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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초조하고 불안한 중국, 다시 유럽 갈라치기 시도 - 불안하고 초조한 중국, 다시 유럽 시장 열기에 올인 - 유럽의 약한 고리, 독일과 프랑스 집중 공략 나선 中 - 중국 뜻대로 유럽이 중국을 놓고 분열될 가능성 거의 없어
  • 기사등록 2023-06-21 12:3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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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중국, 다시 유럽에 올인]


미중간에 디리스킹 정책이 확고하게 굳어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다시금 유럽 시장을 활짝 열기 위한 외교적 올인에 나섰다. 그만큼 중국이 지금 불안하고 초조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중국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20일, “리창 국무원 총리가 18일 독일에 도착해 독일 대통령과 주요 기업 대표들을 잇따라 만나며 '경제 외교'에 힘을 쏟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어 리창 총리는 19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 독일 사이에는 근본적인 이해 충돌이 없고, 견고한 협력의 기초와 강력한 발전의 모멘텀이 있다면서 중국은 양국 협력의 전망에 관해 자신감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리 총리는 “독일과 함께 평화적인 발전 협력을 견지해 세계의 안정과 번영에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 혼란스럽게 얽혀 있는 세계에 더 많은 확실성을 제공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리 총리는 지멘스, 폭스바겐, 벤츠, BMW 등 독일 유력 기업 대표들을 불러 상공계 간담회를 여는 등 경제 외교에도 나섰다.


리 총리는 독일에 이어 프랑스도 방문할 예정인데, 이번 리 총리의 유럽 방문은 지난 3월 국무원 총리 자리에 오른 후 처음으로 외국 순방에 나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국 외교라인의 1인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도 지난 1일 베이징에서 옌스 플로트너 독일 총리 외교정책 보좌관과 회동하며 양국 관계 발전 방안 등을 논의했다.


앞서 친강 부장도 지난 5월 8일부터 12일까지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등을 방문했는데, 그 기간에 한정 국가부주석, 왕이 위원의 유럽 출장 일정이 겹치면서 일시적으로 중국 외교의 '3인방'이 모두 유럽에 체류하는 보기 드문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중국이 유럽 외교에 올인하는 이유?]


중국이 이렇게 유럽 외교에 올인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불안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으로 대중 외교정책의 방향이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확고해진 상황에서 이대로 가다간 중국의 국제적 위상 저하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이를 돌파할 묘수를 유럽에서 찾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내 전문가들도 리 총리의 이번 방문이 다층적인 국제·국내 이해관계 속에서 균형점을 찾으려는 독일을 미국의 구심력으로부터 한발짝 떼어놓으려는 포석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다시 말해 미국의 디리스킹 전략을 돌파하는 그 출발점으로 그동안 중국과 깊은 관계를 맺어왔던 독일을 타겟으로 삼아 집중 공략에 나섰다는 의미다.


추이훙젠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유럽연구소장도 “독일은 자국 발전의 이해관계, 중국과의 파트너십으로 얻는 이익, 미국으로부터의 압력 사이에서, 정치적 입장과 경제·무역상 필요성 사이에서, 여러 정당과 정부 부처들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미묘한 입장을 모색 중”이라고 평가했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의 쑨커친 연구원도 “우리는 중국이 위협이 아니라 공동의 협력을 추구하는 파트너라는 점을 크고 분명히 말할 것”이라며 “세계가 평화와 신냉전 중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독일은 후자로부터 얻을 게 없다”고 주장했다.


쑨커친 연구원은 이어 “미국이 유럽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리 총리의 방문은 중국과 독일이 현실과 미래를 더 합리적으로 직시하고, 이를 양국의 이익 위에 놓게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이렇게 독일에 희망을 두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로이터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지난 5월 16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전쟁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 등 제3국으로 대러 제재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당초 초안보다 훨씬 완화된 수정안으로 교체된 적이 있었는데, 독일이 향후 EU-중국 간에 미칠 영향에 우려를 표명했으며, 이후 집행위가 이날 수정안을 들고나왔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 유럽은 중국과 거리두기를 하려 하고 있다. 미·중 간에 갈수록 경제·안보를 연계한 갈등과 대립이 고조되는 가운데, EU가 미국 편에 가세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의 공세에도 완충지대 역할을 해온 EU가 근래 '태세 전환'이 분명해지자, 중국으로선 비빌 언덕을 잃게 되면서 중국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지난 5월 중순, EU 대외관계청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EU 외교장관 이사회에서 관계국과 협력해 대만 유사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 대(對)중국 전략문서 초안을 배포했다. 그런데 대만 문제와 관련해 EU 차원의 입장 모으기 시도는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아마도 이 전략문서는 7월의 EU 정상회의에서 채택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니 중국이 몸이 달을 수밖에 없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입수한 EU의 대중국 전략문서에 따르면,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 원칙 유지라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일방적 현상 변경과 무력행사는 세계 경제·정치·안전 보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는 EU 차원에서 중국의 침공 등 긴급한 상황에 관여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아울러 “특히 최첨단 반도체를 공급하는 대만의 주요 역할을 고려할 때, 일방적 현상 변경과 무력 사용에 거대한 경제·정치·안보적 후과가 있을 수 있다”는 문구를 더함으로써 EU가 느끼는 불안감을 명시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EU가 수입하는 반도체의 90%가 대만산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EU가 중국과의 경제 관계에 대해 선별적 디커플링, 엄격히 말하자면 미국이 주도하는 디리스킹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는 점이다. 또한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철수를 요구하지 않을 경우 “(중국과) EU의 관계는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략문서 초안에 명시한 점도 눈길을 끈다.


실제 EU는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돕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본토 기업인 3HC 반도체·킹 파이 테크놀로지와 홍콩 기업인 신노 일렉트로닉스등 총 7개 회사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EU의 이런 제스처는 중국이 러시아 편들기를 지속한다면 묵과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러한 안대로 시행된다면, 미국의 압박을 러시아와의 전략적인 연대로 돌파하려는 중국으로선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몰려갈 수 있다. 그래서 중국은 자국 기업들에 대해 EU가 제재를 현실화하면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그렇게 강대강 대응을 한다고 했을 때, 결코 중국에 유리하지 않는다는 문제도 도사리고 있다.


여기서 한술 더 떠 EU의 주축인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3개국이 포함된 G7의 행보도 중국으로선 부담스럽다. 중국의 '경제적 강압'(Economic Coercion)에 우려를 표시하는 성명을 낸 바 있어서다.


이런 상황을 중국은 그냥 묵과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나온 차선의 방안이 EU국가에서 그래도 가장 중국 친화적인 독일과 프랑스를 공략해 EU가 반 중국적 집단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려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5~7일 중국을 방문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중국 감싸기'를 하는 발언을 한 바 있는데, 이 역시 중국의 외교적 노력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독일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빌미로 한 대중국 제재에 신중론을 펴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중국 뜻대로 유럽이 중국을 놓고 분열될까?]


그렇다면 과연 유럽이 중국 문제를 놓고 분열할 가능성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 사실 프랑스나 독일이 중국 제재에 대한 신중론을 폈던 것도 미국의 정책이 디커플링이었을 때의 일이다. 그러나 대 중국 정책이 디리스킹으로 변한 상황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EU의 대중국 제재 방침을 무조건 반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EU가 논의중인 중국기업에 대한 제재가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물론 제재 패키지의 일부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은 있지만 전반적 흐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이 그토록 의지하는 독일도 지난 14일(현지시간), 중국과 디커플링을 모색하지는 않되 중국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겠다고 공표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독일 베를린에서 연 정부 합동기자회견에서 중국과 관련해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을 원한다“면서 ”중국은 계속 경제성장을 할 것이고, 중국의 세계무역 참여는 영향을 받지 않아야겠지만, 동시에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자문해봐야 한다. 이 균형을 유지하는 게 문제“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이렇게 중국은 유럽과의 연대의 끈을 이어가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그 실낱같은 희망도 사라지고 있다. 다 자업자득이다. 그럼에도 ‘신형대국관계’를 말하면서 몽상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중국을 과연 어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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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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