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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반도체 곤두박질, 매출-폐업율 최악 급증 - 미국등의 제재 있는한 중국의 반도체굴기는 절대 불가능 - 시진핑, 무작정 반도체 굴기 외치지만 모든 수 써봐도 독립 불가 -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통해 만들어지는 국제 협력의 산물"
  • 기사등록 2023-05-06 05: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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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산업, 지난해 폐업 급증]


중국 반도체 산업이 세계 반도체 업황 악화와 미국 수출 규제의 영향으로 최악의 부진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이로인해 반도체 관련 업계들이 줄줄이 폐업하면서 중국 반도체의 미래마저 흔들거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 중국어판은 4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 가전 반도체 업체들은 매출과 순이익이 모두 급감하며 전체 반도체 업체 중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무선주파수 반도체 선두주자인 주성웨이(Zhuo Shengwei)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6.5%나 감소했으며, 위어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72% 감소했다. 특히 모회사에 귀속되는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88.4%나 감소했다.


이런 실적 부진으로 이들 기업의 주가는 모두 약 20~30% 하락했으며, 투자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RFA는 전했다.


다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중국 반도체 산업이 극명한 침체기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중국 기술 미디어 플랫폼인 티타늄 미디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5,746개의 반도체 관련 회사들이 문을 닫았는데, 이는 2021년 3,420개에서 68%나 증가한 수치여서 충격을 준다. 특히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가 본격화된 지난 9월부터 12월까지에는 하루 평균 15개 회사가 폐업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회사들의 폐업 수치를 비교해 보면, 지난 2019년과 2020년 각각 1천294개, 1천397개였던 것이 세계 반도체 업황이 꺾인 2021년에는 전년보다 1.4배 늘었고, 미국의 중국 상대 반도체 수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작년에 더 급속히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의 반도체 회사들이 문을 닫는 이유?]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것은 중국을 향한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강화될수록 중국당국은 대대적인 지원책을 쏟아내며 자금 지원도 대폭 늘리고 있는데, 왜 한쪽에서는 이렇게 폐업이 늘어나느냐 하는 점이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 당국의 조급증으로 인한 무대책과 무능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보면, 미국의 제재라든지 압박이 가해지면 질수록 중국 당국의 지원도 대폭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그 지원책들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또한 허투루 쓰여지는 데가 너무나 많다보니 반도체 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금도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데도 1년 지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똑같은 방식으로 다시 지원하다보니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방만지원과 부도 또는 폐업으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반도체산업을 주도하는 키워드는 시진핑의 ‘반도체 굴기’다. 시 주석이 반도체 굴기를 공식석상에서 말하기만 하면 대대적인 지원책들이 쏟아진다.


그런데 바로 반도체 굴기에 편승해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업체들이 우후죽순 설립된다. 특히 지방정부들은 그러한 업체들의 기술 수준이나 제대로 된 가능성 같은 것은 별로 따지지 않는다. 그저 사업계획서가 거창하면 바로 지정대상이 된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부패가 연동된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다보니 능력도 없는 회사들이 부지기수로 생겨나지만 제대로 개발을 해 보지도 못하고 동시에 대내외 악재를 만나게 되면 수두룩하게 무너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와 TSMC를 넘어서겠다면서 거창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우한훙신반도체(HSMC)의 몰락이다. 2017년 1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미세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를 제조하겠다며 출범한 이 회사는 중앙정부와 우한시로부터 무려 153억 위안(약 2조9천400억원)의 보조금을 받는 등 총 1천280억 위안(약 24조6천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여기에 TSMC의 미세공정 개발을 주도했던 장상이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정작 이 회사가 사실상 국가를 대상으로 사기를 친 것이 드러나면서 단 한 개의 칩도 상용화하지 못하고 2021년 6월 폐업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일은 바일비재하다. 그렇기 때문에 반도체에 관한 한 중국발 뉴스가 터져 나오면, 일단 곧이곧대로 믿으면 낭패를 당하는 수가 많다. 하기야 웬만한 언론사 기자들도 그 내막을 잘 모르면 중국발 뻥튀기 뉴스에 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별 생각도 없이 중국발 반도체 뉴스를 전하지만 이로인해 엄청난 국익손실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한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 파운드리(위탁제조) 업체 SMIC가 7나노급 반도체를 생산했다는 소식이 있었고, 또 14나노급 양산에 성공했다는 발표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 소식들이 사실일까?


한마디로 가짜뉴스다. 실상은 이렇다. SMIC가 생산했다는 7나노 칩은 한마디로 상업성이 전혀 없다. 미국이 수출을 금지한 극자외선(EUV) 대신 그 아랫급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이용해 7나노 반도체를 한번 만들어본 정도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시제품을 만들어서 상업화가 가능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만 국립 공업기술연구원 레이양 연구국장은 “DUV의 성능을 극한까지 이용하면 7나노 반도체를 만들 수 있지만, 이건 일반 자동차를 F1 포뮬러 경주차처럼 모는 격”이라면서 “수율(생산 제품 대비 양품 비율)이 낮아 원가 계산이 안 나온다”고 했다.


그러니까 SMIC가 대만의 TSMC출신의 기술자들을 대거 스카우트해 14나노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지만 어디까지나 한 번 만들어 본 시제품이고, EUV노광장비가 없는 한 대량생산 자체는 절대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 EUV장비는 지금 중국에 수출금지로 묶여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자체적으로 EUV 장비를 개발할 가능성은 1도 없다. 어쩌면 10년에서 20년 후나 가능할지 모른다. 그래서 지난해 SMIC의 매출에서 반도체 미세 공정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14나노는 ‘0’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항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산업 자체가 중국의 원천기술이 없는 서방의 기술을 들여와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중국 당국의 욕심은 엄청나다. 중국은 2014년부터 총 7000억 위안(약 139조원) 규모의 대규모 반도체기금을 조성해 반도체 독립을 밀어붙였다. 그러면서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그 목표 달성을 위해 반도체 산업에 뛰어드는 회사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금을 지원해 줬다. 이렇게 눈먼 돈에 사기꾼들도 많이 끼어 들었고,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거창한 꿈을 가지고 반도체 회사를 창업했지만, 결국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 기술 확보 실패 등으로 인해 줄도산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아무리 중국 당국이 용을 써도 반도체 굴기를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은 이를 멈추지 못한다. 왜냐고? 시진핑 주석의 어명(御名)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치 내리막길을 가는 자전거처럼 실패를 알면서도 또 지원을 하고 그런 실패들이 줄폐업으로 이어지지만 또 누군가가 창업을 하면 또 지원을 하는 그런 일들이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불과 며칠전만 해도 '경제 수도' 상하이시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 투자 강화를 위해, 건당 최대 1억위안(약 193억원)의 보조금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4월 26일, “부품·원자재, 전자설계자동화(EDA) 등 반도체 장비와 소재 관련 대규모 프로젝트는 전체 투자 규모의 최대 30% 혹은 1억위안까지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시행될 이 정책에 대해 상하이시는 '국가 전략 과제를 이행하고 첨단·지능·녹색 제조 분야에서 외국의 독점을 깨트리는 전략 신흥 산업 프로젝트'의 도입을 위해 최대 1억위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상하이시의 이러한 반도체 굴기 지원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인디언 기우제’라는 말이 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무작정 지낸다는 것이다. 지금 중국의 반도체 지원이 딱 그렇다. 될 때까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효율성이나 적정성은 따지지도 않는다.


이에 대해 관영 과기일보 편집장을 지낸 류야둥 난카이대 신문미디어학원 원장은 지난해 5월 중국 방송과의 대담에서 “반도체는 단순한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만들어지는 국제 협력의 산물”이라며 “반도체 만들기가 원자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힘을 집중해 큰 일을 이뤄내는 중국식 사회주의의 거국체제는 큰 장점이 있지만 반도체 산업 발전에는 적합하지 않다”고도 했다. 여기에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모든 답이 들어가 있다.


[그래도 시진핑은 책임이 없다!]


누가 봐도 중국의 반도체굴기가 실패한 원초적인 원인은 시진핑 주석에게 있다. 현실을 묻지도 않고 그저 목표치만 내세우면서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시진핑은 ‘무오류’다. 그렇다면 반도체 굴기 실패의 책임을 누가 져야 할까? 당연히 그 밑의 부하들이다. 그래서 줄줄이 기율위원회에 붙들려가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런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은 전문가라면 다 알지만 중국 공산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제제는 더욱 촘촘해지고 있다. 중국이 그 그물망을 벗어날 도리가 없다. 그러다보니 중국의 반도체가 생존의 위기에 몰려 있는 것이다.


올해 1분기 중국의 20대 반도체 업체들 가운데 80%가 작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감소했고, 이 중 작년에 흑자를 냈던 상당수 업체가 적자 전환했다. 이런 이유로 반도체 관련 회사들이 줄줄이 도산의 위기로 빠져든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 반도체가 기사회생할 전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아무리 시진핑이 반도체 굴기를 외쳐도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다. 지금 중국이 처한 상황이 딱 이렇다. 이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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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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