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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푸틴 몰락 초읽기? ‘초크포인트’에 몰린 러시아 - 우크라의 대반격, 고조되는 푸틴의 정치적 위기 - “푸틴 제국의 종말, 갑작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경고 - 푸틴의 종말을 보여주는 신호 나타나기 시작
  • 기사등록 2023-06-13 12: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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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의 대반격, 고조되는 푸틴의 정치적 위기]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시작되면서 러시아 내부에 최악 상황 도래에 대한 불안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푸틴 제국의 종말이 순식간에 찾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반격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러시아 국내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WP는 이어 러시아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러시아 엘리트층 사이에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서방 무기의 화력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러시아 본토와 러시아 점령지인 크름반도 사이의 랜드브리지(육교; 육·해상 복합 운송로)가 끊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졌다”고 전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대반격 작전의 핵심전략으로, 러시아 본토와 크름반도를 잇는 랜드브리지를 점령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작전이 성공한다면, 러시아 본토와 크름반도를 연결하는 랜드브리지가 차단되면서 러시아에 상당한 군사적 타격과 사기 저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러시아 지도층(엘리트)들은 전장 지휘관들 간 내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대한 드론 공격, 우크라이나와 접한 러시아 서부에서 발생한 전례 없는 무장단체의 공격 등이 이어지면서 푸틴 대통령이 이렇게 복잡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 WP의 진단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 외교계와 가까운 한 관계자는 “이는 당국에 심각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5월 30일, 모스크바의 러시아 엘리트들 밀집 주거 지역에 드론 공격이 이어진 것이 이들의 불안감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우크라이나 소유로 추정되는 대규모 드론 공격이 발생해 고층 아파트들이 일부 파손되고 부상자가 발생했다.


또한 지난달 하순부터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주에서는 푸틴 정권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들로 구성된 민병대 ‘러시아자유군단’(FRL)과 ‘러시아의용군단’(RVC)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기습공격이 잇따랐다.


이와 함께 최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남부, 자포리자주 남부 등에서는 격전이 벌어졌으며, 우크라이나는 격전지 중 하나인 도네츠크주의 한 마을을 탈환했다고 밝혔다. 11일(현지시간)에도 우크라이나군은 제 68특전여단이 동부 도네츠크주 남쪽에 있는 블라호다트네 마을을 해방했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군은 도네츠크주의 또다른 마을인 네스쿠흐네도 점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블라호다트네는 동부 전선의 여러 격전지 중 한 곳으로, 동부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로 연결되는 보급로로써 가치가 있고, 남쪽으로는 러시아가 점령 중인 마리우폴과 95㎞ 떨어져 있다. 이 추세로 간다면, 러시아 엘리트들이 정말 우려하는 러시아 본토와 크름반도를 잇는 랜드브리지 상실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푸틴이 벌인 ‘특별군사작전’에 대한 사실상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러시아 내부에서 터져 나오면서 그 반향이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된다.


WP는 러시아 의회에서 영향력이 있는 콘스탄틴 자툴린 하원 독립국가연합(CIS) 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발언이 내부의 긴장감을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이른바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했을 때,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와 비무장화,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의 주민 보호 등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현재 이 중 결과가 나온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 정부 관리들과 연락하는 한 소식통에 따르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협정을 추진하는 것도 러시아 엘리트층의 사기를 떨어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외교장관들은 지난 1일 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WP에 앞서 블룸버그도 지난 8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현지 정계 및 재계 엘리트들이 전쟁 피로감을 느끼며 종전을 희망하고 있고, 낙관적인 사람들조차 승전이 아닌 무기한 휴전을 의미하는 '분쟁 동결'을 최선의 결과로 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만큼 러시아 엘리트층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비관적 분위기가 크다는 것이다.


[“푸틴 제국의 종말, 갑작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경고]


이런 가운데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11일(현지시간) “푸틴 제국의 종말이 갑작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는 ‘로버트 무덤’의 칼럼을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텔레그래프는 “역사는 외부로부터 굴욕을 당한 독재자들이 순식간에 통제력을 잃으면서 권력이 붕괴되었음을 보여준다”면서 “러시아도 그러한 혼란이 곧 다가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어느 누구도 소련제국의 몰락을 예측하지 못했고, 심지어 권력의 중심에 있는 통치자들조차도 전혀 낌새를 채지 못했다”면서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던 무적의 권력 붕괴가 일어나면서 제국을 무너뜨렸다”고 설명했다. 사실 프랑스 혁명으로 루이 16세가 단두대에 오를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으며, 1848년 팔레르모에서 일어난 상류층 반란이 역시 유럽 전체를 뒤집어 놓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어디 그뿐인가? 2010년 튀니지에서 일어난 한 노점상의 자살이 아랍 세계에도 같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독일 제국은 1차 세계대전에서 거의 승리한 지 불과 몇 달 후인 1918년에 무너졌다.


그런데 기억해야 할 것은, 내부의 반란이나 충격에 의해 제국이 멸망하기보다는 제국의 기반을 흔드는 것은 외부로부터의 충격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외부로부터의 충격이란 바로 군사적 실패를 말한다.


텔레그래프는 그동안 세계 역사에서 제국이 무너진 사례들을 분석하면서 “결정적인 요인은 완전한 패배나 군대의 물리적 파괴가 아니라 투쟁에서 이길 수 없거나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었다”고 지적했다.


군인과 경찰이 대의를 잃고 신뢰를 잃은 정권을 위해 자신의 목숨이나 미래의 경력을 기꺼이 걸지 않을 것이다. 황제의 민낯이 드러나고 전세가 역전되는 순간은 아주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이럴 때 제국의 통치자는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러시아가 바로 그러한 순간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이 텔레그래프의 진단이다. 러시아는 과거에도 그러한 순간을 맞은 적이 있다. 1917년에는 독일에 의해, 1989년에는 냉전의 엄혹함으로 인해, 강력한 제국이 치명적으로 약화되었다. 발트해 연안 국가, 중앙아시아 식민지, 동유럽 종속국 등 많은 영토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제국은 두 번이나 멸망했다. 그리고 지금은 푸틴의 러시아 제국도 마치 과거에 그러했듯 종말의 시그널이 여기저기서 보이는 듯 하다.


분명한 것은 러시아는 존속되어야 하고 또 존속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국민들을 향한 밝은 미래는 군국주의적 야망을 가진 푸틴이 아닌 진실로 국민을 위한 나라로 거듭나야만 한다.


물론 몰락한 제국은 긴 그림자를 남긴다. 로마 제국의 경우처럼 언어, 문화, 법률, 인프라 및 제도와 같은 긍정적인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필연적으로 혼란, 폭력, 권력 투쟁을 남긴다. 고통 없는 결과는 없다.


[푸틴의 종말을 보여주는 신호]


그런데 진짜 푸틴제국의 종말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포착됐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 5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푸틴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는 보고들이 아예 입구에서부터 차단되고 있다”면서 “푸틴을 화나게 할 수 있는 정보들이나 보고들이 사전에 차단당하고 있어서 푸틴이 올바른 판단을 결코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크렘린궁내의 상황을 잘 아는 한 텔레그램 채널(VCHK-OGPU)을 인용해 보도한 뉴스위크는 “푸틴은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패배 또는 피해 소식을 들으면 크게 짜증을 낸다”면서 “푸틴 귀에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게 되면 서방언론의 선전에 속아 그런 보고를 하는 것이라며 질책을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푸틴은 부정적 소식을 보고하는 이들은 아예 얼굴을 보려 하지도 않고, 긍정적이고 성공 소식을 보고하는 자들만 접근을 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크렘린궁 내부에서는 푸틴이 듣고자 하는 소식만을 보고하고 있으며, 부정적 소식들은 아예 차단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의 뉴스매체인 넥스타(Nexta)는 “푸틴이 정보 거품 속에 앉아 있다”면서 “부정적 보고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오판만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틴이 제대로 된 정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는 이번이 처음 아니다. 지난 3월 미국 정보 당국자들은 “푸틴이 자신의 참모들로부터 군대의 부진한 성과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3월, “푸틴이 스스로 고립된 것 같다”며 “일부 측근들을 해고하거나 가택 연금시켰다는 징후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나쁜 소식을 들으려 하지 않는 경향이 푸틴뿐만 아니라 러시아 군부의 지도층들까지 퍼져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풍조는 진실이 아닌 거짓말로 스스로를 세뇌시키고 또 엄청난 확증편향 속에 오판을 내리게 만든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현상이 푸틴 제국을 몰락시키는 초크포인트(Chokepoints)가 될 수 있다. 지금 러시아 제국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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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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