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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이 러·우크라 평화 중재? “시진핑에게 속지 마세요!” - 시진핑, 젤렌스키와 첫 통화, “협상이 유일한 출구 - 中, 유럽사회에 번지는 반중 분위기의 정면돌파 목적 -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공세를 무산시키기 위한 고도의 전략
  • 기사등록 2023-04-28 05:3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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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젤렌스키와 첫 통화, “협상이 유일한 출구]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26일 통화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27일, 1면 우측 상단에 시진핑 주석의 통화 사실을 보도하면서 시 주석이 “우크라이나 위기에서 중국의 핵심 입장은 협상을 권하고 대화를 촉구하는 것”이라며 “대화와 협상은 실행가능한 유일한 출구”라고 했다고 전했다.


시진핑은 이어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1년째를 맞아 중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맡을 것임을 거듭 강조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책임있는 대국으로서 ‘강 건너 불구경’이나 ‘불에 기름을 얹는 짓’ 또는 기회를 틈타 이익을 얻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모든 당사자가 우크라이나 위기에서 깊이 반성하고 대화를 통해 유럽의 장기적 안정을 모색하기 바란다”며 평화를 위해선 유럽 역시 책임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중국 정부 유라시아업무 특별대표를 우크라이나 등에 파견해 정치적 해결을 위해 각측과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재 외교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시진핑 주석과 길고 의미있는 통화를 했다”면서 “이번 통화와 주중 우크라이나 대사의 임명이 양국 관계 발전에 강력한 추진력을 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통화 직후, 중국은 우크라이나에 리후이(李輝·70) 특사를 보낸다고 발표했다. 리후이는 2009~2019년 러시아 주재 대사를 지낸 ‘러시아통’으로 이후 유라시아 특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리후이는 또한 2019년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우호 훈장'을 수여받은 바 있다.


우크라이나도 지난해 2월 이후 공석으로 있는 주중 대사로 파블로 리야비킨 전 전략산업부 장관을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전임 세르히 카미셰프 주중 대사는 지난해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방문하던 중 갑자기 숨진 이후 중국 대사는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그동안 젤렌스키는 러시아의 우방인 중국과의 대화를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지난 3월 21일, 시진핑이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과 회담을 한 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행되지 않았었다. 이후에도 젤렌스키는 시진핑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초청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중국측은 “적절할 때 이야기하겠다”며 소통을 미뤄왔다.


[중국이 갑자기 전쟁중재자로 나선 이유?]


그렇다면 중국이 이렇게 중재자 역할을 자청하고 나선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1) 유럽사회에 번지는 반중 분위기의 정면돌파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루사예 주프랑스 중국대사가는 지난 21일 방송된 프랑스 TF1 방송 인터뷰에서 “구소련 국가들조차 국제법상 유효한 지위가 없다”며 “그들의 주권 국가 지위를 구체화한 국제적 합의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이후, “유럽 사회에서 반중(反中) 분위기가 들끓고 있어 유럽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중국의 노력에 타격이 가해지자, 이러한 분위기 탈출을 위한 돌파구로 시진핑 주석의 제안이 나오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브뤼셀의 러시아 유럽 아시아 연구 센터의 테레사 팰론 소장은 “시진핑 주석은 미국과 유럽과의 연대가 더 강화되지 않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시주석이 루사예 대사의 실언을 조기 수습하는 것이 정말 중요했다”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중국에 최악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한 국면전환용 제안이라는 것이다.


(2)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공세를 무산시키기 위한 고도의 전략


지금 우크라이나 전장 상황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대가 러시아의 푸틴을 완전히 공략할 준비를 갖춰가고 있다”면서 “군대의 전진을 가로막는 진흙 수렁이 마르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도 26일(현지시간) 유럽 주둔 미군 고위 사령관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봄철 대공세를 수행하기 위해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나, 반면 러시아군은 선택지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러시아의 전승절인 오는 5월 9일 우크라이나의 대대적 반격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렇게 러시아에게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는 이 시점에서 중국이 중재자로 나서겠다면서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공세를 방해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중국이 갑자기 중재에 나선 것이 러시아측과 모종의 교감하에 이루어진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일단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공세가 시작되지 못하도록 중재협상을 시작한 뒤, 러시아는 가능한 한 최대의 시간을 벌면서 군사적 재정비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는 것이다.


(3) 전후 우크라이나와의 관계 회복을 선수치려는 전략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 전만 하더라도 중국과 우크라이나의 관계는 밀접했다. 외교관계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까지 중국은 우크라이나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자 보리와 철광석의 최대 수입국이었다. 우크라이나 또한 중국의 최대 옥수수 공급국이자 두 번째로 큰 무기 공급국이었다.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인 랴오닝함도 우크라이나에서 버려진 소련 함정을 중국 해군이 개조한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국은 러시아가 침공했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으면서 푸틴이 주장하는 대로 ‘특수군사작전’이라는 용어를 썼다. 전적으로 푸틴과 손발을 맞추면서 러시아의 편에 선 것이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는 중국이 러시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라는 점에서 중국을 적대시하지 않으면서 전쟁을 끝내는데 있어 도움을 주기를 원했다”고 NYT는 해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전쟁 종료 이후도 생각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중재 요청을 받아 들이는 형식을 취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중재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함으로써 중국과의 관계가 파탄 국면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조정하려 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과연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중국은 과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공정하게 중재할 능력이 있을까 하는 점이다.


NYT는 26일(현지시간) “시진핑과 젤렌스키와의 통화에서 시진핑이 사용한 표현들을 보면 중국과 러시아가 얼마나 깊은 관계에 빠져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면서 “한시간여 가량 진행된 양 정상간 통화의 중국 공식 요약본을 보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국가의 이름, 곧 러시아라는 단어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어 “‘러시아’는 물론이고 ‘전쟁’이라는 단어조차 거론되지 않았다는 것은 중국이 과연 이번 전쟁의 객관적 중재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또한 NYT는 “시진핑은 지난 2월에 발표한 ‘우크라이나 평화정착에 대한 입장문’에서도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며 “중국은 결국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전략적 파트너이자 핵무기 강대국인 러시아의 입장을 대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중국을 향해 나토 군사위원장 출신인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은 “중국은 전쟁을 연장함으로써 이익을 얻는다”며 “중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평화를 중재할 것이라고 믿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파벨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보도된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문제의 경우라면, 중국은 오직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만 원할 뿐”이라며 “현재로써는 더 많은 전쟁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파벨 대통령은 이어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를 원하는 것은 현상 유지가 중국의 국익이기 때문”이라며 “(전쟁이 길어지면) 러시아를 여러 가지 양보로 몰아붙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서방의 제재에 몰린 러시아로부터 값싸게 원유와 천연가스를 구매하고 있다.


파벨 대통령은 또한 “러시아의 침공을 받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서방 국가들이 국력을 일부라도 소모하는 것 역시 중국에게 유리하다”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함으로써 서방이 조금 약해지고 있는 것도 중국에게는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파벨 대통령의 말대로 서방진영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 물자 지원이 길어짐으로써 EU 회원국들과 미국의 탄약고가 비어갈 정도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파벨 대통령은 그러면서 “중국이 이번 전쟁을 통해 국제 정세와 전쟁에 대한 교훈을 얻고 있으며 서방이 이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뜬금없이 시진핑 주석이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를 위해 나서려 한다는 점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진짜 시진핑이 중재를 하려 했다면 한 번이라도 침공, 또는 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정상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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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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