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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바그너 수장에 조롱당한 푸틴, 러시아 정예부대는 궤멸 - 바흐무트서 궤멸당한 러시아 정예부대 - 바그너 수장 프리고진, 이번엔 푸틴 조롱 파문 - 프리고진과 푸틴의 관계가 한계점에 도달
  • 기사등록 2023-05-12 05: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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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무트서 궤멸당한 러시아 정예부대]


우크라이나의 동부 바흐무트에서 러시아의 최정예부대인 제72자동소총여단이 궤멸을 당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본격화된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이런 시점에 바그너그룹 수장인 에브게니 프리고진은 푸틴 대통령을 조롱하고 나섰다. 이렇게 지금 러시아 상황은 갈수록 혼돈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가 이날 바흐무트 일부 지역에 있던 러시아 72여단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궤멸당했고, 또한 2㎞ 이상 후퇴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아조우연대의 안드리 빌레츠키는 “실제로 바흐무트 전선에서 러시아 제72여단 예하 6대대와 7대대가 거의 전멸했고 정보부대도 격파당했다”고 전했다. 빌레츠키는 이어 “러시아군이 사용하던 전투차량 다수가 파괴되고 병력 상당수도 포로로 잡혔다”면서 “러시아 72여단을 격퇴하는데 성공한 작전이 폭 3㎞, 깊이 2.6㎞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 이뤄졌으며, 러시아 점령군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됐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 당국과 러시아 민간 용병업체 바그너그룹 등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현지에 투입한 보병여단이 무너지면서 바흐무트 남서부 약 7.7㎢를 포기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바그너 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Yevgeny Prigozhin)은 9일(현지시간) “바흐무트에서 우리(러시아군)가 퇴각하고 있다”며 “제72여단은 오늘 아침 3㎢를 버렸고, 그곳에서 병력 500명가량을 잃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군 여단은 통상적으로 수천 명의 병력으로 편성되는데, 러시아 측은 제72여단이 괴멸적 타격을 입고 진지를 포기했다는 보도에 아직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군 당국은 10일 제3강습여단 2대대 장병들이 러시아군 72여단 예하부대 주둔지를 습격하는 장면을 영상에 담아 소셜미디어에 공개했고,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러시아군이 바흐무트에서 도망치는 장면을 트위터를 통해 올렸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도 10일(현지시간) “바흐무트와 인근 지역에서 T-72 전차를 앞세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인해 러시아군이 도망치는 모습이 목격됐다”면서 “이번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은 최근 몇 달동안 가장 기록적인 진격이 될 것”이라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우크라군의 공격으로 인해 러시아군 내에서는 적전 분열 양상도 보인다”면서 “러시아 정규군과 바그너그룹 용병간에 서로 통신도 단절되면서 협조도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NYT는 “러시아군의 퇴각이 사실로 확인되면, 2개월 전 우크라이나가 바흐무트 핵심 보급로에서 러시아군을 격퇴한 이래 가장 중요한 성과로 기록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NYT는 “바흐무트를 둘러싼 전투가 우크라이나가 예고해온 '대반격'의 일환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공세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흐무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절대 사수 지역으로 꼽혔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아직도 선전하고 있다는 상징적 지역으로 여겨져 왔었다. 또한 바흐무트는 러시아가 자국 영토로 병합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를 완전히 장악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충지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지난해 후반부터 러시아 정규군과 바그너 그룹을 투입해 9개월째 사수작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러시아가 바그너 용병들을 앞세워 이곳 중심지를 3면 포위해 함락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됐지만, 우크라이나군의 끈질긴 저항과 최근 봄철 대공세에 맞춰 병력이 보강되면서 러시아군의 장악력이 크게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바흐무트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의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지역) 공세는 실패했다”며 “러시아는 (최근 한동안) 실제 전략적이고 중요한 지역을 어느 곳도 점령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바그너 수장 프리고진, 이번엔 푸틴 조롱 파문]


바흐무트에서 러시아 정예부대가 궤멸당하고, 또 전격 후퇴를 한 것에 대해 러시아 용병대인 바그너그룹의 수장 에브게니 프리고진은 우선 격렬한 불만을 토해냈다.


CNN은 10일(현지시간) “바그너그룹의 프리고진이 러시아 정규군의 행동에 대해 격렬하게 비난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이 시작되자 러시아 여단은 싸울 의지도 없이 너무 쉽게 퇴각했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프리고진은 이어 “러시아 핵심 여단이 너무 쉽게 방어지역을 포기함으로써 바그너그룹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며 “지금 바흐무트에는 바그너그룹 외에 러시아 정규군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프리고진은 또한 “최근 국방부가 탄약 지원을 충분히 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전달받은 것이 없다”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이러한 불만 때문이었을까? 프리고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겨냥한 비난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해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10일(현지시간) 프리고진이 전날 공개한 영상에서 “한 행복한 할아버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문을 연 뒤, 이 '할아버지'가 구체적으로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은 채 “그가 옳다면 신이 모두를 축복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할아버지가 완전히 얼간이(asshole)라는 게 드러난다면”이라며 독설을 이어갔다.


프리고진은 이어 “바그너그룹은 지금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 탄약이 부족해 고전을 겪고 있다”면서 “‘할아버지’가 러시아를 재앙으로 이끌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프리고진이 이 영상을 공개한 시간도 화제다. 푸틴이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행사에서의 연설 및 열병식 직후 올렸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프리고진이 지목한 ‘할아버지’는 푸틴임이 분명하다. 러시아 반정부 인사인 올가 로마노바도 “푸틴 대통령이 정부 비판자들 사이에선 '벙커의 할아버지'로 불린다”고 짚었다.



또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동유럽·구소련 탈공산주의 변혁을 연구하는 블라드 바흐넨코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할아버지는 분명 푸틴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승절 행사로 바빠서 프리고진의 발언을 보지 못했다며 논평하지 않았다.


이렇게 논란이 확산되자 프리고진은 할아버지의 정체를 묻는 언론의 질문에 ”국방차관에서 해임된 뒤 바그너그룹에 합류한 미하일 미진체프, 우리에게 포탄을 공급해야 하는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소셜미디어에서 우리에게 포탄 상자를 제공한 나탈리야 힘 등이 선택지(할아버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프리고진이 그동안 러시아 고위 관리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판을 자주 쏟아냈지만 푸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공격적인 발언을 한 적은 없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5일 영상에서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게라시모프 군 총참모장을 ‘인간 말종들’이라고 부르면서, 바그너그룹에 충분한 탄약을 제공하지 않은 죄로 “지옥에서 불에 탈 것”이라는 욕설을 퍼붓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푸틴을 입에 담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프리고진이 이젠 푸틴을 직접 공격 대상으로 입에 올렸다는 것은, 러시아내의 군부 갈등이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푸틴의 요리사’로서 푸틴에게 충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군부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이젠 프리고진이 푸틴과도 등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뉴스위크는 10일(현지시간) “이번 '할아버지' 발언으로 프리고진과 푸틴의 관계가 한계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의 선임연구원이자 정치분석회사 R. 폴리티크의 창립자인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최근 프리고진이 공개한 영상들로 미뤄볼 때, 프리고진이 푸틴과 직접 접촉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그가 분노와 반대 의견을 표현할 수단이 이처럼 공개적인 것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이와 함께 마흐넨코(Mykhnenko)는 뉴스위크에 “프리고진이 전쟁을 이용해 경제적·정치적 자산을 축적하려고 했고, 크렘린궁은 그의 영향력을 축소하려고 노력해 왔다”면서 푸틴의 전적인 지원을 받았던 전쟁 초기와는 달리 크렘린궁이 프리고진의 야망을 감지한 이후로 상황이 바뀌었을 것이란 추측을 내놓았다.


마흐넨코는 이어 “해임된 군 지도부가 바그너그룹에 합류한 것을 두고 프리고진은 권력 입지가 강화된 것으로 생각했겠지만, 이는 크렘린궁이 바그너그룹을 차지하려는 전주곡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푸틴은 프리고진을 굴복시킬 것인지, 아니면 프리고진의 공세에 고개를 숙일 것인지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러시아 군부내 갈등은 지금 이렇게 앞날을 예측할 수 없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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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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