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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캐나다를 손에 넣으려 한 중국, 기밀 들통나면서 정면충돌 - “중국, 캐나다 민주주의 무너뜨리려 했다” - 갈수록 커지는 파장, 경제이슈로 확대 - 캐나다, “중국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것” 선언
  • 기사등록 2023-05-11 04: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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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캐나다 민주주의 무너뜨리려 했다”]


캐나다와 중국간의 분쟁이 날로 확대되면서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다. 특히 중국은 대놓고 캐나다를 협박하고 있고, 이에 대해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는 겁먹지 않을 것”이라며 정면대응을 예고하고 나서 파열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현지시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중국의 정치개입 의혹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했다”면서 “외국의 내정간섭으로부터 캐나다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캐나다는 캐나다 정부의 화웨이 창업주 딸 구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공개 설전, 중국의 캐나다 총선 개입 의혹으로 관계가 심각하다 싶을 정도로 악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또 중국 당국이 캐나다 정치인의 개인 정보 수집 등 정치개입을 한 사실이 드러나자 아예 폭발해 버렸다 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하다.


이번 사건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이 2021년 7월 작성된 캐나다 정보기관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정부가 캐나다 보수당 소속 마이클 청 연방 하원의원의 홍콩 친인척 정보를 수집했다”고 보도하면서부터다.


홍콩 출신인 마이클 청 의원은 지난 2021년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탄압을 '인종학살'로 규정하자는 결의안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중국의 '요주의 인물' 리스트에 올랐고, 결국 중국의 제재 대상자 명단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주 토론토 중국영사관 소속 자오웨이가 마이클 청 의원을 압박하기 위해, 홍콩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뒷조사하고 압박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이 확인되자, 8일 캐나다 정부는 “주 토론토 중국영사관 소속 자오웨이를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 추방한다”고 밝혔다. 또한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교장관은 성명에서 “신중한 조사 끝에 나온 결정”이라며 “우리는 어떠한 형태의 내정 간섭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캐나다에 있는 외교관들에게, 이런 행동을 할 경우 집으로 돌려보내겠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는 9일 ”주 상하이 캐나다 총영사관 소속 제니퍼 랄론드 영사를 역시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명하고 13일 이전 중국 출국을 요구했다“고 중국중앙(CC)TV가 이날 보도했다. 한마디로 외교적 맞불을 놓은 것이다. 특히 중국 측은 “추가적인 대응을 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캐나다가 무모하게 행동한다면 중국은 강력한 반격을 가할 것”이라는 식의 거친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주캐나다 중국대사관은 대변인 성명에서 자오웨이 추방 조치는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 규범, 양국 협정을 엄중히 위반하고 양국 관계를 고의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후과(後果)는 캐나다 측이 져야 한다”면서 “‘낭떠러지에서 말고삐를 잡아채 멈추기(懸崖勒馬·현애늑마)’를 권한다”고 촉구했다. 위험에 빠져야 정신을 차린다는 뜻의 현애늑마는 주로 중국이 다른 나라에 강력한 보복을 경고할 때 쓴다.


[중국의 캐나다 정치개입, 빙산의 일각]


사실 이번에 드러난 반중 정치인에 대한 중국의 개입은 그동안 캐나다에서 이루어졌던 정치개입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자유아시아방송(RFA) 중국어판은 지난 4월 3일, “중국은 지난 30여년동안 캐나다의 내정에 깊이 침투해 암약을 펼쳐왔다”고 보도해 충격을 주었다.



심지어 중국은 지난 2019년과 2021년의 캐나다 총선에도 야당 보수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트뤼도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을 집중적으로 지원했다는 캐나다보안정보국(CSIS) 비밀문건이 공개되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중국이 여당인 자유당을 지원한 것은 자유당도 중국에 대해선 원칙론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보수당이 훨씬 더 강경한 입장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2021년 총선 결과는 여당인 자유당의 신승이었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적극적인 선거 개입을 한 탓에 트뤼도 총리가 정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야당인 보수당에선 '캐나다 정부가 중국의 정치개입과 관련한 CSIS의 첩보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취지의 비판을 계속하고 있다.


다만 트뤼도 총리는 중국에 대해선 예전부터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외교관 추방사건에 있어서도 양국 정부의 공방에 캐나다 정부의 1인자인 총리까지 가세하게 되면,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중국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경우, 향후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총리가 직접 나서서 중국의 캐나다 정치개입에 대해 강력 성토까지 하게 된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캐나다 정치개입이 상상 이상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사실상 미국의 앞마당이라 할 수 있는 캐나다를 좌지우지하기 위해 ‘캐나다의 중국화’를 오랫동안 시도해 왔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결국 트뤼도 총리까지 나서서 중국의 공작에 강력하게 대응하지 아니하면, 심각한 민주주의의 손상이 올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지난해 11월 7일, “중국이 캐나다의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해 공격적인 개입을 시도해 왔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9년 총선에서 여러 후보들의 비밀네트워크에 막대한 자금 지원을 하면서 친중 후보화를 시도했으며, 불법적인 비밀경찰서까지 운영하면서 중국 출신 이민자들을 감독하고 또 조정하려 했다”고 RFA는 밝혔다.


RFA에 의하면, 중국은 후보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면서 의원을 친중화하도록 하는 작업과 함께, 의원실에 중국측이 원하는 인물을 심어 정치를 조율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도 추진했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멀로니 전 중국 주재 캐나다 대사는 “혐의가 이전에 의심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공격적”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청 의원(보수당)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SNS를 동원해 여론조작을 하고 또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강력하게 시행했으며, 심지어 여론선동 작업도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많은 정치개입들이 토론토의 주중대사관 조율하에 이루어졌다.


실제로 CSIS는 중국대사관이 직접 연관되어 개입된 후 당선이 된 의원들만 최소 11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는 거액의 금전적 지원이 있었고, 또 의원실에 비서직을 고용하도록 한 정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작업들이 중국의 통일전선부와 연결되어 있으며, 캐나다에서의 선거운동 진두지휘를 토론토에 설치된 중국의 비밀경찰서가 주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파장, 경제이슈로 확대]


일단 외교관 추방이라는 최고 수위의 외교적 파문을 당한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유력해 보이는 것이 경제보복이다. 중국은 지난 2018년 캐나다 정부가 미국의 요청으로 자국 통신기업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晚舟)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체포하자, 보복 격으로 캐나다인 2명을 구금하고 이 나라 주력 수출품인 카놀라 관련 제품 수입을 금지했었다.


이럴수록 캐나다는 더욱 강경한 반중정책을 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에 중국이 더 이상 캐나다의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을 시도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당장 캐나다는 중국의 화웨이와 경제적 협력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RFA는 지난 8일(현지시간) “캐나다의 여러 대학들이 국가 안보 수호와 지적재산권 문제 등으로 인해 중국의 거대 통신기업인 화웨이와의 협력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캐나다의 유명한 워털루대학은 지난 4월말 화웨이와의 모든 파트너십을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워털루대학교는 “다양한 법적 메커니즘, 종료 조항 및 다양한 절차를 통해 화웨이와 완전히 관계를 끊었다”고 확인했다. 이후 맥길 대학교, 토론토 대학교, 몬트리올 대학교를 포함한 캐나다의 여러 명문 대학교들이 화웨이와 새로운 연구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여러 대학들의 화웨이와의 관계단절은 지난 2월 캐나다 정부가 국가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는 외국기관 및 기업들과의 관계 정리를 요구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캐나다의 이러한 조치들로 인해 화웨이는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의 창업자인 런정페이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인공지능을 이끌고 있는 핵심 지도자들이 모두 캐나다에 있을 정도로 캐나다 대학은 훌륭하다”면서 “캐나다는 차세대 실리콘밸리가 될 것”이라고 극찬한 바 있어서다. 런정페이가 내심 캐나다의 연구인력을 화웨이의 핵심으로 삼으려 했다는 점에서 캐나다와의 절연은 못내 아쉬울 것으로 판단된다.


[캐나다, “중국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것” 선언]


트뤼도 총리가 중국과의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는 것은 중국의 보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캐나다의 정체성을 지켜 나가겠다는 점에서 주목될만 하다. 더 이상 중국의 정치개입이 캐나다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읽혀진다.


캐나다의 이러한 의지는 지금 중국으로부터 각종 위협을 받고 있는 한국에게 좋은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연일 한국이 미국으로 경사되지 못하도록 각종 훈수와 함께 협박성 발언을 서슴치 않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망동에 한국의 정치권은 물론이고, 학자들까지 손바닥을 맞춰주고 있다.


얼마 전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 인사는 “북·중·러에 둘러싸인 한국도 (여론 조작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인터넷 여론에 특히 민감한 한국은 언제든 이들의 ‘손쉬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이 맞다.


내년은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아마도 캐나다에 그러했듯이 중국은 한국의 총선에 온갖 협잡을 서슴치 않을 것이다. 한국이 중국이라는 나라에 휘둘리게 된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그렇기에 눈 부릅떠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그러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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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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