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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의 벼랑끝 전술, “극단적 시나리오 대비하라” - 서방과의 충돌 대비하라는 시진핑 - 시진핑의 ‘벼랑끝 전술’, 절대 성공할 수 없다 - 시진핑의 욕심, 대만 차지하면 미국의 디커플링 관계없다 생각
  • 기사등록 2023-06-14 04: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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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과의 충돌 대비하라는 시진핑]


미중간에 대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이 서방과의 갈등도 불사하는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연이어 강조하면서 그 저의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한마디로 전쟁같은 사태까지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시진핑 주석이 서방과의 충돌을 포함한 극단적 시나리오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며 “중국은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과 대화를 모색하면서도 미중간 관계악화 상황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5월 30일 열린 제20기 중앙 국가안전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최악의 상황과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높은 풍랑과 거칠고 사나운 파도, 위험한 폭풍우에 맞설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가 직면한 복잡하고 험준한 형세를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일주일 후에는 이 개념을 경제분야로까지 확대했다. 시 주석은 지난 6일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극한 상황에서 국가 경제의 정상적인 운영을 보장하려면 중국 내부 시장이 강화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들어 두 차례나 국가 안보는 물론 경제 분야까지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준비돼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WSJ은 특히 시 주석의 이런 발언이 미중 양국 간에 관계 개선 노력이 이뤄지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실 미중간에는 올해 초 중국의 스파이풍선 사태 이후 대화가 단절된데다 미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디커플링에 박차를 가하면서 미중 대립이 전방위로 격화되면서 '신냉전' 위기가 초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미중 양국은 나름대로 관계 개선 노력을 해왔다.


지난달 10∼11일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동한 데 이어, 같은 달 19∼21일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종료 후 바이든 대통령도 미중 관계 해빙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방중을 계획했다가 중국 ‘정찰 풍선’ 사건으로 인해 해당 일정을 취소했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이 오는 18일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WSJ은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극한 상황에 대비하려는 시진핑의 의도는 중국이 서방과의 장기적인 긴장에 대비하면서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고자 하는 긴장감을 표출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와 관련해 류 펑유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시 주석이 양국관계가 방향이나 속도를 잃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동시에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측이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의 이런 의지는 미국과 극단적인 갈등도 불사하는 중국 당국의 위험한 행위로 표출되고 있다.


이에 반해 바이든 행정부는 양국관계가 노골적인 갈등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드 레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핵심 이익이라고 강조해온 대만 문제 등과 관련한 '레드 라인'을 미국이 넘지 않길 원한다고 WSJ은 진단했다. 한마디로 미국이 제기하는 일반적인 원칙보다 세부사항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그 핵심에 대만문제가 있다.


WSJ은 이와 관련해 “시진핑은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정치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데, 그러한 권력을 확보하고 또 유지하기 위해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마오와 비슷하게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성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시 주석이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태도에 대해 극단적인 반발을 하고 있는 것이며, 이를 통해 중국내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은 지난 3일에도 대만해협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군함이 미 해군 구축함에 150m 이내로 접근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이러한 시 주석의 극단적 대응에 대해, 중국 인민대학의 진찬룽 교수는 “전쟁의 위험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 전문 뉴스레터 '시노시즘'의 저자인 빌 비숍도 시 주석의 언어에 대해 “위험과 위기 인식, 대비의 필요성을 크게 업그레이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명한 것은 시진핑도 미국과의 관계, 특히 디커플링이 결코 완화되지 않을 것임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그가 세계 패권 장악이라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중국몽을 내세운 세계 패권 장악은 시진핑의 장기집권 명분이었기 때문에 결코 이를 포기할 수 없어서다.


그렇기 때문에 시진핑은 미국과의 관계가 경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최소한의 성장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내수경제 활성화와 해외기술 의존도를 낮춘 자급형 경제체제를 구축하는 데 온 힘을 쏟으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진핑의 구상은 결코 쉽지 않다. 그동안 중국 경제의 성장기반이 해외 수출을 성장동력으로 삼아온데다 서구의 첨단기술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WSJ은 “허리펑 부총리와 류허 전 부총리 등 시 주석의 측근들이 서방의 제재 강화에 대비한 중국 경제 유지 계획을 짜왔으며, 상하이에서 후난성에 이르기까지 지방정부들도 앞다퉈 극단적 상황에 대비한 시스템 마련 준비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언 하스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시 주석의 (집권 3기) 임기에 가장 중요한 임무는 외부 취약성으로부터 중국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시 주석은 극한 조건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의 ‘벼랑끝 전술’,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사실 시진핑의 최악 시나리오 대비 주문은 ‘시진핑식 벼랑끝 전술’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술은 그동안 북한 김정은이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에게서 여러 번 봐 왔던 사안이기도 하다. 김정은이나 푸틴 모두 핵무기를 가지고 벼랑끝 전술을 펴고 있다.


특히 푸틴은 최근 핵무기를 벨라루스에 이동 배치한다면서 유럽사회를 향해 벼랑끝전술을 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김정은이나 푸틴, 그리고 시진핑의 ‘벼랑끝 전술’은 그만큼 상황이 불리하고 더 뒤로 물러설 길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시진핑도 그러하다. 시진핑은 세계 패권 장악이라는 꿈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그것이 자신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욕심을 버리지 않는 한 중국이 살 길이 없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서방진영으로부터 어쩔수 없이 디커플링을 당할 수밖에 없다.


사실 서방의 이 전략이 디리스킹으로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어차피 디커플링이나 디리스킹 모두 시진핑의 세계 패권 장악의 꿈을 무너뜨리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중국 입장에서는 둘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서방에 버티면서 오히려 역공을 가하는 것이 최선의 생존전략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그 고리가 바로 대만문제다. 대만은 시진핑의 중국통일 아젠다를 달성하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서방이 주도하는 디리스킹을 무력화시키는 중요한 전략이기도 하다.


결국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디리스킹 전략으로 중국을 압박할수록 시진핑은 대만 침공에 대한 욕심을 더욱 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중국이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서방이 디리스킹을 한다 할지라도 대만의 반도체만 손아귀에 넣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서방의 제재를 포함한 모든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아는 미국이 대만을 그냥 놔둘리 없다. 최근들어 미국은 대만에 대해 각종 지원법안과 함께 군사적 무장도 강화하고 있다. 심지어 대만군에 대한 군사력 강화를 위해 훈련단까지 파견할 정도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은 최근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러시아의 승패가 시진핑의 미래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에 나서는 것도 무슨 뾰쪽한 대안이 있어서가 아니라, 전쟁을 중재하는 형식을 통해 현 상태에서의 동결을 추구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그러한 의도를 이미 서구사회는 간파를 했다. 그래서 EU와 우크라이나도 중국의 중재노력에 아무런 희망도 갖고 있지 않다고 일축해 버린 것이다. 결국 중국의 전쟁 중재 노력은 러시아편에서 러시아를 위한 중재를 하려 했음이 드러났다. 이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의 미래가 중국 시진핑의 미래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그러한 우매한 시도를 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시진핑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계속해 나가려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시진핑은 대만을 핑계 삼아 미국과 딜을 하려 할 것이다.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중단할테니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 전략을 포기하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꼼수에 서방이 결코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김정은과 푸틴의 벼랑끝 전술이 별 의미없는 일이 된 것처럼, 시진핑의 벼랑끝 전술 역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그럴수록 중국의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고, 시진핑의 미래도 험난하기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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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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