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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병력·무기 고갈된 러시아, ‘러시안룰렛’ 꺼내든 푸틴 - 美, “러, 병력·무기 모자라 올해 대공세 불가능” - 남은 병력도 오합지졸, 점령지 사수도 쉽지 않다 - 한계 다다른 러시아 푸틴, 결국 '러시안룰렛' 꺼낸듯
  • 기사등록 2023-05-06 12: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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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 병력·무기 모자라 올해 대공세 불가능”]


러시아가 막다른 길에 몰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쟁을 계속 치러야 하는데 정작 그러기 위해서는 병력도, 장비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푸틴이 핵전쟁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미 러시아의 자작극으로 굳어져 가고 있는 크렘린궁 드론 폭발사건도 이렇게 모든 자원이 고갈되어 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대전환을 위한 설정이 아닌가하는 추측도 나온다.



CNN은 4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내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ODNI)의 애브릴 헤인스(Avril Haines) 국장이 “러시아가 군수품과 병력 부족으로 올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공세에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그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러시아가 올해 주요 공세 작전을 펼치지 못할 것 같다고 내다본 것이다.


헤인스 국장은 이어 “러시아가 강제 징병을 시작하지 않고 이란 등으로부터 기존 공급량을 넘어서는 상당한 양의 제3자 탄약 공급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적당한 수준의 공격 작전조차 유지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야망을 축소해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의 점령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이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을 승리로 간주하면서 휴전을 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분석했다.


헤인스 국장은 그러면서도 크렘린궁내의 정치적인 요인들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러시아가 올해 휴전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반격과 관련해서는 러시아군이 새 방어진지를 준비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이전 3개월 중 어느 때보다 영토를 더 적게 확보했다고 헤인스 국장은 설명했다.


[남은 병력도 오합지졸, 점령지 사수도 쉽지 않다]


헤인스 국장의 지적대로 지금 러시아군의 병력자원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너무나도 많은 사상자를 냈기 때문이다. 미 정보당국이 밝힌 바처럼 지난 12월 이후 러시아군의 전사자는 2만명을 넘으며 부상자까지 합치면 10만명을 뛰어넘는다. 이러한 희생자가 주로 발생한 지역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바흐무트이다. 이 정도 되면 전투군대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정도로 손상을 입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일(현지시간) “지난해 2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군의 사망자와 부상자수는 36만명을 뛰어 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로인해 러시아군의 사기가 극히 저하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합참의장인 마크 A. 밀리(Mark A. Milley) 장군도 2일자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이번 전쟁에서 전체적으로 200,000~250,000명의 사망자와 부상을 입었다”면서 “러시아군의 사상자가 이렇게 늘어난 것은 훈련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데다 장비도 부족한 상태로 무작정 전장에 투입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열악하다보니 러시아군의 사기는 완전히 땅에 떨어져 있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 공개한 정보브리핑을 통해 “탈영병 속출에 만취 전투까지…. 러시아군이 병사들의 이런 심각한 기강 해이에 몸살을 앓고 있다”면서 “급기야 문제 병사를 땅 구덩이 속에 넣는 등 중세 시대에나 했을 법한 가혹한 처벌로 내부 단속에 나섰다”고 밝혔다.


심지어 “최근 몇 달간 러시아군 지휘관들이 규율을 위반한 병사들을 구덩이 모양의 '진단(Zindan)'에 구금하는 방식으로 처벌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처벌은 음주나 탈영, 명령 불복종 등 군 기강을 해친 병사들에게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하 감옥을 뜻하는 페르시아어에서 유래한 '진단'은 땅을 파고 그 위를 쇠창살로 막아 급조한 구덩이 형태의 임시 감옥으로 러시아 제국 시절부터 쓰인 처벌 수단의 일종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20세기 초 중앙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진단에 감금됐다는 사진 기록도 남아 있다.


러시아군내의 이러한 처벌 상황은 러시아 독립 매체 아스트라도 “음주 문제를 일으킨 러시아군 장병이 진단에 갇혀 있는 모습을 포착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이들은 러시아 남서부 사라토프 지역에 있는 99연대 정찰대 소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러시아군은 이렇게 말도 안되는 방식으로 병사들을 처벌하는 것일까?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이처럼 군기 잡기에 나선 건 우크라이나 전황이 불리해진 것과 관련이 있다”면서 “전쟁 초기 몇 개월만 해도 러시아군 지휘관 상당수는 징집을 거부한 군인들을 조용히 귀국시키는 등 규율을 집행하는 데 있어 비교적 가벼운 접근법을 택했지만, 지난해 가을부터 주요 전선(북동부 하르키우와 남부 헤르손)에서 밀리면서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밝혔다.


이러한 군 통솔방식은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이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에 임명된 이후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으로 부임한 직후, 참전한 러시아 군인 전원에 비공식 군복과 민간 차량, 휴대전화 사용 등을 금지하고 머리와 수염을 짧게 깎으라고 명령하는 등 군 기강 세우기에 나선 바 있다.


문제는 상부의 이러한 군기잡기가 하부 조직에서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워낙 전투병력에 대한 처우가 좋지 않고 환경 또한 열악하다보니 러시아군 장병의 일탈과 사기 저하가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군 사상자 가운데 일부는 음주 등 전투와 상관없는 원인으로 발생했다고 영국 국방부는 전했다.


러시아군의 기강해이는 이뿐만이 아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 “일부 러시아 남성들이 징집을 거부하고, 탈영하는 사례가 잇달아 보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전쟁에 동원된 후에도 전투 투입은 피하려는 병사들도 있다. 일부 러시아 병사들은 서로에게 총을 쏜 뒤, 적과의 총격전에서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중에는 장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계 다다른 러시아, 극단 선택할까?]


상황이 이렇다보니 러시아군들은 사실상 최전선을 유자하기 힘들 정도로 무질서하고 기진맥진해 있는 상태라는 것이 뉴스위크의 보도내용이다.


뉴스위크는 전쟁연구소(ISW)의 보고서를 인용해 “현재 러시아군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병력을 전선에 내보낸 상태”라면서 “러시아가 유효한 공세 작전을 펼치려면 '상당한 규모의 예비병력'을 데려와야만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시말해 우크라이나가 전열을 재정비한 상태에서 봄철 대공세를 펼칠 경우, 이를 러시아군이 적절히 방어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공세는 이미 예정되어 있다. 다만 그 시기를 언제 잡을 것인가의 결정만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에 대항할 별다른 대책이 없다.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러시아군이 전선에서 계속 밀리면서 퇴각하는 형국을 보인다면 그야말로 러시아가 뒤집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에서 크렘린궁 상공의 드론 침투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CNN은 4일(현지시간) “이번 사건으로 말미암아 러시아는 자국민들을 단결시킬 계기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날 “러시아와 미국은 공개적으로 무력충돌 직전까지 간 상태”라며 이번 크렘린궁 드론 사건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물론 이에 관련된 어떠한 증거 제시도 없었다.


그리고 러시아의 매파들은 우크라이나를 향한 핵공격 필요성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분위기 조성에 가장 앞장선 이가 바로 메드베데프다.


그런데 러시아내에서 수상한 움직임도 포착되기 시작했다. 뉴스위크는 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전략핵폭격기 TU-22M 2대가 엥겔스 기지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이에 대해 미국이 경계수준을 높였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공세에 별다른 대응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일거에 전쟁의 분위기를 바꾸고, 러시아가 판을 주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핵전쟁 위협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어찌보면 막다른 상황에서 절체절명의 도박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문제는 러시안룰렛과 같은 푸틴의 이러한 위협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푸틴과 그 측근들에 의한 핵전쟁 위협은 이미 여러차례 있어왔다. 그러나 그러한 위협을 실행하지 못한 것은 핵전쟁이 현실화될 경우 러시아 제국 자체도 무너질 수 있다고 봤기 떄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러시안룰렛을 푸틴이 또다시 들고 전쟁 종료를 위협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러한 전환점으로 크렘린궁 드론사건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러한 러시안룰렛에 대해 바그너그룹의 프리고진이 4일, “러시아가 또다시 핵전쟁 운운하는 것은 모스크바를 광대처럼 보이게 하는 어리석은 짓”이라 일소해 눈길을 끌었다고 뉴스위크가 보도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푸틴의 핵위협에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서방진영이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버틴다면 푸틴은 그 다음 수를 낼 수 있을까? 없다. 이것이 푸틴에게 곧 불어닥칠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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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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