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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시아 전승절의 대반전, 러시아 붕괴 위기감 드러낸 푸틴 - 전승절에 긴장한 러시아, 푸틴 “진짜 전쟁 벌어졌다” - 전승절 행사도 대대적 축소, 러시아의 두려움 표출 - 푸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이라 공식 사용, 위기감 표출
  • 기사등록 2023-05-10 05: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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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절에 긴장한 러시아, 푸틴 “진짜 전쟁 벌어졌다”]


전승절을 맞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수세적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했지만 오히려 러시아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노출시키면서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78주년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 엘리트들이 증오와 러시아 혐오를 퍼뜨리고 있다”라며 “러시아를 상대로 진짜 전쟁이 벌어졌다”라고 말했다


9일 모스크바 중심 붉은광장에서 개최된 전승절 기념식은 소위 ‘특별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는 푸틴의 속내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푸틴은 이날 연설에서 그동안 사용해 오던 ‘특수군사작전’이라는 용어 대신에 “우리 조국을 상대로 실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공식적으로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푸틴은 이어 “러시아의 적들은 우리의 붕괴를 바란다”며 “그들은 우리나라를 파괴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이어 “소련 국민들이 나치 독일에 대한 승리에서 했던 역할을 기억한다”면서 “조국에 대한 사랑보다 강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서방이 증오와 러시아 혐오를 퍼뜨리고 있다”며 “그들은 누가 나치를 물리쳤는지 잊어버렸다”고 말했다.


푸틴은 또한 “우리는 국제 테러리즘을 물리쳤으며,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지) 돈바스 국민을 지키고, 우리의 안보를 지킬 것”이라며 “문명이 결정적인 전환점에 섰다. 지구상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우리도 평화와 자유, 안정의 미래를 바란다. 어떤 우월적 사상도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푸틴은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은 (친서방 세력의) 쿠데타와 서방의 야망에 인질로 잡혀 있다”며 “그들은 소련 군인들의 기념비를 파괴하고 나치를 숭배한다”는 황당한 궤변을 꺼내 들었다. 푸틴의 이날 연설은 10분간 진행됐다.


분명한 것은 푸틴의 연설 한 문장 한 문장들이 모두 거짓 주장이라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푸틴이 지금 얼마나 엄청난 위기를 느끼고 있는지도 그대로 표출했다.


푸틴은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빚어진 전쟁임에도 불구하고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도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방진영이 러시아를 파괴하려 한다고 했다. 이는 주객이 전도된 완전한 거짓이다. 푸틴은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서방진영이 러시아를 침공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더불어 우크라이나를 나치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이기도 했다. 당연히 이는 전혀 근거도 없는 것이지만 오히려 나치적 행태는 푸틴이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가장 주목해야할 대목은 푸틴이 직접 ‘러시아의 붕괴 가능성’을 거론했다는 점이다. 물론 “적들이 우리의 붕괴를 바란다”고 말한 것이지만 푸틴이 지금 그만큼 심리적 압박감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어서 주목을 끈다.


[푸틴의 ‘전쟁’ 용어 사용 의미]


사실 푸틴이 이번에 처음으로 ‘전쟁’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지난해에도 무심결에 전쟁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는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실언이었을 뿐 이제까지 한번도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으로 규정한 적도 없었다. 심지어 러시아 의회는 일반인들이 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경우 체포·구금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기도 했다.


그동안 러시아가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특수군사작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우선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길어야 한달 이내에 끝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괜히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러시아 국민들에게 심적 부담을 안겨 주는 것을 꺼려 했다는 의미다.


또한 우크라이나 침공 자체를 외국과의 전쟁이 아니라 국내적 문제로 취급하면서 잃어버린 영토 회복 개념에서 다루기를 원했다. 푸틴의 주장에 의하면, 우크라이나는 어차피 러시아 영토였기 때문에 이를 회수하기 위한 것이어서 전쟁이 아니라는 것이고 그래서 러시아 국민들은 이에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구태여 특수군사작전이라는 모호한 용어를 사용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결국 푸틴이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은 지금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이 국가의 위기를 초래할만큼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고 동시에 우크라이나 침공 사건을 이젠 국가적 차원에서 정면 대응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일 것이다.


이렇게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은 이제 전쟁 대응 방식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한다. 당연히 러시아가 이젠 전시체제로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총동원령을 포함해 국가가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될 것임을 예고한다.


푸틴은 이러한 전시동원령을 내릴 준비를 이미 해 놓고 있었다. 지난 4월 27일 워싱턴포스트(WP)가 유출된 기밀문서를 근거로 “러시아가 대중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병력 수십만명을 추가로 모집하고자 애쓰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유출 기밀문건에는 지난 2월 중순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올해 중 병력 40만명을 '조용히 모집하겠다'라고 제안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를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WP는 러시아가 대중의 불만을 크렘린궁으로부터 돌리기 위해,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모병 캠페인을 추진하고 수감자의 정규군 차출을 지속하고 있다는 다른 기밀문건의 내용도 소개했다.


러시아 당국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은 지난해 9월 부분 징병시 러시아 국민들의 반응이 너무나도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우크라이나 침공을 아예 전쟁으로 규정하면서 국가 위기 분위기를 조성해서 아예 대놓고 추가징병을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또한 전쟁이 공식적으로 선포됨으로써, 계엄령을 통해 국가 전체를 우크라이나전을 위한 동원체제에 편입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승절 행사도 대대적 축소, 러시아의 두려움 표출]


사실 5월 9일은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을 상대로 승리한 날을 기념하는 러시아의 최대 국경일이다. 그래서 매년 이날 각국 정상을 초청한 가운데 군사퍼레이드와 신무기 공개 행사를 펼쳐왔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 속에서 행사가 치러졌다. 예년에는 러시아의 현대 전투 장비가 동원돼 러시아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장으로 활용되었고, 공중에는 신예 전투기와 전략폭격기, 그리고 헬리콥터 등이 등장해 위용을 과시했다. 그런데 올해 행사는 분위기부터가 완전히 달랐다. 축제 형식이 아니라 국내 분위기를 다잡는데 주목적이 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일단 전통적인 공중 비행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기습 공격을 우려해 취소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NYT에 의하면, 전승절을 위해 붉은 광장에 전시된 전차는 구소련의 T-34 한대뿐이었으며, 열병식에서도 대공방어시스템, 탄도미사일 방어시스템, 장갑차 등을 공개했지만 최신예 고급 탱크도 없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해 “이렇게 부족한 장비로 구태여 퍼레이드를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평가했다.


CNN도 이날 “러시아 군대의 강인함을 보여주려 시도했던 군사 퍼레이드는 오히려 러시아군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실패작”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엄청난 무기를 잃었고 또 전장에 파견 나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대폭 축소해서라도 열병식을 거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민들이 2차대전 참전용사들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는 전승절의 하이라이트인 '불멸의 연대' 행사도 여러 지역에서 취소됐다. "테러 국가에 상대하고자 혹시 모를 공격에 대한 예방 조치"라는 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NYT는 “전쟁 중에 많은 인파가 모이면 사회 불안과 소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러시아 내부의 두려움이 행사 취소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NYT는 “우크라이나의 공격 가능성과 내부 소요 사태 등에 대한 우려도 한몫을 했다”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상징과도 같은 전승절 행사가 대폭 축소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전체적으로 이렇게 열병식 행사는 대폭 축소되었지만 열병식장의 경계는 한층 강화됐다. 특히 모스크바 상공에선 드론 사용이 금지됐고, 만의 하나 발생할지 모르는 드론 습격을 막기 위해 경찰에도 드론 탐지용 쌍안경을 지급했다.


모스크바를 포함한 최소 15개 도시에선 드론 비행을 막기 위해 위성항법장치(GPS) 신호를 교란하는 전파방해 작업도 실시됐다. 이로 인해 모스크바 시민들은 도심에서 일시적인 차량 공유서비스 이용 장애 등의 불편을 겪었다.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선 행사용 군용기 비행을 아예 취소했다.


[전승절 맞불, 젤렌스키 ‘유럽의 날’ 지정]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승절에 맞서 우크라이나에서는 앞으로 5월 9일을 유럽이 기념하는 ‘유럽의 날’로 지정하겠다고 전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날 폴란드에서 기차를 타고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행 기차에서 기자들과 만나 “5월 9일을 유럽의 날로 지정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결정을 매우 환영한다”며 “우크라이나는 우리 유럽 가족의 일부”라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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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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