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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엘리트들에게도 버림받은 푸틴, “살고 싶으면 물러나라!” - 푸틴의 전쟁에 회의감, 러 엘리트들의 반감 확산 - 국제적 비난 자초한 푸틴, 새로운 국면 맞고 있다! - 위기의식 느낀 푸틴, 경호 대폭 강화
  • 기사등록 2023-06-09 12: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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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전쟁에 회의감, 러 엘리트들의 반감 확산]


러시아 내부의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급기야 러시아의 엘리트들마저도 푸틴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보이지 않고, 전쟁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 피로감도 확산되고 있어서다.



블룸버그는 8일(현지시간) “러시아 엘리트들이 블라디미르 푸틴이 벌인 전쟁의 승리 가능성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고 냉소적으로 느끼고 있다”면서 “심지어 전쟁을 찬성했던 이들에게서조차 전쟁이 16개월째 장기화되면서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낙담하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블룸버그는 이어 “현지 정계 및 재계 엘리트들이 전쟁 피로감을 느끼면서 종전을 희망하고 있으며, 심지어 낙관적인 사람들조차 승전이 아닌 무기한 휴전을 의미하는 '분쟁 동결'을 최선의 결과로 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엘리트들은 올해 말 협상을 통해 분쟁이 동결되고, 러시아가 현재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유지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자국민에게 '피로스의 승리'를 선포하는 시나리오를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여기서 ‘피로스의 승리(Pyrrhic victory)’란 “많은 희생이나 비용을 대가로 치르고 얻는, 명목상의 승리”를 일컫는 것으로 사실상 ‘이겨도 득이 되지 않는 승리’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전쟁 개시 후, 러시아를 떠나 현재 오스트리아 빈에서 싱크탱크 'Re:러시아'를 이끄는 전 러시아 정부 고문 키릴 로고프(Kirill Rogov)는 “푸틴이 이번 전쟁에서 이기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러시아 엘리트들 사이에 정말 놀라울 정도로 널리 퍼져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중앙은행 고문을 지내고 현재 독일 베를린에 기반을 둔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의 전문가로 일하는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도 “(러시아) 관리들이 상황에 적응했지만 아무도 터널 끝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전쟁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면서 민족주의 강경파와 러시아 군부 사이에 격렬한 분열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다시말해 민족주의 강경파들은 자국군의 성공적이지 못한 군사작전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 놓으면서 군부를 비판할 것이고, 반면 군부는 당연히 자신들의 책임이 아닌 외부 또는 내부의 다른 요소에 책임을 돌리려 할 것이기에 러시아내 분열은 극심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러시아 본토가 공습을 당하고 심지어 수도 모스크바까지 공격을 당하는 일들이 발생하자 러시아 내부의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비례해 민족주의 진영들의 분노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강경파 민족주의를 대변하는 대표적 인물이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다. 그는 군사적 실패에 대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 등을 맹비난하면서 재앙적인 패배를 막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 총동원령과 계엄령을 발령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프리고진은 지난달 말 언론 인터뷰에선 “(러시아) 엘리트 계층 자녀들이 크림을 바르는 모습을 인터넷에 자랑할 때, 서민의 자식들은 산산조각이 난 시신으로 관에 실려 돌아온다”면서 “이런 격차는 처음 군인이 들고일어난 뒤에 그들이 사랑한 이들이 뒤따랐던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처럼 마무리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크렘린궁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정치 컨설턴트인 세르게이 마르코프조차 “오래전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대부분을 장악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러한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면서 “너무 많은 큰 실수들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푸틴 대통령과 고위 관리들은 여전히 러시아는 전쟁을 위한 막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러시아가 승리할 것이란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당연히 푸틴의 리더십에 대한 도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블룸버그는 러시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의견을 인용하면서, 크렘린궁이 전쟁 반대 발언자들에 대해 워낙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어서 엘리트들조차도 자유롭게 발언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다면서, 전쟁 반대론자들은 하나둘씩 러시아를 떠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국의 BBC는 지난 4일(현지시간)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최대 수백만명의 러시아인들이 자국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BBC와 인터뷰한 이들은 전쟁에 반대하거나 위험하다고 느껴 떠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느꼈다고 러시아를 떠나는 이유를 밝혔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해 러시아를 떠난 사람들이 130만명이라고 추정했고, 포브스는 러시아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60만~100만명이 떠났다고 보도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푸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러시아인 1,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기관 FOM이 조사한 결과, 53%가 지금의 현실에 대해 가족과 친구들이 불안하게 느끼는 분위기라고 답했는데, 이는 4월 이후 11% 포인트 상승한 수치이며, 거의 4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사실 솔직한 답변을 유도하기 힘든 러시아 내부의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현실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을 넘는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던져준다.


러시아 내부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러시아 국영 매체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앞세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쏟아내면서 국민의 애국심을 조장하고 있다.


[국제적 비난 자초한 푸틴, 새로운 국면 맞고 있다!]


문제는 푸틴 대통령의 입지가 국제사회에서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푸틴에 의해 저질러진 노바 카호우카댐 폭파 문제로 전쟁은 물론이고, 푸틴의 상황 또한 완전히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뉴스위크는 7일(현지시간) “노바 카호우카댐 붕괴는 전쟁을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몰고가고 있다”면서 “푸틴이 새로운 차원의 침략을 시도했지만, 이로인해 반드시 푸틴에게 승리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다시 일깨워주었다”고 밝혔다.


좀 더 심각한 것은, 카호우카댐 붕괴가 자포리자 원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러시아가 강제로 점령해 관리하고 있는 자포리자 원전이 댐으로부터 물을 받아 냉각시스템을 돌리고 있어서다. 만약 댐 붕괴로 인해 드니프로강의 용수량이 부족해진다면 자포리자 원전은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꼭 자포리자 원전 뿐만 아니라, 이번 카호우카댐 붕괴는 이미 엄청난 자연재해를 불러왔으며, 생태계 붕괴 등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 서방세계는 이러한 사태를 불러온 푸틴에 대해 또다시 전쟁범죄자로 거론하면서 강력한 응징을 예고하고 있다. 그럴수록 푸틴의 국제적 입지는 악화될 것이고, 이는 러시아 내부의 여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위기의식 느낀 푸틴, 경호 대폭 강화]


이러한 국내외의 반푸틴 인식이 확산일로로 치닫게 되자, 푸틴도 엄청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스위크는 지난 1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에 대한 경호 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뉴스위크는 러시아 재무부 자료와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해 “올해 1~5월 푸틴 대통령과 그 보좌진들의 안전과 보안을 위한 지출이 148억 루블(약 2천390억원)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는 올해 예산으로 할당된 191억 루블의 77%를 불과 5개월만에 사용해 버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매체 '모스코우 타임스'는 “푸틴 대통령 경호 비용은, 지난해 겨울부터 러시아 본토가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 공격을 받자 크렘린궁이 보안 조치를 강화하면서 급증했다”고 전했다.


푸틴이 특히 충격을 받은 것은, 지난달 30일 대통령 관저가 있는 모스크바 서쪽 외곽 노보오가료보 인근에서 여러 대의 무인기가 격추되어서다. 한 소식통은 모스코우 타임스에 “드론이 관저 방향으로 접근하면서 안전 조치로 서둘러 푸틴을 깨워야 했다”고 전했다.


또한 러시아 보안당국은 푸틴 대통령이 해외 방문길에 외국 기관에 체포될 가능성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 3월 중순, 푸틴 대통령을 전쟁범죄자로 기소한 바 있는데, 이후 푸틴은 ICC 설립 규정인 로마 규정 비준국들을 방문한 적이 없다.


[“푸틴, 살고 싶으면 물러나라!”]


이런 가운데 러시아 하원 의원 출신으로 현재 망명해 우크라이나에서 머물고 있는 일리야 포노마료프는 지난 5월 30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목숨을 부지하려면 지금 즉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현재 러시아 정권은 강하지 않고 흔들리고 있으며 균열이 많다”라며 “모스크바는 정권의 중심이며,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그곳에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노마료프는 지난주 러시아 접경도시 벨고로드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내부 무장조직과 연결된 인사로 알려졌다.


이렇게 푸틴은 날이 갈수록 풍전등화의 상황으로 몰려갈 것으로 보인다. 나중에는 러시아 대통령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사실 힘을 쓰지 못하는 신세로도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푸틴의 미래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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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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