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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 용병그룹의 반란, 칼날 위에선 러시아 - 우크라 전쟁에서 손 떼는 바그너 용병그룹 - 프리고진, “국방부가 바그너그룹 장악하려 한다” 반발 - 러 국방부와 바그너그룹간 알력, 전세에 매우 부정적
  • 기사등록 2023-06-13 04: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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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에서 손 떼는 바그너 용병그룹]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맞서 총력을 다해 대응해야 할 러시아가 극단적 분열의 위기 속으로 빠져들면서 이러한 사태가 전쟁 판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을 지원해오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세르게이 쇼이구의 러시아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면서 “이는 바그너 용병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프리고진의 이러한 선언은 러시아 국방부가 새로운 명령을 발표한 바로 다음 날 나왔다. 지난 10일 러시아 국방부는 “쇼이구 장관이 러시아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내달 1일까지 모든 민간군사단체, ‘자원봉사 파견 부대’(바그너 그룹을 빗대 이르는 말) 등과 계약을 체결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이를 통해 자원봉사 파견 부대들에게 필요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조직에 대한 통일된 접근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니콜라이 판코프 국방부 부장관은 “이러한 조치가 군대와 자원봉사자 분견대의 전투 능력과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프리고진, “국방부가 바그너그룹 장악하려 한다” 반발]


프리고진이 러시아 국방부와 완전 결별을 선언하게 된 근본적인 동기는 바로 러시아 국방부가 ‘자원봉사 파견 부대’를 거론하면서 사실상의 군사체계 일원화를 시도하려 한 것에 대한 반발인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BBC는 12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가 민간군사단체를 직접 통제하기 위해 새로운 조치를 내렸다”면서 “이는 바그너그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용병들을 굴복시키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BBC는 이어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아 왔으나, 정치적 야망을 가지고 있는 프리고진이 쇼이구 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참모총장 휘하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를 공개적으로 거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러시아 국방부의 안 대로라면 바그너그룹을 러시아 국방부가 직접 통제하게 된다.


이에 대해 프리고진은 “바그너그룹이 러시아의 이익에 완전히 종속되어 있긴 하지만, 쇼이구 장관의 지시를 받게 된다면 (기존의) 효율적인 지휘 구조가 망가질 것”이라면서 “쇼이구는 바그너그룹 군사 편성을 제대로 관리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사실 국방부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동안 바그너그룹이 국방부의 지휘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어서 작전 수행에 많은 문제들이 노출되었다. 러시아 정규군과 협력작전 수행도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대적 관계가 형성되면서 작전 수행에 상당한 차질을 빚어 왔다.


또한 프리고진은 그동안 국방부가 바그너그룹에 대해 필요한 무기와 군수품들을 제대로 공급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해 쇼이구 장관 등을 포함한 군부를 향해 강한 비난을 쏟아 왔었다.


그는 러시아 군 지도부가 무능하다는 비판도 수차례 내놨다. 지난 7일에도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막기 위해 전면적인 국가 동원령 발표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면서 “군 당국은 계획도, 준비도, 상호존중도 없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영토의 일부를 반드시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급기야 바그너그룹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부대를 철수하고 정규군에 임무를 넘겼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 정규군과 바그너그룹간의 알력은 작전의 효율성을 깨는 악재로 작용해 왔던 것이다.


[러 국방부와 바그너그룹간 알력, 전세에 매우 부정적]


문제는 러시아 국방부와 바그너그룹간의 알력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의 여부다.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 중의 하나는 바그너그룹이 말이 많기는 하지만 그동안 러시아에서 사실상 주력 병력으로서의 역할을 해 왔다는 점이다.


서구에선 바그너 용병이 우크라이나 주둔 러시아군의 약 10%를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12월 미국은 바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 전투에 약 5만 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더욱이 러시아군이 고전하는 가운데 바그너 용병은 동부 전선에서 일부 전과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바흐무트를 그나마 지켜왔던 것도 바그너그룹이니까 가능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바흐무트에서 철수했던 바그너그룹은 최근들어 친 우크라이나 러시아 민병대가 출몰해 소란스럽게 했던 벨고로드에 병력을 보내 국경 방어를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는데, 프리고진의 이날 발표로 이러한 병력 배치도 없던 일이 됐다.


그런데 더 큰 문제 중의 하나는, 러시아 정규군과 바그너그룹간에 알력을 넘어 적대적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바그너그룹은 지난 4일 텔레그램 채널에 러시아의 한 군인을 신문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장교는 자신을 제72기동소총여단 소속 중령이라고 밝히면서 “바그너에 대한 개인적 적대감 때문에 술에 취해 바그너 차량에 발포했다”고 말했다.


또 바그너 그룹이 전장에서 러시아 정규군까지 납치, 고문하고 무기를 갈취했다는 의혹이 전직 러시아 고위 군 관계자에 의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자신을 러시아 제72 기동소총여단 전직 사령관이라고 밝힌 로만 베네비틴이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했다. 베네비틴은 앞서 지난주 바그너그룹 측의 차량에 총을 쏴 바그너그룹에 체포돼 신문을 받은 인물이다.


이 영상에서 베네비틴은 “내 여단과 바그너의 긴장은 우리가 바흐무트 방향으로 이동한 첫날 시작됐다”며 “(바그너가) 안하무인으로 행동하고 우리를 죽이겠다고 끊임없이 위협하며 자극했을 뿐 아니라 특정 행동에도 나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베네비틴은 자신이 이끌던 여단의 병사들이 바그너그룹에 의해 조직적으로 납치, 학대당했으며, 때로는 성폭력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그는 바그너그룹이 러시아군의 T-80 전자 2대와 기관총 4자루, 트럭 1대와 기갑전투차량 1대를 훔쳤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며, 전쟁에 동원된 병사들에게 바그너그룹과 계약을 체결하라고 강요하는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물론 이 폭로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기는 하다. 바그너그룹과 러시아군 간의 긴장이 이어지던 가운데 이번 폭로가 나왔기 때문이다. 또한 베네비틴이 이번 폭로 영상에서 마치 대본을 읽는 듯한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러시아 정규군 측에서 바그너그룹을 폄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 영상을 내놓았다는 추정도 나온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만큼 러시아 정규군과 바그너그룹간에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이러한 갈등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병력 1명이라도 더 필요한 러시아군 상황에서 바그너그룹이 국방부의 이번 조치에 반발해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벙력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현실을 푸틴이 방관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실 프리고진은 이번에도 기자회견을 하면서 “푸틴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할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필요로 하면 여전히 바그너그룹은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 자체가 푸틴에게는 또다른 짐이 된다. 러시아 국방부와 바그너그룹간의 칼날위에선 대치 상황이 이미 벌어졌는데, 어느 누구의 편을 들기도 어렵기 떄문이다. 만약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바그너그룹이 푸틴의 지시로 전장에 투입되게 되면, 쇼이구 국방장관의 명예는 땅에 떨어지게 된다. 자신이 명령한 군사지휘체계를 바그너그룹이 완전히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계 진출 꿈꾸는 프리고진]


사실 프리고진이 쇼이구 장관의 명령을 거부하면서도 푸틴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은, 푸틴의 눈밖에 남으로써 숙청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한 제스처인 것으로 보인다. 프리고진의 계획은 이미 정치쪽에 가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12일(현지시간) “프리고진이 정치계에 입문할 것임을 보여주는 포스터가 등장했다”면서 “이 포스터에는 ‘정확히 쏴라! 정직하게 일하라! 에브게니 프리고진 2024년’이라는 슬로건이 적혀 있었다”고 보도했다.


어찌보면 내년 3월에 실시되는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포스터인 것으로 비춰지기까지 한다. 러시아 헌법에 따르면, 푸틴은 내년 선거에서 또 당선된다면 83세가 되는 2036년까지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그는 그동안 정계진출 의사가 없다고 여러차례 밝혀왔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을 열렬히 지지하는 과두 정치인 콘스탄틴 말로페예프가 소유한 초국가주의 매체 차르그라드의 여론조사 결과, 프리고진이 대선에서 푸틴에 이어 2위를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허투루 넘길 일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조사결과 푸틴의 지지율은 61%로 압도적이었지만 프리고진은 불과 9%였다. 그러나 그의 지지율은 3위를 차지한 공산당 지도자 겐나디 쥬가노프의 지지율보다 두 배나 높았다.


물론 현실적으로 프리고진은 대통령 선거가 아닌 의원 선거 출마가 합당할 수 있지만, 전국적인 인지도와 지지도를 기반으로 한다면, 그는 일약 러시아 내에서 매우 핵심적 정치인으로서 도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행보가 관심을 끈다.


그러나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쟁 판세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러시아 정세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여, 프리고진이 바로 푸틴 이후를 대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온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는 지금 칼날 위에선 불안감이 가득하다. 언제 무슨 일이 터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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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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