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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우크라이나 대공습 예고, ‘미친 패닉’에 빠진 러시아 - 우크라 공격 가능성에 긴장하는 러시아 도시들 - BBC, "러시아, '미친 패닉'에 빠져 있는 상황" 보도 - 러시아 전승절 행사, 군 손실 드러내는 자충수 될 수도..
  • 기사등록 2023-05-09 12:32:00
  • 수정 2023-05-09 12: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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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전승절 앞두고 우크라 대공습 예고]


모스크바에서의 전승절 퍼레이드를 앞두고 우크라이나가 대공세를 예고하자 러시아 전역에 전에 없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즉각 국가안보회의를 열고 대응에 나섰지만 위기감 고조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가디언은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전승절을 앞두고 대대적인 공세를 시작할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주재로 지난 5일(현지시간) 국가안보회의를 열고 국방·안보 기관 수장들과 9일 전승절 열병식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매년 5월 9일의 전승절에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열병식을 열어 왔지만 해당 준비 상황을 국가안보회의 의제로 올리고 이를 푸틴 대통령이 직접 논의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우크라이나의 대공세 가능성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전승절은 구소련이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 나치 정권에 항복을 받아낸 날을 기념하는 행사다. 러시아인들이 ‘애국전쟁’이라 부르는 1945년 종전일을 푸틴은 그동안 23년간 집권하면서 러시아 정체성을 고취시키는 중요한 행사로 지켜 왔었다.


승전기념 행사는 러시아 전역에서 열리지만 크렘린궁에서 열리는 기념 퍼레이드는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행사로 여겨왔다. 그렇기 때문에 푸틴은 이날을 일년 중 가장 중요한 날로 여겨왔었다. 나치 독일을 물리친 후계자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고취시키는 계기로 삼아 왔기 때문이다.


당연히 전승절 행사를 통해 푸틴이 특수군사작전이라 부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여전히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러시아 국민들에게 과시하는 자리로 만들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바흐무트를 점령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도 바로 이번 전승절에서의 승리를 선포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 2~3일간 우크라이나의 각 도시들에 대대적인 포격을 가하면서 전승절 분위기 다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가디언은 한 모스크바 시장실 관계자의 말을 빌어 “모스크바에 이전에 본 적 없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며 “그럼에도 전승절 행사는 치러야 한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크라 공격 가능성에 긴장하는 러시아 도시들]


이렇게 우크라이나의 대대적인 반격에 대비해 러시아 전역이 출렁거리고 있다. 일단 모스크바는 시내 전역에서 드론 사용을 금지하고 GPS신호를 교란하기 시작했다. 현재 모스크바에서는 도로 한 가운데를 지나는 택시가 마치 강 위를 질주하는 듯 엉뚱하게 노출되고 있다. GPS교란 때문이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방해하기 위한 사전 작업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모스크바의 경찰들에게는 쌍안경이 배급됐다. 드론 관찰용이다.


러시아 전승절에 맞춰 러시아 내에서 우크라이나의 사보타주(고의 파괴 공작)·테러 공격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자 러시아 각 지역들 역시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8일(현지시간) 프리마메디아 등 러시아 지역 매체들에 따르면, 러시아 서부 탐보프주는 도시 중앙에 있는 레닌 광장에서 여는 전승절 행사를 관중 없이 치르기로 했다. 탐보프주는 또 공식 불꽃놀이 행사를 취소하고, 당일 주민들이 불꽃놀이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금지했다. 당국은 행사장에 나오지 못하는 대다수 시민을 위해 전승절 열병식 행사를 지방정부 웹사이트나 지역 TV 채널 등에서 중계할 방침이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러시아내 14개 지역이 전승절 행사를 아예 취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지역 대부분은 수도 모스크바와 인접한 러시아 남부·서남부에 위치해 있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접경지 정반대 편에 있는 극동 지역 도시들도 다양한 보안 대책을 마련했다는 것은 지금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준다.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시는 전승절 주요 행사가 펼쳐지는 중앙광장으로 통하는 길목 9곳에 금속탐지기를 설치·운영한다.


[전승절 행사, 자충수 될 수도...]


그런데 러시아의 전승절 퍼레이드가 자칫 러시아의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7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723대의 탱크, 1만여대의 장갑차량이 파괴된 러시아 입장에서 과연 이번 전승절 행사에 어떠한 무기들을 들고 나올지도 관심거리다.


가디언은 이와 관련해 “전승절 퍼레이드에서 나오게 될 러시아의 무기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러시아군의 피해상황과 현재 러시아군이 어느 정도의 압박을 받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전승절 퍼레이드에 동원할 무기들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전장에 배치된 것들까지 행사에 동원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동원병 병력들은 계약직 군인들이 아닌 징집병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여 예년과 상당한 수준 차이도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내에서의 테러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사실상 전승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세계대전 참전용사 친척의 초상화를 들고 엄숙하게 행진하는 ‘불멸의 연대 행진’도 취소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랜드연구소의 선임 정책 연구원 다라 마시코트는 “(러시아내 테러 위험과는 별도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사한 사람들의 초상화를 가져와 행렬에 참가할 경우, 후유증이 클 수도 있어서 아예 이 행사를 열지 않게 된 것”이라 설명했다.


결국 이번 전승절 행사는 현재 러시아군이 처해 있는 상황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장(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자칫 자충수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볼 수 있다.


[푸틴은 전승절에서 무슨 말을 할까?]


또 하나의 관심사는 푸틴이 과연 올해 전승절 행사에서 무슨 말을 할 것인가의 여부다.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군대를 도살자, 살인자라 부르면서 “나치가 세상에서 설 자리가 없도록 할 것”이라며 “승리는 1945년처럼 우리 것이 될 것”이라는 황당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가디언은 “올해 전승절에서 푸틴은 제2차 세계대전과 특수군사작전을 비교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나치 독일의 후계자라는 프레임을 씌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친 패닉’에 빠진 러시아]


지금 러시아는 승전기념일이라는 행사보다 당장 불어닥친 위기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하다. 이는 ‘봄철 대반격’을 예고해왔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전승절에 대대적 공습을 감행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보인다.



BBC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국가안보회의가 열린 5일 에네르호다르를 비롯한 자포리자주 내 18개 도시에 대피령을 발령하기도 했다. 이날 대피령이 내려진 곳들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인근 지역들이다.


이로 인해 자포리자를 빠져나가려는 차량 수천 대가 도로에 몰리며 약 5시간 동안 교통이 정체되기도 했다. BBC는 이를 ‘말도 안 되는 패닉(mad panic) 상태’라고 묘사했다. 실제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자포리자 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질 경우, 원전 역시 위험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엔 핵 감시단은 “심각한 핵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자포리자 원전은 전력을 생산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어서 만약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에 충돌이 생길 경우,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IAEA는 이에 대해 “자포리자 상황이 점점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원전 직원들이 거주하는 인근 마을 에네르호다르의 주민들은 이미 대피가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현재 자포리자 원전을 비롯한 자포리자 지역 대부분은 러시아군이 장악하고 있지만 드니프로 강 건너 북동쪽은 우크라이나군이 장악하고 있어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바흐무트에서 탄약 부족 등을 이유로 몇 번씩이나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던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이 이를 다시 번복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군 수뇌부가 탄약을 충분히 보급해 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7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우리는 추가 작전을 계속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탄약과 무기를 약속받았다“며 ”적의 보급로 차단 시도를 저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배치될 것이라는 약속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바그너 그룹이 바흐무트에 계속 머물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프리고진은 “바그너 그룹의 작전에 관한 모든 결정은 세르게이 수로비킨 육군 장군이 내릴 것”이라며 “그는 싸우는 방법을 아는 유일한 장성”이라고 말했다. 프리고진이 지지하는 수로비킨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휘하는 총사령관으로 임명됐으나 불과 3개월 만인 올해 1월 초 전격 교체됐다.


이러한 프리고진의 발언은 또다시 러시아군 지도부를 뒤흔드는 것이어서 과연 군부간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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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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