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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국가 존립마저 위태로워진 러시아 -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직면한 러시아 - 노동력의 부족, 경제 전반에 걸쳐 심각한 영향 - 희망 사리진 러시아, 해외 인력 유출 더 늘어난다!
  • 기사등록 2023-06-18 04: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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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직면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당장 탈러시아로 인한 인력의 대거 유출과 젊은 층들을 대상으로 한 징집령 때문에 러시아가 국가존립을 위태롭게 할만큼 노동력 부족을 야기함으로써 러시아 경제에 재앙이 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자 지면에서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100만명이 넘는 러시아인이 외국으로 탈출하고 약 30만명이 전선에 동원되면서, 이미 장기적인 인구 감소로 긴축된 노동시장 상황이 한층 악화했다”면서 “이러한 현상은 수십 년 만의 최악 노동 위기를 부채질했고, 서방 제재와 국제적 고립에 짓눌린 러시아 경제의 기반을 더욱 약화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실제로 러시아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현지 컨설팅 업체 '핀엑스퍼티자(FinExpertiza)'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러시아의 35세 이하 근로자 수가 2천150만명으로 1년 전보다 133만명이나 줄어 1990년대 초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실업률도 소련 시절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비엔나 국제경제연구소의 경제학자 바실리 아스트로프는 “인적 자본의 손실은 경제에 재앙이며, 이는 서방의 제재에 더해진 것이라 타격이 더욱 크다”면서 “교육받은 사람들과 숙련된 노동력의 손실은 앞으로 몇 년 동안 경제 잠재력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노동력의 부족은 경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적은 노동력을 놓고 경쟁하는 기업들은 임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고, 이는 기업 수익에 타격을 주어 투자 계획을 위태롭게 한다. 중앙은행은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경고했다.


사실 팬데믹 이후 노동력 부족은 세계 경제의 많은 부분을 괴롭히며 빠른 임금 상승과 억제하기 어려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는 자체적인 요인으로 인해 이러한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러시아 경제는 석유 및 가스 판매로 인한 횡재, 충분한 정부 부양책 등에 힘입어 서방의 제재 부과에도 불구하고 선방을 해 왔지만, 올해 접어들면서 에너지 수입의 급격한 감소, 기술 제재의 영향력 확대, 경제 고립으로 치달으면서 마치 지금의 북한이 고립되듯 러시아도 그런 체제로 향하고 있다는 경고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까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러시아 경제에 치명타를 안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앙은행 총재인 엘비라 나비울리나는 “노동 시장의 이러한 상황은 생산량을 더 확대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되고 있다”면서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에 필요한 산업분야에서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 중앙은행은 노동력 부족으로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임금을 인상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박도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 관리들도 노동력 감소가 서방 제재와 국제적 고립으로 악화한 경제 성장에 추가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푸틴 대통령도 지난 3월 동시베리아 도시 울란우데의 항공기 공장을 둘러보며 “우수한 전문 인력이 부족해 군사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가이다르 경제정책연구소는 지난 4월 제조 회사의 약 35%가 근로자 부족을 보고했는데, 이는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모스크바에 본사를 둔 컨설팅 회사 '야코프 & 파트너스'의 4월 조사에 따르면, 정보통신(IT) 분야에선 절반 이상 기업이 인력 부족을 경험하고 있고, 적합한 직원 후보자를 찾는 데 예전보다 두 배가 넘는 시간을 들이고 있다.


또한 전기 장비 제조업체 EFK의 인사 담당 이사는 "엔지니어, 설계자, 제품 관리자 등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직원을 위한 교육 및 인센티브를 늘리고, 퇴직자를 포함해 모든 연령대의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러시아 정부는 해외로 탈출한 러시아 인력들의 복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재정·사회적 인센티브를 포함해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추가 조치를 마련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또한 정부는 숙련된 기술직 근로자들이 러시아에 머물도록 유인하기 위해 세금 감면, 저렴한 융자 및 우대 담보 대출 등을 제시했다. 동시에 추가 이민 차단과 외국으로 떠났던 인력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채찍 방안'도 들고 나왔다.


러시아 재무부는 전쟁 이후 탈출해 터키·아르메니아·중앙아시아 등에 체류하면서 원격으로 러시아 내 직업을 유지 중인 수십만 명의 자국민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일부 러시아 의원들은 러시아를 떠난 사람들의 재산을 압류하자는 제안까지 했지만, 아직 관련 법률이 통과되지는 않았다.


[희망 사라진 러시아, 해외 인력 유출 더 늘어난다!]


아마도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이로인해 러시아의 많은 전문 인력들이 해외로 도피할 것이라곤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강건한 지도력 때문에 러시아 국민들이 애국심으로 가득차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푸틴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확인되는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많은 러시아인들은 그 전쟁이 자신들과는 별 관계가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푸틴이 지속적으로 전쟁이 아니라 ‘특별군사작전’이라 속이면서 전쟁이 러시아인들의 안방까지 들어올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가을 접어들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러시아군이 이미 점령했다고 했던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패퇴하기 시작했고, 더불어 많은 러시아군인들이 전장에서 사망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여기에 러시아 젊은이들을 혼돈에 빠뜨린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9월의 강제징집령이었다.


군 동원령 대상인 남성들과 그들의 가족이 러시아를 탈출하기 시작했고, 러시아인들은 탈출을 위해 조지아와 카자흐스탄의 국경에 며칠 동안 줄을 서기도 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의 BBC는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최대 수백만명의 러시아인들이 자국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BBC와 인터뷰한 이들은 전쟁에 반대하거나 위험하다고 느껴 떠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느꼈다고 러시아를 떠나는 이유를 밝혔다.


러시아 망명자들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추정치는 수십만명에서 수백만명까지 다양하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해 러시아를 떠난 사람들이 130만명이라고 추정했고, 포브스는 러시아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60만~100만명이 떠났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최대 민간 은행인 알파 은행은 러시아 전체 인력의 1.5%가 출국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대부분이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들로 추정되며, 이에 따라 기업들은 직원 부족, 고용난을 호소하고 있다.


BBC는 러시아를 떠난 이들의 직업이 언론인, 정보기술(IT) 전문가, 디자이너, 예술가, 학자, 변호사, 의사 등으로 다양하며 대부분 50세 미만이라고 전했다.


유럽연합망명청에 따르면, EU 국가에 1만7000명에 가까운 러시아인들이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으나 2000명만이 승인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후 대부분 EU 국가와 미국은 러시아인이 이미 가족이 있거나 출장 중이 아닌 한 비자를 신청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카자흐스탄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은 올해 초 러시아 이민자들이 관광객으로 체류할 수 있는 일수를 제한했다.


라시아를 탈출한 이들이 빼가는 금융자원도 상당하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전쟁 초기 러시아인들이 계좌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인 1조2천억루블(약 19조6천억원)을 인출했다고 보고했다.

문제는 이들이 전쟁이 끝나도 과연 러시아로 돌아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아마도 푸틴이 권좌에서 물러나고 새로운 인물이 들어선다면 다시 러시아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지만, 푸틴이 계속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한 러시아로 돌아갈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이는 당장 러시아 경제는 물론이고 심지어 국가 존립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더더욱 심각한 것은 러시아내 전문인력의 해외 이탈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러시아 국립과학아카데미의 경제학자인 세르게이 스미르노프는 BBC에 "이런 추세로 볼 때 고숙련자들이 계속해서 러시아를 떠날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며 "종말론적인 시나리오를 좋아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러시아 경제 생산성은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푸틴은 이렇게 러시아를 완전히 망가뜨리고 있다. 푸틴의 욕심과 망상 때문에 국가도 위태로워지고 그 미래마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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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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