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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4-29 04: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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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한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을 자처하다 입장을 바꿔 불리한 진술을 쏟아내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이 이 대표와 첫 법정 공방을 벌였다.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 주장의 헛점을 추궁하며 여유로움을 유지한 반면, 유 전 본부장은 질문을 거듭할수록 진술이 번복되는 등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 대표가 정치적 기반이 약했던 자신이 대장동 사업 등 불법을 허용했을리 없다는 발언을 내놓자,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 측근의 비위를 폭로하며 격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공판에서는 유 전 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주신문 과정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과 이 대표의 관계성을 암시할 수 있는 증언과 함께 김 전 처장 사망 이후 이 대표 측이 유족에게 기자회견 등을 만류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두 사람의 직접 대화는 2021년 대선 직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진 이후 처음이다. 이날 공방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유 전 본부장이 위례신도시 사업 등 현안을 직접 보고했다는 주장을 추궁하며 시작됐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이 유 전 본부장에게 '기획본부장 재직 시절 현안에 대해 시장이던 피고인에게 수시로 직접 보고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기억나는 것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 위례와 대장동 관련"이라고 답했다.


변호인이 "두루뭉술하다"며 캐묻자 유 전 본부장은 "성남 1공단 공원화 관련해 처음부터 결합 방식을 얘기하지 않았느냐. 저와 이재명 시장이 시장실에서 그림까지 그려가며 논의한 게 기억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공방이 이어지는 와중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을 향해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느냐"며 "웬만하면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많이 힘들죠?"라고 질문을 던졌다. 유 전 본부장이 "아니요"라고 답했고, 이 대표는 질문을 계속했다.


그는 "얘기를 하면서 그림을 그려가며 저한테 설명을 했다는 말이죠?", "검찰에 진술한 걸 들어보니 1000억원이 있으면 1공단을 만들 수 있다고 남욱(변호사)에게 얘기했다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을 이어갔다.


유 전 본부장이 금액 등 구체적 사실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하자 이 대표는 "녹취록에 1000억원으로 공원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는 2013년 3월이었는데, 이 얘기를 나한테 들었다고 하면서 검찰 조사에서는 정진상(전 민주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들은 얘기라고 했죠"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3년 2월 신년간담회 등에서 대장동 개발로 3700억원이 남는데 2000억원이면 공원을 만들 수 있다는 등 설명을 하지 않았느냐"며 "한 달 뒤 제가 1000억원 밖에 안 들어간다는 얘기를 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이상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 당시 시장실에서 둘이 앉아 제가 말씀을 드렸다"며 "관련 상황에 대해 시장님과 제가 측면에 부대시설을 지어 분양하고 후면을 공원으로 만들지 여부에 대해 그림을 그려가며 한 게 있다"고 다소 언성을 높였다.


이 대표는 차분하게 질문을 이어갔다.


그는 "내가 그림을 그린 것은 없어 보이는데, 정확히 어떤 부분이었느냐", "1000억원이면 (공원 조성이) 된다는 이야기를 정진상한테 들었다고 증인이 진술했는데, 기억도 나지 않느냐"면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가 집요한 질문을 이어가면서 유 전 본부장이 진술을 번복하는 등 수세에 몰리는 듯한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대부분 질문에 "기억이 명확치 않다"고 답했던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대장동 사업 합류 얘기를 꺼내면서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가 "2015년 1월 호주 출장에서 김만배가 사업에 들어온다는 얘기를 했다는 것인가" "이들이 뇌물을 받고 유착됐다고 다 자백했는데, 불법적으로 공모해 사업에 내정됐다는 얘기를 했다는 것이냐"라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정진상과 협의했다. 시장님이 더 잘 아시지 않느냐"고 쏘아붙였다.


이 대표가 "나는 정부와 관계가 좋지 않아 숨기는 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숨기는 일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증인의 불법행위를 내가 용인했을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정진상과 김용이 하는 것을 모르셨느냐. 시장님 최측근으로 다 알고 있었잖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그는 "시장님은 왜 형님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키셨느냐. 범죄를 아랫사람에게 안시켰느냐"며 "다 시켜놓고 암암리에 용인되는 걸 했지 않느냐. 시청에 공신들 불법 취업시키는 것은 중범죄가 아니냐"며 격분했다.


재판부는 오는 6월16일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이 대표 측 반대 신문을 한 차례 더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에는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 김 전 처장 등과 동행한 호주·뉴질랜드 출장 당시 실무를 맡았던 당시 성남시청 주무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그는 일부 출장 당시 김 전 처장과 한 방을 쓴 것으로 확인됐는데, 당시 골프 등 별도 일정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진술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방송사 인터뷰·국정감사 등에서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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