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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바그너 수장의 반역, “선을 넘었다!” - 우크라군에게 러시아 공격표적 제안한 프리고진 - 프리고진의 반역, 푸틴이 처벌하기도 어려운 딜레마 - 바그너의 지적, “러시아군 형편없다!”
  • 기사등록 2023-05-16 05: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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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군에게 러시아 공격표적 제안한 프리고진]


러시아 용병집단인 바그너그룹의 수장 에브게니 프리고진이 푸틴의 러시아군에 반역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군 지도부에 바흐무트에서 철수해 준다면 대신 러시아군의 중요한 공격 표적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일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러시아군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과연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시간) 지난 3월 유출되었지만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미국의 기밀문서를 인용해 “지난 1월 말, 폐허가 된 도시 바흐무트에서 용병 부대가 수천 명씩 죽어가는 상황에서, 바그너 수장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에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지휘관들이 바흐무트 주변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하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공격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러시아군 위치 정보를 키이우(키예프)에 제공하겠다고 말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보도했다.


WP는 이어 “프리고진은 전쟁 기간 내내 비밀리에 연락을 유지해 온 우크라이나 군사 정보국 내 지인들에게 이 제안을 전달했다”면서 “프리고진은 모스크바의 전쟁 노력에 중요한 지원을 제공한 자신의 군대에 대해 장비와 보급을 제대로 해 주지 않았다고 격렬하게 주장하면서, 러시아 군 지휘관들과 공개적으로 불화를 겪어왔다”고 밝혔다.


물론 유출된 문서에는 프리고진이 공개하겠다고 제안한 러시아 군대의 위치가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지만, 이러한 중요한 군사기밀 거래 논의 자체가 러시아군 내에는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WP에 의하면,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정보국(HUR)과 거래를 시도한 것에 대해 두 명의 우크라이나 관리들이 확인해 주었으며, 프리고진은 우크라 정보당국과 여러차례 대화가 오고간 것으로 보인다.


이 중 한 관리는 프리고진이 바흐무트에 관한 제안을 여러 차례 했지만, 키이우 당국이 우선 프리고진을 신뢰하지 않았고, 또한 그의 제안이 진실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해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나머지 한 관리도 프리고진의 의도에 대해 워싱턴에서도 비슷한 의구심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 우크라이나 사이에 프리고진의 제안을 두고 상당히 깊은 수준의 논의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WP는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며칠 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인터뷰를 하면서 확인을 요청했지만 “이는 군사정보에 관한 문제”라며 응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프리고진의 비밀거래, 크렘린은 어떻게 반응할까?]


그렇다면 이러한 프리고진의 우크라이나군과의 비밀거래 의혹에 대해 크렘린궁은 어떻게 반응할까?


이에 대해 WP는 “프리고진이 푸틴의 최측근이기도 하지만 바그너 전사들의 목숨을 러시아 군인과 교환하겠다는 프리고진의 제안을 반역적 배신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프리고진은 그동안 러시아군부의 지도자들과 잦은 불화를 겪어 왔는데, 이에 대해 크렘린궁은 프리고진의 이러한 행동에 대한 대응방안과 관련해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렌린궁이 프리고진에 대해 직접적 행동으로 징계 또는 경고를 하지 않은 것은, 프리고진의 불만에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프리고진과 우크라이나 정보국과의 비밀거래는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실제로 프리고진의 비밀거래 의혹의 핵심은,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에서 철수하는 대가로 러시아군의 주요 공격 표적을 제공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프리고진은 바흐무트에서 자신들이 승리를 거두었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면서 사실상 러시아 군부를 장악하려는 의도, 또는 러시아 국민들을 선동해 크렘린궁 핵심부까지 차지하려는 흑심을 품고 있었다고 볼 수 있어서다.


더욱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정보국과 거래를 한 것이 한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WP에 따르면, 프리고진과 우크라이나 정보국 사이에 전화 통화는 물론이고, 아프리카의 불특정 국가에서 우크라이나 정보국 장교들과 직접 만나기도 했다. 이는 크렘린궁이 받아들이기에는 그야말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적과 내통하는 수뇌부 간첩’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프리고진은 심지어 전투로 인해 자신의 군대가 입은 막대한 피해를 한탄하며,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군에 대한 더 강력한 공격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다른 문서에 의하면,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정보 장교에게 러시아 군이 탄약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러시아 군대의 사기가 낮은 상태에서, 러시아가 불법적으로 병합한 크름반도 국경에 대한 공격을 추진하라고 우크라이나 군에 조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는 또한 프리고진이 바그너 군의 사기 저하를 알고 있었으며, 일부 전투기들이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바흐무트 지역에 배치하라는 명령을 주저했다는 다른 정보도 언급했다.


물론 전시에는 아무리 적군이라도 어떤 형태로든 의사소통을 유지하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지만, 프리고진의 그동안 행태는 사실 러시아군보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과 더 많이 소통하고 더 신뢰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에서, 크렘린궁이 볼 때 경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WP는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정보당국과 의사소통을 하는 것에 대해 크렘린궁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시긴트(sigint; 감청된 통신)를 기반으로 작성된 문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군사 정보 책임자인 키릴로 부다노프(Kyrylo Budanov)는 “러시아가 프리고진의 우크라이나 정보국과의 비밀 회동과 아프리카에서 그들의 장교들과 만난 세부 사항을 인지했을 것으로 예상했다”라고 적혀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실이 미국의 언론을 통해 공식적으로 공개되었을 때, 크렘린궁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의 문제다. 일단 크렘린궁은 프리고진과 우크라이나 정보국과의 비밀거래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프리고진의 신뢰추락, 어디로 불똥튈까?]


WP는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정보당국과 비밀거래를 시도했다는 문건과 관련해, 프리고진에게 직접 질문을 했을 때,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보도했다.


오히려 프리고진은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WP가 밝힌 정보를 확인해 줄 수는 없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정보책임자인 부다노프와 지금 아프리카에 있으며, 나는 숨길 것이 없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크렘린궁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상 적과 내통하고 특히 러시아군의 핵심 공격 표적까지 제공하겠다고 나선 프리고진을 그냥 묵과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푸틴의 딜레마가 있다. 현재 드러난 사안으로 보면, 반역죄가 분명하고 당장 체포해야 하지만, 그렇게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경우, 가져올 후유증 역시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크렘린궁이 프리고진에 대해 강경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당장 바그너그룹이 바흐무트에서 철수할 경우, 우크라이나의 봄공세와 맞물려 러시아군은 엄청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푸틴의 용병으로서 아프리카에서 공작중인 모든 사업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바그너의 지적, “러시아군 형편없다!”]


이렇게 크렘린궁이 난처한 상황에 빠져 있는 가운데, 프리고진이 최근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추락한 러시아 군용기가 러시아군의 오인 사격으로 격추됐을 가능성을 시사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AP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전날 러시아 군용기 4대가 추락한 지점을 가리키면서 “네 대의 비행기가 추락한 지점들로 원을 그리면 반경이 40㎞이고, 해당 지점들은 정확히 원 안에 있다”며 러시아 방공체계가 추락에 관여했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프리고진은 이어 “어떤 방공 무기가 이 원의 중심에 있을 수 있는지 인터넷에 찾아보고 스스로 답을 내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추락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앞서 러시아 타스 통신 등은 지난 13일 우크라이나 북동부와 인접한 러시아 브랸스크 지역에서 수호이(SU)-35, 수호이(SU)-34 전투기 각 1대와 Mi-8 헬기 2대 등 모두 4대의 군용기가 추락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영상에는 하늘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숲에 떨어진 잔해에 불이 붙은 모습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타스 통신은 응급구조 당국이 엔진 화재를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휴대용 대공 미사일로 해당 항공기들을 공격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유리 이흐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14일 자국 TV 방송에 출연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군용기 추락에 관여했다는 일각의 주장을 부인했다.


그렇다면 프리고진의 주장에 상당한 설득력이 생긴다. 그렇다면 프리고진이 구태여 이런 상황을 지적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프리고진은 푸틴에게 과연 적일까, 아군일까? 아마도 푸틴도 헷갈리는 질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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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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