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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최악 시나리오 현실화에 두려워하는 러시아 - 크렘린궁 상공에 드론, 화들짝 놀란 러시아 - 러, 우크라 소행 주장하지만 자작극 가능성도 커 - 우크라 봄철 대공세 앞두고 젤렌스키 공격 명분일 수도
  • 기사등록 2023-05-05 04:33:30
  • 수정 2023-05-05 08: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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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궁 상공에 드론, 화들짝 놀란 러시아]


러시아인들이 그동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러시아에 연거푸 일어나면서 결국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 본토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러시아인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 준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각) “전날 밤 모스크바의 크렘린궁 머리 위로 드론 2대가 출현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러시아 당국은 이 드론들이 우크라이나에 의한 푸틴 대통령 암살 작전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크렘린궁은 “드론이 전자 레이더 자산을 사용하는 특별 시스템에 의해 비활성화되었다”면서 “계획된 테러 행위이자 대통령 암살 미수로 간주하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러시아는 언제 어디서나 보복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크렘린궁은 그러면서 “사건이 러시아 2차 세계대전 전승절인 5월 9일을 앞둔 시점에 벌어졌다”고 지적하면서 “크렘린궁 앞 붉은 광장에서 열리는 전승절 기념 군사 퍼레이드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암살 시도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은 평소처럼 일정을 계속 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푸틴 대통령 대변인은 “당시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에 없었다”며 “건물에도 피해는 없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NYT는 “촬영된 동영상을 검토해 본 결과, 지난 3일(현지시간) 오전 2시 30분경에 러시아 당국이 드론을 제거한 것으로 보이며, 그 시각 푸틴은 서쪽으로 약 20마일(약 32km) 떨어진 별도의 처소에 있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관련 동영상을 분석해 본 결과, 크렘린 상공을 비행한 드론은 쿼드콥터형으로 원로원 궁전의 녹색돔 상공으로부터 날아와 폭발해 아래 단지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크렘린궁 상공을 날다 추락한 드론은 러시아의 방공망에 의한 것이 아니라 드론 조종사의 조작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도대체 누구의 소행인가?]


러시아는 크렘린궁 상공에서의 드론 폭발 사건에 대해 우크라이나측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우크라이나측은 자신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라며 부인했다.


핀란드를 방문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북유럽 방송인 TV2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 영토에서 싸운다”면서 “우리는 그러한 공격을 수행할 수 있는 무기도 없다”고 일축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인 미하일로 포돌랴크(Mikhaylo Podolyak)도 언론 인터뷰에서 “크렘린궁 공격으로 우크라이나가 군사적으로 얻을 것도 없다”며 “러시아가 곧 대규모 테러 도발을 일으키기 위한 역공작일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포돌야크는 이어 “러시아는 지금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공세를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으며 전쟁의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가짜깃발 전략의 일환으로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전쟁연구소(ISW)도 3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 대한 무인기(드론) 테러 공격은 러시아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ISW는 이날 “공격은 내부적으로 수행됐고 계획적으로 진행됐음을 나타내는 몇 가지 지표(가 있다)”면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ISW는 우선 “러시아 당국이 최근 모스크바를 포함해 자국 내 방공 능력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면서 “따라서 드론 2대가 여러 겹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크렘린 심장 바로 위에서 카메라에 잘 포착된 멋진 이미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폭발하거나 격추됐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ISW는 이어 “이 사건에 대한 크렘린의 대응은 즉각적이고 일관되며 조율됐다”고 평가하면서 이것은 “의도된 정치적 효과가 당혹감을 능가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다시말해 사건이 일어날 것이란 걸 미리 알았다는 듯 신속하고 조율된 것처럼 대응했다는 것이다.


반면 뉴스위크는 “크렘린궁 상공 위의 드론이 러시아내의 反푸틴 세력이 저지른 일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정부는 3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 대한 드론 공격에 대해 미국은 어떠한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현지 정보로는 러시아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한 명분용 위장작전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어떠한 판단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대응은?]


현재 시점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러시아가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느냐의 문제다. 일단 크렘린궁이 이번 사건을 대대적으로 이슈화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독일 국방부에서 참모장을 역임한 국방 분석가이자 러시아 전문가인 니코 랑게(Nico Lange)는 WSJ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복 공격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그 방법 말고는 다른 옵션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 의장은 “우리는 키이우 테러 정권을 저지하고 파괴할 수 있는 무기 사용을 요구할 것”이라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현재 거론되는 러시아의 보복 방안 중 하나는 키이우의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이전에도 키이우의 대통령 집무실 공격을 여러차례 거론한 바 있었다.


러시아내의 강경 매파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3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오늘 테러 공격 이후, 젤렌스키와 그의 파벌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심지어 (우크라이나가) '무조건적인 항복 문서'에 서명하는 데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아돌프) 히틀러도 (항복할 때) 서명하지 않았다. 항상 대체자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암살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의장도 텔레그램에서 “젤렌스키 정권과는 어떤 협상도 불가능하다”며 “우크라이나 테러 정권을 멈추고, 파괴할 능력이 있는 무기를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으나 핵무기 사용을 촉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주장이다.


러시아 당국은 일단 크렘린궁 드론 공격 사건에 대한 형사사건을 개시했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러시아연방 대통령의 크렘린궁 관저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권의 드론 공격 시도와 관련해 알렉산드르 바스트리킨 연방수사위원장의 지시로 러시아 형법 205조(테러 행위)에 따른 형사 사건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복조치를 정당화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크렘린궁 드론 사건이 주는 의미]


일단 이번 크렘린궁 드론 사건이 우크라이나의 전면적인 봄철 대공세를 앞두고 나왔다는 점, 그리고 러시아의 전승절 행사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크렘린궁이 직접적인 공격을 받은 것은 지난 194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3일(현지시간), “이번 사건이 우크라이나에 의한 공격이든, 아니면 러시아의 자작극이든간에 푸틴에게는 극도로 굴욕적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는 이번 사건이 크렘린궁의 자작극이라 주장하고 있다”면서 “드론이 크렘린궁의 겹겹이 둘러쌓인 방공망을 뚫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강조했다. 만약 러시아의 주장대로 이번 크렘린 상공의 드론이 우크라이나에 의한 것이라면 러시아의 방공망, 특히 크렘린궁에 대한 방공망이 그렇게 허술하다는 것이 들통났다는 점에서 푸틴은 치욕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크렘린궁 상공에서의 드론 폭발 사건은 사실 여부가 어떠하든 러시아인들에게는 러시아의 심장부도 공격당할 수 있다는 상징성을 부여하면서 엄청난 충격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 텔레그래프의 분석이다.


어쩌면 푸틴은 우크라이나군의 봄철 대공세를 대비하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으로 대대적인 군사동원령을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지난 9월의 부분동원령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어서 아직까지 말을 꺼내지 못했는데, 크렘린궁의 드론 폭발사건을 계기로 푸틴이 암살당할 수도 있었다는 위기감을 부추기면서 공식적으로 동원령 발동을 착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러시아의 자작극이라 할지라도 러시아는 카드를 잘못 빼든 것이라는 게 텔레그래프의 분석이다. 전쟁이 시작된 지 15개월째에 접어드는 동안 흑해에서 기함인 모스크바함이 가라앉았고, 크름반도까지 포격을 당하고 있는 것을 목도하고 있는 러시아인들은 크렘린궁이 공격당했다는 사실에 경악하면서 불안에 떨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러시아 본토, 그것도 모스크바의 핵심부가 드론 공격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러시아인들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사건이 설사 러시아의 자작극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러시아의 대굴욕으로 여론이 형성된다면 당연히 푸틴 정권의 안위까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특히 러시아내 철도와 석유시설들이 사흘 연속 의문의 폭발사건이 이어지는데다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공세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소문까지 들려오면서 러시아 내부는 지금 흉흉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크렘린궁 상공에 드론이 출몰했다는 사실 자체가 러시아인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뉴스위크는 “이번 사건이 전쟁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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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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