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뻔뻔한 러시아, 면전에 돌직구 던진 한국 대사 - 참으로 뻔뻔한 러시아, 안보리 회의서 평화 운운 - 라브로프 면전에 돌직구 날린 한국 대사, 단연 화제 - 높아지는 유엔 안보리 무용론, 가치동맹 연대 강화 절실
  • 기사등록 2023-04-26 12:15:44
기사수정



[참으로 뻔뻔한 러시아, 안보리 회의서 평화 운운]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해 수십만명의 사상자와 수백만명의 이재민을 만들어낸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의 순회 의장국이 되면서 평화를 주제로 한 공개회의를 주재하자 유엔 사무총장까지 대놓고 반발했고, 여기저기서 UN 무용론까지 나오게 만들었다는 평가들이 쏟아져 나온다.


유엔 안보리의 15개 이사국이 매월 돌아가면서 순회 의장국을 맡게 되는 원칙에 따라 4월 의장국이 된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국제 평화 및 안보 유지-유엔 헌장의 원칙 수호를 통한 효과적인 다자주의'라는 주제로 안보리 공개회의를 주재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엔 헌장을 위반한 당사자인 러시아가 하필 그러한 주제를 골라 안보리 회의를 열고, 적반하장으로 평화를 강조하며 서방 탓을 하려다 본전도 찾지 못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라브로프 장관은 특히 “다자주의에 대한 신뢰가 상실되며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며 대러시아 제재가 “불법적이고 일방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 결과 세계 무역이 분열되고, 시장 메커니즘이 붕괴했으며, 세계무역기구(WTO)가 마비됐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과 그 동맹국의 군사적 목표 등을 달성하는 도구로 변했다”고 말했다.


라브로프의 궤변에 가까운 발언이 끝나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이사국 대사들은 즉각 러시아를 직격하고 나섰다. 구테흐스 총장은 “다자주의 국제 체제가 유엔 창설 이래 어느 때보다 더 큰 압력을 받고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헌장과 국제법 위반으로, 우크라이나와 국민에게 커다란 고통과 파괴를 초래한 것은 물론 세계 경제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어 “강대국들 사이의 긴장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며, 그로 인해 계산 착오나 사고를 통한 충돌 위험도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도 4년 넘게 러시아에서 구금 중인 미국 해병대원 출신 폴 웰런의 여자 형제인 엘리자베스 웰런을 안보리 회의에 초청해 라브로프 장관을 압박하며 ‘위선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린필드 대사는 이어 최근 러시아가 역시 간첩 혐의로 구금한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를 언급하며 “두 사람을 즉각 석방하고 집으로 돌려보낼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두 미국인을 정치적 협상 카드로 활용 중”이라고 비난하면서 라브로프 장관에게 엘리자베스 웰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라고 한 뒤 “그의 고통을 살펴보라”고 요구했다.


그린필드 대사는 그러면서 “오늘 우리의 위선적인 회의 소집자인 러시아는 유엔 헌장의 핵심을 타격했다”며 “이 불법적인 전쟁은 침략과 영토 정복 전쟁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우리의 공통된 원칙에 정면 위배된다”고 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대사들도 안보리 회의 직전 올로프 스코그 주유엔 EU대사가 낭독한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자신을 유엔 헌장과 다자주의의 수호자처럼 묘사하려 했지만, 그 어떤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면박을 줬다.


스코그 대사는 이어 “모든 곳에서 러시아가 (유엔 헌장을) 모독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로부터 철군할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서방의 비판에 대해 라브로프 장관은 “아무도 서방의 소수 국가가 인류 전체를 대변할 수 있다고 허락한 적 없다”면서 “그들은 국제사회의 모든 회원국을 존중하고 정중하게 대해야 한다”고 맞섰다. 라브로프는 이어 이라크와 리비아,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에 대한 원폭 투하까지 언급하며 미국과 서방이 주로 관여한 분쟁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한 “냉전 시대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위험한, 아니 그때보다 훨씬 더 위험할지도 모르는 한계점에 도달했다”며 “다자주의에 대한 신뢰 상실로 상황은 악화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중국의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적극적으로 러시아 편을 들어 ‘가재는 게편’임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장쥔 대사는 “패권과 괴롭힘 행위가 세계에 커다란 해를 끼치고, '블록 정치'가 거대한 분열과 대립을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유엔 헌장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고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라브로프 면전에 돌직구 날린 한국 대사]


그런데 이날 라브로프 장관의 유엔 안보리 회의 진행에 유엔주재 황준국 대사의 돌직구가 단연 화제였다. 황 대사는 이날 라브로프를 겨냥해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주권에 대해 불법적으로 무력을 사용한 주체가 오늘 회의 주제를 제안한 것은 슬픈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이날 러시아가 고른 회의 주제가 ‘국제 평화 및 안보 유지-유엔 헌장의 원칙 수호를 통한 효과적인 다자주의’‘를 고른 것을 정면으로 꼬집으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엔 헌장을 정면으로 위반한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비난에 대한 대응 목적에서 안보리를 정치 선전의 장으로 이용하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황 대사는 이어 유엔 회원국이 지켜야 할 핵심 가치로 유엔 헌장상 무력 사용 금지 원칙을 언급한 뒤 “누구도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이 유엔 헌장을 철저하게 무시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사실상 러시아를 특정한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황 대사는 또 이날 회의의 주제인 유엔 헌장의 수호와 효과적인 다자주의를 언급하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 사례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대사는 안보리 결의 위반 사례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거론했다. 그런데 “2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으로 인해 안보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러시아와 중국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유엔 안보리, 과연 필요한가?}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 대해 돌직구를 날린 황준국 대사의 발언에서도 그대로 드러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감싸는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을 맡고 있으면서 사사건건 북한의 돌발을 옹호하고 유엔 차원의 대처를 방해하려 든다면, 과연 유엔 안보리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1월 26일(현지시간) '북한의 유엔 보호자들'이라는 제목의 논설위원실 명의 사설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 11월 21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공식 조치를 막았다”며 “요즘 안보리가 별 쓸모가 없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밝혔다. '유엔 무용론'을 제기한 것이다.


WSJ은 이어 “지난 2006∼2017년 북한 핵실험과 관련해 9건의 제재 결의를 채택한 안보리가 지금은 중국과 러시아의 저지로 말로 하는 질책조차 못 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ICBM 도발에도 추가 제재 결의안은커녕 의장성명이나 언론성명 채택조차 찬성하지 않는 중국과 러시아의 행태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당시 회의에서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안보리는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하며 무조건 북한을 비난하거나 압력을 행사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을 감쌌다는 점도 이날 사설에 지적됐다.


WSJ은 그러면서 “안보리 회의 며칠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을 말려줄 것을 압박했기에 유엔에서의 중국 태도에 희망을 가졌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WSJ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11월 24일 담화에서 “미국과 남조선 졸개들이 우리에 대한 제재압박에 필사적으로 매여달릴수록 우리의 적개심과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며 그것은 그대로 저들의 숨통을 조이는 올가미로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는 점도 사설에 소개됐다.


신문은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의 발언을 인용하며 “중국과 러시아가 김정은의 핵도발을 가능케 한다”며 “이들의 보호가 김정은을 대담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WSJ은 그러면서 “유엔은 세계 질서의 수호자로서 쓸모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으며, 오늘날 핵무기를 함부로 휘두르고 이웃들을 위협하는 불량정권을 규탄할 수조차 없는 상태”라며 “이제는 미국이 유엔에 대한 믿음을 거두고 자유와 의지를 가진 동맹들을 통한 작업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렇게 유엔 안보리의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마당에 이웃 국가를 무력으로 침공한 러시아가 안보리의 의장국까지 맡으며 전 세계를 향해 평화 운운하는 가증스럽고도 역겨운 모습을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 한국도 더 이상 유엔에 희망을 걸 것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한미일 안보동맹은 물론이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와 손을 잡고 군사적 다자안보를 추구하는 것도 더 심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난 4월에도 나토는 외교장관회의에 2년 연속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4개국을 초청해 우의를 다진 바 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회의 안건과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 간 협력이 점차 증대하고 있는 문제를 논의했다”며 “러시아와 중국이 국제질서 및 민주적 가치에 도전을 가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나토 동맹으로서 결속하고, 유사 입장국과 함께 하는 것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세상은 이렇게 “중-러의 영향력에 휘둘리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당위적 과제가 놓여 있다. 그러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이 민주와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강한 연대를 유지하는 길이다. 이것만이 이미 효용이 다한 유엔을 대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할 것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482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