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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바그너 반란 이후, 러시아와 거리두기하는 중국 - “러시아에 편중된 외교 재검토” 주장 나오는 중국 - 바그너 반란이 중국을 일깨우고 있다 - 갑자기 “우크라 영토보전 존중”한다는 중국
  • 기사등록 2023-07-02 03:5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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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편중된 외교 재검토” 주장 나오는 중국]


바그너그룹의 반란 이후 중국이 러시아를 대하는 태도가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어 감지되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노골적으로 러시아와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발언들도 나오고, 또한 중국내에서의 반응 역시 푸틴의 러시아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오히려 러시아를 견제하는 일들까지 나타나고 있어서다.



미국의소리(VOA) 중국어판은 지난 6월 28일(현지시간) “바그너그룹의 반란 이후 중국 내부에서는 러시아와의 깊은 관계를 재고(再考)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러시아에 지나치게 편중된 관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VOA는 이어 “중국의 여러 기업들은 이번에는 반란이 진압되었지만 앞으로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면서 “심지어 대 러시아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중국 정부는 반란 사태 이후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바그너 반란은 러시아 내부의 일”이라며 푸틴 정권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지만, 지금의 러시아 사태를 바라보는 속내는 그리 편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26일(현지시간) 미국의 고위관리를 인용해 “바그너 반란이 중국 지도자들에게 충격을 주었으며, 중국과 해외의 일부 전문가와 학자들은 중국이 정치 및 경제 관계에서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문제점들을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VOA는 이와 관련해 “당국의 엄격한 통제 때문에 반대 의견을 내기 어려운 중국에서도 모스크바에 전적으로 베팅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상하이의 저명한 국제관계 학자인 션 딩리는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발언과 행동에 더욱 신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중국의 대 러시아 정책이 이젠 신중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법대학의 양쥔 교수도 최근 유니온 트리뷴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의해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우크라이나에 직접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발언은 그동안 중국내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양쥔 교수는 이어 “현재 상황의 진전과 전쟁의 추세에 따라... (중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입장을 더욱 명확하게 조정하고 역사적 승리의 편에 굳건히 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그동안 러시아에 대한 일방적 지지가 이제 달라지고 있다는 반증이어서 주목을 끈다. 사실 이러한 주장은 우선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패배할 것이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러시아에 일방적 지지를 보낼 것인가 하는 의문 제기와 함께 지금이라도 중립적인 자세로 태도를 바꿔야만 우크라이나전 종결 이후 중국도 설 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의견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바그너 반란이 중국을 일깨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월 30일, “바그너 반란은 중국과 러시아의 '제한 없는' 파트너십이 매우 위험한 거래임을 보여준다”면서 “푸틴이 확고하게 권력을 장악하면서 국경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국에게는 이익이지만, 바그너의 반란은 러시아 내부의 혼란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어서 중국은 플랜 B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어 “바그너 용병의 반란은 시진핑 주석에게도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면서 “중국이 미국과 서방 동맹국에 대항하기 위해 엮어진 푸틴의 수정주의 러시아 정권과 ‘제한없는’ 파트너십은 매우 위험한 도박임이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지정학적, 군사적, 경제적 잠재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면서 “많은 관측통이 예상했듯이 푸틴의 군사적 모험의 여파는 러시아 국내에서도 감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프리고진에 의해 시작된 무력 공세는 그의 사병이 모스크바에서 200km까지 접근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반복되는 러시아의 군사적 좌절로 촉발된 러시아 내전이 더 이상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서방으로부터 소외된 러시아는 내부 불안정과 정치적 내분으로 인해 국제적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특히 모스크바가 크렘린궁을 중심으로 서방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러할 것이라는 것이 SCMP의 진단이다.


실제로 러시아의 국제적 영향력 약화의 첫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 카자흐스탄은 시리아 분쟁 해결을 위한 러시아, 시리아, 튀르키예, 이란 간 회담 개최를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크렘린궁은 깜짝 놀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앙아시아의 구소련 국가들과 같은 러시아의 전통적인 파트너들조차도 러시아의 지정학적 역학 관계에 계속 휘말릴 수 있다는 전망에 점점 더 불안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처음부터 푸틴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작전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며, 중국과의 정치적, 경제적 관계에 더욱 기대고 있는 중앙아시아 지도자들이 러시아 상황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을 피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렇게 러시아가 내부적으로 계속 약화되면, 해외에 힘을 투사할 수 없게 되고, 전통적인 안방에서조차 영향력을 잃게 될 것이다.


또한 푸틴의 우크라이나 공격 이후 격화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의 지속적인 영토 긴장은 러시아와 이란의 파트너십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테헤란은 전통적으로 아제르바이잔의 군사적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아르메니아를 지원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주의를 산만하게 한 러시아는 튀르키예(터키) 영토로 통하는 육로를 확보하려는 아제르바이잔의 시도를 통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의 불확실한 운명은 과거 동맹국의 민간 군사 회사가 상당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푸틴의 계획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다시말해 푸틴과 프리고진과의 불화가 아프리카 대륙에 더 많은 불안정 신호를 보내게 된다면, 중국은 아프리카 대륙의 경제적 이익에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중국은 미국의 글로벌 동맹 체제에 대응하여 시 주석이 구애하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의 일부인 아프리카 파트너들에게 왜 러시아 대통령과 같은 불안정한 행위자를 계속 지지하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의 국내 위기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한다. 6월 25일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이 베이징에서 친강 중국 외교부장을 만난 후, 중국 외교부는 “바그너 반란은 러시아 내부 문제이며 중국은 러시아가 국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짧은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푸틴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이 없는 것은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과 우크라이나와의 갈등을 관리하는 방식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실망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또한 러시아의 내전은 세계 경제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며, 이는 국내 경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에게 암울한 전망이다. 예를 들어, 내부 혼란이 동시베리아 및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확대되면, 시베리아 가스관 및 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을 통한 중국으로의 화석 연료 공급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러시아는 중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제2의 파워 오브 시베리아 파이프라인을 추진하고자 하지만, 불안정한 상황은 이 프로젝트를 위협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당장 중국내 기업들의 대 러시아 무역도 대대적인 조정을 받게 될 것이다. 실제로 바그너 그룹 반란에 대한 뉴스가 퍼지기 시작한 후, 중국 남부의 몇몇 기업은 러시아로의 상품 선적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푸틴 정권이 러시아내에서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국에게도 매우 중요하지만 푸틴이 실각했을 경우, 또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했을 경우를 대비한 플랜B를 본격적으로 가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중국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 SCMP의 결론이었다.


[갑자기 “우크라 영토보전 존중”한다는 중국]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우크라이나에 돌려줘야 한다는 뉘앙스를 담은 유럽연합(EU) 중국대표부 푸충 대사의 최근 발언이 눈길을 끌고 있다. 푸충 대사의 발언이 중국당국과의 협의하에 나온 것이라면, 중국이 푸틴의 러시아에 대해 본격적으로 플랜B를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여서 앞으로의 전개가 주목된다.


푸충 대사는 최근 브뤼셀의 '2023 유럽-중국 비즈니스 정상회담' 후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토 회복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안 될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중국은 모든 국가의 영토 보전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즉각적으로 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 자포리자주, 헤르손주 등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을 우크라이나에 돌려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러한 태도는 그동안 일방적인 러시아 편들기를 해 왔던 중국에게는 대단한 변신이라 할 정도로 파격적이다. 특히 푸틴이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이전한 것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고 있던 중국으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정책 변화가 근본적인 대 러시아 정책변화를 시사한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까지 나오게 만들었다.


사실 푸충 대사의 발언이 중국 외교당국과 협의하에 나온 것이라면 앞으로 있을 휴전회담에서 중국이 우크라이나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로서는 큰 충격이 될 것이고, 이를 푸틴은 중국이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지금 중국은 푸틴의 위기상황과 맞물리면서 플랜B를 가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이렇게 되면 푸틴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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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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