 폭 16피트, 길이 36피트인 250개 이상의 주거용 텐트들인 것으로 보이며, 바그너 용병이 반란을 시도했다가 중단한 지난달 24일로부터 이틀 뒤인 26일 텐트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지원시설로 추정되는 천막과 기지 정문의 추가 경비시설 등도 세워졌다”고 WP는 전했다.


WP는 “이 기지가 2018년 벨라루스군이 떠난 이후 쭉 비워진 상태였다”며 “지난 27일 전까지 이 지역에 텐트가 없었다가, 하루 만에 텐트가 여러 줄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위성사진에는 텐트가 설치된 것 외에는 다른 활동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이곳에서 지낼 군인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도 “가장 최근 사진을 봤을 때 기지 서쪽에 있는 차고와 건물 등지에도 군용 차량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으며, 벨라루스 내 군사활동을 감시하는 '벨라루스 하준 프로젝트'도 최근 일주일 사이에 바그너 용병의 대규모 이동을 보도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벨라루스 언론 ‘벨라모바’는 지난 26일 텔레그램에 “이 지역 주민들이 첼 마을에서 이상한 활동을 목격했다”며 “한 주민은 ‘50명의 사람들이 바그너그룹을 위한 캠프를 짓기 위해 동원됐고, 여기에는 1780개의 4인 벙커베드와 400개의 화장실이 포함된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물론 이 텐트가 바그너그룹이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기는 하다. 미 국제학연구소 제임스 마틴 비확산 센터의 제프리 루이스는 WP에 “이 타이밍은 바그너와 텐트가 연결돼 있다는 견해를 뒷받침한다”고 전했다.


NYT도 “이 기지와 내부 시설물은 반란 사태를 중재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바그너 용병들에게 제공하겠다고 언급한 내용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가 올레그 즈다노프는 자유유럽방송(RFE)에 “바그너 부대가 반란을 일으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캠프 건설을 시작했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킹스칼리지런던 전쟁학과 러시아군 전문 연구원인 마리나 미론은 “바그너그룹은 느린 군대와 같지 않다”며 “그들이 하루 안에 모스크바 앞까지 진출했다면 이미 벨라루스에 캠프를 짓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바그너 용병들의 벨라루스 이동 가능성과 관련해 업데이트된 정보는 없지만 계속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NYT에 말했다.


[러시아 본토에 나타난 프리고진]


지금 상황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바그너그룹을 이끄는 에브게니 프리고진의 행방이다. 일단 지난 27일(현지시간) 프리고진의 전용기가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를 떠나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부근에 착륙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해당 비행기에 프리고진이 탑승했는지는 한동안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후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국 벨타 통신과 인터뷰에서 "그가 오늘 벨라루스에 있다"고 확인했다. 앞서 크렘린궁은 반란 중단 이후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떠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29일(현지시간)에는 프리고진으로 보이는 인물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목격됐다고 러시아 현지 매체 ‘폰탄카’가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날 오후 프리고진으로 보이는 남성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네바 강변 앙글리스카야 제방 헬기장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이륙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이 남성은 검은색 재킷에 청바지를 입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을 정확히 식별할 수는 없었지만, 베이지색 티셔츠가 이전에 언론 인터뷰에서 착용했던 것과 흡사하다고 매체는 전했다.


아울러 매체는 경호원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는데, 지난해 가을 바그너그룹 용병 장례식에서 프리고진과 함께 있었던 남성과 매우 닮았다고 했다. 또 헬리콥터 세부 정보를 확인한 결과 프리고진과 관련된 회사의 소유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러한 동선과 관련해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프리고진의 전용기가 27일 오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 간 뒤, 밤엔 러시아로 출발했다는 추정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만약 프리고진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코앞에 있는 셈이라 의문점이 생긴다. 프리고진은 반란 사태 이후, 러시아 내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을 뿐만 아니라 신변도 위험한 상황이다.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그룹 사업을 인수하는 절차에 나섰고, 프리고진은 러시아 비밀요원에 암살당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루카셴코와 프리고진의 밀착 가능성 강력 부상]


이런 가운데 벨라루스의 루카셴코 대통령과 바그너그룹의 프리고진간에 강력한 밀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 주목을 끈다. CNN은 1일(현지시간) 벨라루스 국영 벨타 통신을 인용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바그너 용병들을 공개적으로 초청해 군사훈련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6월 30일 벨라루스 독립기념일 연설을 통해 “안타깝게도 바그너 용병들은 아직 여기에 없다”며 “내가 요청한 대로 만일 바그너 교관들이 와서 전투 경험을 전수해준다면 이를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바그너 용병들에 대해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들이기 때문에 두려움은 없다”며 “이들은 정상적인 문명을 세우기 위해 세계에 맞서 싸운 사람들이고, 서방으로부터 철저히 미움을 샀다”고 옹호했다.


이어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가장 강력한 국가인 미국을 겨냥한 공격의 또 다른 거점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을 두고 CNN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바그너 용병 초청을 암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CNN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바그너그룹을 포용하는 발언을 내는 시점에 맞춰 프리고진과 관련된 러시아 매체들의 운영이 동시에 중단됐다”고 지적했다.


이들 매체는 모두 프리고진이 이끄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패트리엇 미디어 그룹'에 속해 있는데, 전날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언론 규제 당국이 이들 프리고진 관련 미디어 웹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과연 벨라루스로 바그너 용병들이 모이게 될까?]


이 시점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과연 러시아에 남아 있는 바그너 용병들이 벨라루스로 집결할 것인지의 여부다. 이와 관련해 CNN은 1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베도모스티를 인용해 “바그너 용병들은 우크라이나 내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프리고진이 러시아 국방부와 협력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바그너 용병들은 제 갈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일단 현 상황에서 러시아 본토 또는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있는 바그너 용병들은 모두 벨라루스의 새 기지로 이동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그동안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던 바그너 용병 사무실도 이곳으로 이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바그너 본사는 이미 러시아 보안군에 의해 접수된 바 있다.


[바그너 용병들, 누구를 향하게 될까?]


그렇다면 벨라루스의 바그너 용병집단은 과연 누구에게 칼끝을 향하게 될까? 이와 관련해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장은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영문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에 “러시아에서 반란을 일으킨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더이상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바그너그룹은 러시아 군사 조직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집단이고, 어떤 대가를 치러도 목표를 달성해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부다노우 국장은 이와 같은 정보를 얻은 경위 등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러시아의 리더십이 위태로워진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시 한번 러시아 권력의 안정성에 대한 미신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프리고진의 망명지 벨라루스 방면의 군사력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고 3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및 보안군으로부터 북쪽 이웃 국가인 벨라루스 상황에 대한 보고를 들은 뒤, 군사령관들에게 우크라이나 북부군 강화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현재 상황을 살펴보면, 루카셴코는 프리고진의 바그너 용병들에게 거처를 마련해 주고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벨라루스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망명 중인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뱌틀라나 치하노우스카야의 측근은 로이터 통신에 “루카셴코는 푸틴에 너무 의존하고 있었다”며 “루카셴코는 푸틴을 구한 게 아니라 자신을 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단은 바그너 용병들이 벨라루스에 체류하면서 벨라루스의 취약한 안보기반을 강화하는 징검다리로 삼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푸틴에게는 당당하게 경제적 원조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뒷배인 바그너 용병을 믿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프리고진이 과연 언제까지나 루카셴코의 딋방에서 훈수나 두고 있을 것인지는 두고봐야 한다. 당장은 반란 이후 부대들도 정비해야 하고 또한 아프리카 사업 등을 푸틴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추슬러야 하는 과제가 당면해 있어 이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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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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