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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유럽 달래기 나선 中, ‘괘씸한 도발’에 역풍 - 꼬이는 중국의 '서방 갈라치기' 외교 - 유럽에 미소전략 펼치며 유럽 민심 다독이려 했지만... - 유럽의 대표적 친중국가들도 중국과 거리두기 나서
  • 기사등록 2023-05-11 12: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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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이는 중국의 '서방 갈라치기' 외교]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자’ 이미지로 유럽사회에 ‘매력 중국’ 이미지를 전파하면서 외교 관계를 회복하려 했던 중국의 시도가 첫걸음부터 파열음을 내면서 역풍을 맞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 “친강 외교부장이 이번 주에 독일과 프랑스, 노르웨이를 방문하면서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며 동시에 중국과 유럽연합과의 관계를 재건하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친강 외교부장의 EU방문은 첫발을 내딛은 독일에서부터 삐꺽거리기 시작했다. 지난 메르켈 총리 당시만 해도 지나치게 경사되었다고 할 정도로 친중(親中)이었던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완전히 달라졌고, 특히 숄츠 총리를 중심으로한 무지개 연정의 외무장관으로 녹색당의 ‘안나레나 베어복’이 부임하면서 중국을 대하는 태도가 反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완전히 변했다.


9일(현지시간) 친강 외교부장을 만난 베이복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중국의 중립은 러시아의 편을 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우리가 따라야 할 원칙은 피해자의 편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히는 것이라며 중국에 강력하게 경고했다.


배어복 장관은 또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에 전쟁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민군 겸용 재화를 공급하지 않도록 하라“고 중국 정부에 촉구했다.


면전에서 호되게 당한 친강 외교부장은 ”유럽연합(EU)이 러시아와 관련해 중국 기업들에 대해 제재를 도입한다면, 자국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보복 조처에 나설 것“이라며 ”만약 징벌적 조처가 취해진다면, 중국도 중국 기업들의 적법한 이익을 굳건히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대응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강은 독일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미국과 유럽간 갈라치기를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친강은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진영간 대립을 부추기는 미국을 비난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친 부장은 ”대만을 중국으로 반환하는 것은 2차 세계대전이후 국제 질서의 일부분“이라면서 ”대만해의 평화와 안정을 진심으로 바라는 누구라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고, 대만 분리독립 행보를 반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사실상 미국을 겨냥해 ”일부 국가는 신냉전을 개시하고 국제규칙을 파괴하며 이데올로기 대립을 선동하고 진영간 대립, 디커플링(탈동조화), 공급망 단절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미국이) 자국 통화의 독점적 위치를 남용해 타국에 대해 확대 관할(일국의 국내법을 역외에 적용하는 행보)과 일방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면서 ”자국의 인플레이션, 재정위기의 영향이 다른 국가에까지 미치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독일은 대꾸도 하지 않았고, 특별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베어복 장관은 지난 달 친 부장과 베이징 회담 뒤 자국 연방의회에서 “중국이 대외적으로 보이는 공격적이고 무례한 행태의 정도는 일부 충격 그 이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사실상 친강 외교부장은 미국과 유럽사이에서 서방진영 갈라치기를 시도하려 했으나 씨알도 안먹혔고 오히려 중국의 공격적 외교 본질만 드러냄으로써 유럽과의 관계 개선은 더 멀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에 미소전략 펼치며 유럽 민심 다독이려 했지만...]


사실 친강 부장이 유럽으로 가면서 사전에 중국을 향한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무례한 언행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온 주(駐)프랑스 루사예(盧沙野) 대사를 중국으로 소환한다는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루사예 대사는 지난 4월 21일 프랑스 방송 TF1 인터뷰에서 “크름반도는 역사적으로 러시아 영토의 일부였다”면서 “옛 소련 국가들의 주권을 구체화한 국제 합의가 없기 때문에 이 국가들은 국제법상 유효한 지위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유럽사회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루사예 대사의 발언 자체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할 뿐 아니라, 옛 소련에서 독립한 나라들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소위 국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사의 입에서 사실상 유럽사회 전체를 부정하는 초공격적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중국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충격은 컸다.


더더구나 옛 소련에 속했던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의 반발은 더욱 거셌다. 이에 따라 유럽의회 소속 의원 80여 명은 루사예에 대한 ‘페르소나 논 그라타’(기피인물) 지정을 촉구할 정도로 분위기는 험악했다.


논란이 확대되지 중국 외교부가 부랴부랴 “루사예의 발언은 중국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다. 당장 중국 외교부의 상부 조직인 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는 루사예의 발언을 ‘중대한 외교 사고’로 규정하면서 사태를 진정시키려 했다. 급기야 루사예의 소환을 공식적으로 흘리면서 유럽사회의 분위기를 전환하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루사예가 전랑외교의 상징이라면, 사실 친강 외교부장은 전랑외교의 대표적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전랑외교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외교적 레드라인을 넘는 독설을 퍼붓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니 유럽외교가 잘 될 턱이 없다.


[중국에 대형폭탄 투척한 EU]


이렇게 중국이 유럽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친강 외교부장이 유럽을 순방중인 이 때 EU는 오히려 중국 보란 듯이 대중국 제재를 가할 계획을 밝히면서 중국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러시아에 도움을 준 중국 기업 8곳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중국이 러시아에 직접 무기를 공급한 증거가 없다는 입장이었던 EU가 이젠 입장을 바꿔 처음으로 중러관계를 겨냥해 제재 패키지 초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에 대해 에릭 마메르 EU 집행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5일 EU 회원국들에 11차 제재 패키지 초안을 제안했다”면서 “이번 패키지는 기존 제재의 이행 및 제재 위반 여부에 초점을 두게 될 것이며, 대러 수출 부분을 들여다 볼 것이고, 우리는 다른 나라에서 (제재 대상 품목이) 러시아로 유입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부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제3자 제재도 초안에 포함됐다는 것으로 읽힌다.


현재 집행위 초안에는 중국 소재 기업 최소 7곳에 대한 핵심 기술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업 중 일부는 이미 미국의 제재 목록에 올라가 있다.


이러한 EU 집행위의 대중국 제재방안에 대해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블룸버그는 9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유럽연합의 대중국 제재가 현실화할 경우 보복성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러 협력을 이유로 중국에 대한 불법 제재나 '확대관할(long arm jurisdiction·일국의 법률 적용 범위를 나라 밖까지 확대하는 것)'을 하는 것에 결연히 반대한다”면서 “보도가 사실이라면 유럽의 행태는 중국과 유럽의 상호 신뢰와 협력을 엄중히 훼손하고 세계의 분열과 대항을 심화시킬 일로,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미 대 중국 제재안을 내놓은 EU는 어떤 방식으로든 대중국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런 일이 현실화된다면 중국 또한 이에 대처하는 차원에서 강력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국의 EU 관계회복은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유럽의 대표적 친중국가들도 중국과 거리두기 나서]


이런 가운데 유럽사회에서 대표적 친중국가였던 이탈리아와 독일이 사실상 중국과 거리두기를 하는 정책을 꺼내들면서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9일(현지시간) “G7국가중 유일하게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던 이탈리아가 올 연말안에 탈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블룸버그는 “이탈리아가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탈퇴 방침을 이탈리아를 방문했던 캐빈 매카시 하원의장에게 이미 알렸다”면서 “그동안 중국에 지나치게 경사되어 왔던 이탈리아가 중국과 거리두기를 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멜라니 총리의 외교 고문들이 일대일로 탈퇴시 중국의 경제보복을 우려해 탈퇴 시기 등을 논의하고 있으며, 오는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정상회의 전까지는 공식적으로 다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도 ‘원자재 탈중국’을 외치면서 중국산 광물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본격적인 조치에 착수했다. 독일은 우선 1996년 이후 27년간 폐쇄됐던 케퍼슈타이게 광산을 다시 사용하기로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렇게 유럽사회는 중국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문제는 유럽이 중국에게 있어서 가장 큰 시장이라는 점이다. 흥미로운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엄청난 고통을 겪었던 유럽사회가 중국과도 거리두기를 하면서 중국의 무역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지난 1년여동안 빠르게 중국으로부터의 무역독립을 시행해 왔다.


이렇게 되면 중국이 경제의 규모를 무기로 한 무역보복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로써 중국은 유럽으로부터도 디커플링을 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중국의 막무가내식 외교가 자초한 결과다. 그런데도 중국은 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아직도 큰 소리를 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앞날이 훤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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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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