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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이 러시아 제재 뒷구멍”, 美전면전 불사 각오 - 우크라전 러 무기에 中이 美부품 60% 넘게 제공 - 사실상 중국이 러시아 무기 제조 전반을 지원한 셈 - 분노하는 미국, 전면적 대응 필요성 강조
  • 기사등록 2023-06-23 12: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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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러 무기에 中이 美부품 60% 넘게 제공]


미국이 중국에 대해 단단히 화가 났다. 말로는 우크라전에 중립을 지킨다고 하면서 사실상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숙주 노릇을 해 온 것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중국과의 전면전도 각오하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인 뉴스위크는 2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서방이 부과하는 수출규제의 허점을 노려 우크라이나전에 필요한 무기의 핵심부품을 중국을 통해 서방에서 사들이고 있다”면서 “특히 러시아 무기에 사용되는 수입 핵심 부품의 60% 이상은 대러시아 제재를 주도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는 미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독점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뉴스위크는 우크라이나 키이우 경제대학의 싱크탱크 KSE 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는 작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인 3월부터 12월까지 서방의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203억 달러(약 26조원)의 군사 장비 관련 부품을 수입했다”면서 “이 규모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인 2021년 대비 15% 감소한 수치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KSE 연구소는 우크라이나 당국이 전장에서 획득한 러시아 무기를 분석한 결과와 자체 확보한 올해 1분기 러시아 무역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이번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러시아 무역 통계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이나 유럽, 아시아와 중동에 본사를 둔 155개 기업에서 제조한 기술을 구매했으며, 이 가운데 59개 기업이 미국 업체로, 작년 3월∼12월 러시아가 수입한 이중용도 제품(민간뿐만 아니라 군사장비에 전용될 수 있는 품목)의 66%도 미국에 본사를 둔 회사에서 생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이 중국을 경유해 우회 수입을 했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 당국도 전쟁 과정에서 획득한 58종의 러시아 핵심 군사 장비에서 확인한 1천57개의 외국 부품 가운데서도 66%에 해당하는 705개가 미국산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키이우 경제대학의 국제문제 프로그램 책임자인 엘리나 리바코바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이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러시아 군이 여전히 무기 시스템을 대부분 서방 부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미국산 장비를 사용해 무기를 제조하고 있다는 보도는 그동안 몇 차례 있었다. 로이터통신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소수의 미국 대기업 부품을 수입했다고 보도한 바 있지만, 이번 보고서에서는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미국 기업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러시아에 무기 부품을 공급해 주고 있었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 수입 부품의 절반은 주로 마이크로칩과 프로세서 등 반도체가 차지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제 순항 미사일인 Kh-59, Kh-101, 칼리브, 이스칸데르-K 등에 수입 마이크로칩, 프로세서, 메모리 장치, 트랜지스터 등이 탑재된 것을 확인했다.


단거리 방공 미사일인 토르-M2와 T-72 전차를 포함한 7종의 러시아산 장갑차와 대포, 이란산 샤헤드-131, 샤헤드-136 등 7종의 무인기(드론)에서도 유사한 미국산 수입 부품이 발견됐다. 중요한 것은 이들 모두가 러시아의 우방인 중국으로부터 수입되었다는 것이다.


러시아 무역 자료에 따르면, 작년 3월∼12월 러시아는 핵심 부품 총 가치의 72%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의 22%에서 대폭 증가한 수치다.


이들 중 중국에서 실제 생산된 제품은 일부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러시아는 작년 10월∼12월 마이크로칩의 87%를 중국 판매업체로부터 수입했으나, 이 가운데 중국에서 제조된 것은 40%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칩 같은 핵심 부품이 합법적 기업 간 판매에 재판매를 거듭하다, 중국이나 다른 국가에 넘어가면 러시아 유령회사가 이를 사들여 러시아에 들여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러시아로 들어가 무기를 제조하는데 사용되는 미국산 부품의 주요 생산자는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 아날로그 디바이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인텔 코퍼레이션,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AMD) 등 5개 기업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뉴스위크가 이들 5대 기업에 대해 논평 요청을 했는데, 이들 기업들은 모두 “수출 통제 및 제재를 준수하고 있으며, 러시아나 그 동맹국에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수출통제 전문가들 역시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나 미 동맹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러시아의 전쟁을 도울 목적으로 핵심 기술을 러시아에 직접 판매한 사례는 알지 못한다”고 뉴스위크에 밝혔다.


뉴스위크는 이에 대해 “실제 전쟁 이후 외국 기업의 러시아에 대한 핵심 부품 직접 판매 비중은 전쟁 전년도 45%에서 작년 3월∼12월 2%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러시아가 미국산 부품을 사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출 통제 시스템에 일부 허점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바로 그러한 허점을 중국이 교묘하게 악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들은 유통업체와 같은 해외 거래 파트너와 제품의 최종 사용자를 조사해, 제품이 엉뚱한 사람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민간 기업은 무역 규정 준수 책임자를 고용해 심사 과정을 처리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제조업체가 이중 용도 제품에 대한 의심스러운 주문을 받으면 이 책임자는 해당 수입업체가 미 상무부나 국무부, 또는 기타 기관의 제재를 받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미국 정부로선 민간 기업의 자체 실사나 세관 신고 내용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세관 신고서 위조 등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위험 관리 회사 SEIA의 공동 설립자 에리카 트루히요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러시아와 중국 같은 국가에서는 기업 소유 구조가 매우 숨겨져 있다”며 “중국에선 특히 실사하기가 어려운데, 한 회사가 등장해서 한두 번 거래하고 다음 날 문을 닫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페이퍼컴퍼니 등을 이용해 한 두 번 무역거래를 한 다음 종적을 감춰버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면서 이를 추적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의미다.


이뿐 아니라 트루히요는 “무역 규정 준수 부서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연간 수백, 수천 건의 거래를 분석할 시간과 재원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상무부는 “러시아가 수출 통제와 제재를 우회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 자체로서 대러 제재가 효과가 있다는 증거”라고 논평했다. 상무부는 이어 “미국은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단속하기 위해 유럽연합 및 기타 동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따라 러시아 제재가 더욱 더 촘촘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신미국안보센터의 에너지, 경제 및 안보 프로그램 책임자인 에밀리 킬크리스는 “분쟁이 발생한 지 16개월이 지난 지금, 미국과 동맹국들은 수출 통제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분노하는 미국, 전면적 대응 필요성 강조]


러시아가 전쟁에 필요한 무기를 만드는데 있어서 필요한 부품들 대부분을 중국을 통해 입수했다는 보고가 나오자, 미국은 극도로 분노하면서 중국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일단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번 중국 방문 당시 바로 이 점을 중국 당국자들에게 엄중 경고하면서 재발방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하면서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중국이 계속 돕는다면, 중국 역시 치명적인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 강력하게 경고했다”고 밝혔다.


CNN도 지난 20일(현지시간) “중국은 러시아에 치명적인 원조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미국은 중국 기업들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를 우회지원하고 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중국 당국에 알렸다”고 보도했다.


사실 그동안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의 태도를 주목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중립이라면서 내부적으로는 지속적으로 러시아를 지원해 왔으며, 러시아에 대한 실질적 경제 지원을 통해 러시아가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돕고 있다는 사실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블링컨 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의 양면성을 직격하면서 중국이 정책 방향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전면적인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미국의 의지 표명에 중국은 적잖이 당황했고, 그래서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 중국의 입지도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는 언제까지 중국이 그렇게 러시아를 물밑 지원하도록 내버려 줄 수 없다는 점에서,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통해 엄중 경고하면서 전면전 불사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과연 이러한 미국의 경고에 대해 중국이 어떻게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이런 점에서 지금부터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실상 미국과 중국과의 정면 대결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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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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