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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과 공산당에 환멸감, 등 돌리는 중국 청년들 - 공산당에 실망하며 사회에 절망하는 중국 청년들 - 청년들 열불나게 만든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 - 공산당 최대 지지층 청년들, 결국 반기들다!
  • 기사등록 2023-06-12 12: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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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에 실망하며 사회에 절망하는 중국 청년들]


중국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 그동안 시진핑 주석의 핵심 지지층이었으며, 중국 공산당의 중추를 이루었던 청년세대가 시진핑과 공산당으로부터 환멸을 느끼고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회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BBC는 11일(현지시간) “중국의 젊은 세대가 사회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있다”면서 “경쟁이 치열한 취업시장에서 과거에는 학위가 매우 중요했지만, 지금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중국 청년들의 절망감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 5월에 발표된 중국 청년들의 실업률은 20.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6월에는 1200만명에 이르는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현장에 뛰어든다. 이 정도면 구직난이 얼마나 더 심화될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지난 4월의 청년 실업률만 해도 중국이 통계를 발표한 지난 2018년 이후 최악의 수준이라는 점이다. 중국사회가 그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암담한 청년실업의 터널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의미다.


더더욱 이들을 좌절하게 하는 것은 그들이 처절한 대학입시를 거쳐 대학에 입학했고, 그렇게 공부를 했기에 사회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희망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젠 그러한 꿈 자체를 완전히 포기해야할 상황이어서다.


지난 7일 중국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가 시작됐다. 올해 가오카오에 역대 최다인 1291만명이 응시해 살인적인 입시 경쟁이 벌어졌다. 그런데 올해 가오카오 응시생들의 4년제 대학 합격률은 40% 미만이고, 명문대 진학률은 4.6%에 불과하다. 그러니 중국의 부모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명문대에 입학시키려 한다. 중국에서는 훙얼다이(혁명가 후손), 푸얼다이(부유층 후손), 관얼다이(고위 관료 후손) 등이 좋은 일자리와 높은 지위를 손쉽게 차지한다. 남은 자리는 평범한 가정 출신 명문대생의 경쟁이다. 그렇기에 명문대 입학이 계층사다리를 돌파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라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명문대를 들어가도, 또한 어렵사리 대학을 졸업해도 중국 경제 상황이 시원찮다보니 청년들의 진로가 막히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명문대 졸업생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온 말이 쿵이지(孔乙己)다.


BBC는 이날 “중국 청년들 사이에 최악의 취업난으로 힘겹게 살고 있는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하면서 “이러려고 공부했나”라며 가슴을 친다“면서 ”자신들을 ‘쿵이지’에 빗대 자조한다“고 전했다.


여기서 중국 청년들이 정말 공감하는 말이 있다.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다른 일을 찾을 수 있었는데, 하필이면 공부를 하는 바람에···”라는 말이 그것이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마음 편하게 공장에 취직해서 일이나 할 수 있을텐데..." 하는 자조섞인 말들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학교 다닐 때는 쿵이지를 비웃었는데, 오늘날 '장삼을 못 벗는 쿵이지'가 내 자신일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로 이어진다.


도대체 여기서 나오는 ‘쿵이지’란 무엇일까? ‘쿵이지(孔乙己 공을기)란 중국 근현대 작가 루쉰(魯迅)이 1918년에 쓴 동명 소설의 주인공이다. 소설 속 쿵이지는 높은 계급의 상징인 장삼(長衫)을 걸쳐 입고 허름한 선술집에서 선 채로 술을 마신다. 여기서 서서 술을 마신다는 건 돈이 없다는 뜻이고, 그런 주제에 장삼씩이나 걸쳤다는 것은 지식인으로의 체면만은 포기하기 어려운 ’쿵이지‘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쿵이지의 모습은 중국 최고 학부의 학위를 따고도 번듯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그렇다고 저임금 일자리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청년들의 답답함을 쿵이지에 투사시켜 스스로를 달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청년들 열불나게 만든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


그런데 이렇게 자신들을 쿵이지에 빗대며 절망하는 청년들을 더욱 열불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지난 5월 4일 중국 언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편지 한 통을 공개했다. 중국농업대학에 다니는 학생 대표가 먼저 편지를 보내고, 이에 시진핑이 답장을 하는 형식이다.


시진핑은 편지에서 “여러분이 논밭과 농가에 깊게 들어가 일을 하면서 민생을 이해하고 학문을 연마한다니 내 마음이 매우 기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여러분이 편지에서 말하길, 중국의 향토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비로소 무엇이 실사구시(實事求是)이고, 어떻게 군중과 하나가 될 수 있으며 또 청년은 모름지기 사서 고생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참으로 옳다. 신시대 중국 청년은 마땅히 이런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적었다.


사실상 취업을 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대졸자들에게 시진핑은 문혁 당시 유행한 산으로 올라가고 시골로 내려가는 상산하향(上山下鄕) 운동을 권한 것이다.


그런데 시진핑의 이러한 권면은 마오쩌둥의 상산하향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1968년 당시 마오쩌둥은 문혁의 광풍으로 경제가 망가져 대학을 나온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게 되자, 10년간 1700만 지식청년을 농촌으로 보낸 바 있었다. 그때 마오쩌둥은 “지식청년은 농촌으로 내려가 빈농에게 배우라”고 했었다.


그러한 상산하향 운동이 50여년이 훌쩍 지난 중국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청년들의 하방(下放)운동, 곧 상산하향을 선동했다. 1076만 명의 대학 졸업생을 제때 취직시킬 수 없게 되자 나온 묘안이었다.


그런데 그 취업난이 올해 더 심각해지자, 이번에는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 상산하향 운동을 독려하게 된 것이다.


[공산당 최대 지지층 청년들, 결국 반기들다!]


중요한 것은 시진핑 주석까지 직접 나서서 하방운동을 펼치는 것에 대해 중국 공산당의 최대 지지층이었던 청년들이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사실 중국 사회에서 매우 낯선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 젊은 계층, 곧 200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시진핑과 공산당의 핵심 지지층이었기 때문이다.


10대 후반∼20대 초반 연령대로 ‘링링허우(零零後)’로 불리는 이들 세대는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로 철저히 무장돼 있는 이른바 국뽕 세대다. 지난 1989년 천안문 사건 이후, 중국 공산당은 철저한 국가주의 교육을 실시해 왔으며, 이로인해 강한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로 응집된 열혈 공산당 지지층을 만들어냈다. 이들과 함께 1990년대 이후 태어난 30대 ‘주링허우(九零後)’까지 학창 시절 경제 성장 혜택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공산당 전사가 되었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무장된 이들에게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적 성장까지 이루면서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환상까지 심어주자 이들의 국뽕은 철저한 시진핑 숭배자들로 변모해 갔다. 이들에게 시진핑은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 ‘중국몽(中國夢)’ 같은 말을 심어주면서 환상을 갖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닥친 학교밖 현실은 그동안 꿈꿔왔던 세상이 아니었다. 그렇게 잘나가던 중국 경제가 고꾸라지면서 자신들의 일자리도 만들지 못하는 나라로 추락해 버린 것이다. 그렇게 이들 젊은 세대들은 차가운 현실에 눈을 뜨면서 시진핑과 공산당에게 속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청년 일자리, 대책없는 중국]


사실 청년세대들이 시진핑과 공산당에게 등을 돌린다는 것은, 중국 체제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변수다. 당연히 중국 당국 입장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풀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중국 당국은 지금 다양한 일자리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한마디로 ‘언 발에 오줌누기’다.


중국 당국의 대책 가운데는 ‘노점상 규제 완화’도 들어 있다. 그동안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노점상을 금지해 왔지만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 노점상 완화안을 꺼낸 것이다. 이에 대해 CNN은 지난 5월 15일 “중국 지방정부가 실업률 감소를 위해 펼치는 노점 경제가 중국 경제를 살리는 동력이 되긴 힘들 것”이라면서 “중국 정부가 고용 창출이나 안정 및 질서 유지 방법으로 젊은이에게 ‘노점상이 돼라’는 것 이상을 찾지 못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디지털 시대 기술을 갖춘 노동자나 대학 졸업자가 노점에 힘을 쏟는다면 절망적 징후”라고 지적했다.


진짜 문제는 청년세대의 고용불안이 사회 안정에 미칠 악영향이다. 청년층에 대한 하방운동도 절망감만 키우고 있고,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공산당에 대해 불만만 늘게 만들었다. 이런 관점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이러한 청년들의 좌절이 어떻게 폭발할지 여부다.


이에 대해 대만 중앙통신사는 홍콩 힌리치재단 앨릭스 카프리의 견해를 인용해 “지난해 11월 백지 시위의 의미는 중국 도시에서 분출된 분노”라며 “잘 교육받은 청년층이 들고 일어난다면 공산당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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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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