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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수단내전, 러 바그너그룹도 가세 - '약탈·대혼란' 수단 무력충돌 격화 - 수단 내전, 접경 국가 혼란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 수단 ‘군벌 무력충돌’에 기름부은 바그너그룹
  • 기사등록 2023-04-26 04: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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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대혼란' 수단 무력충돌 격화]


지난 16일 시작된 아프리카 수단에서의 내전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수차례 휴전 합의도 있었지만 세계보건기구 집계로는 24일까지 최소 420여명이 숨졌고, 3700명 이상이 부상당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무력충돌은 정부군과 신속지원군으로 나뉘어 수단의 각지에서 일어났는데 그저 서로 총을 쏘는 정도가 아니라 군용기를 동원해 공습을 하고, 탱크까지 투입하는 치열한 전투를 하다 보니 민간인 피해도 생각 외로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BBC는 “광역권까지 합쳐 인구 6백만명 정도 되는 수도 하르툼에서는 시내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병원들까지 공격을 받아 의료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되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단에서는 육로를 통해 차드나 이집트 같은 인접국을 향한 피난민들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 교민들 28명도 23일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출발해 850km를 육상으로 이동한 후, 24일 오후 항구도시인 포트 수단에 도착했고, 포트 수단에서 대기 중이던 우리 공군 수송기인 '허큘리스'를 타고 사우디 제다로 이동한 후 무사히 귀국길에 올랐다.


세계식량계획은 난민이 10만명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수단의 무력충돌, 왜 일어났는가?]


이렇게 끔찍한 무력충돌은 수단 내의 권력다툼으로 인해 일어났다. 수단의 정부군과 이에 맞서는 신속지원군(RSF)간의 갈등이 이번 사태로 번진 것이다.


정부군은 부르한 장군이, 신속지원군(RSF)은 다갈로 사령관이 이끌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동지였던 그들이 권력에 눈이 어두워 지금은 적이 되어 버린 것이다.


BBC는 이에 대해 “정부군의 압델 파타 부르한과 반군의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두 장군이 사태의 핵심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2019년 4월 함께 쿠데타를 일으켜서 당시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을 몰아냈었는데, 지금은 1인자 자리를 놓고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2021년 과도정부가 들어서자 또다시 쿠데타를 일으켜 민정 이양 일정을 중단시킨 바 있다. 이렇게 권력을 분점한 이들은 협상 과정에서 10만 병력의 RSF를 언제 정부군에 편입시킬 것인지, 또 지휘권은 누가 행사할 것인지를 놓고 대립하다가 결국 신뢰가 무너지면서 지난 15일 무력 충돌로 번진 것이다.


이에 미국의 토니 블링컨 장관이 지난 18일 정부군의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 신속지원군의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 두 명과 각각 통화해 휴전을 촉구하면서 수도 하르툼에 있는 국제기구의 안전 보장도 요구했다.


[수단 내전, 접경 국가 혼란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국제 사회는 수단에서 시작된 무력 충돌이 내전으로 확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집트를 비롯해 정세가 불안정한 접경 국가로 혼란이 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수도 하르툼에서 북쪽으로 약 200㎞ 떨어진 메로에 지역에서 이집트군 30여명이 전투기 7대와 함께 RSF에 포로로 잡혔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날 해당 병력이 훈련 목적으로 수단에 파견돼 있었을 뿐 어느 쪽도 편들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수단과 국경을 맞댄 리비아와 이집트가 각각 RSF와 정부군에 군사적 지원을 했다”고 보도했다. 리비아 동부를 통제하는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은 군수품을 실은 비행기 최소 1대를 보내 수단의 RSF를 도왔다. 하프타르 장군과 RSF는 이전에도 규합한 전례가 있다.


리비아 내전 당시 RSF는 하프타르에게 병력 1000명을 지원한 바 있다. 하프타르 장군과 RSF 수장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은 그동안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왔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은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과도 밀접하다.


반대로 이집트는 수단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 전투기와 조종사를 보냈다. 이집트는 수단 내전 발생 직전에 전투기를 보냈으며, 내전 발발 이후에도 추가로 조종사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이집트가 지원한 전투기 1대가 지난 17일 RSF의 탄약 창고를 공습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집트는 수단 정부군을 이끄는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친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 역시 군부 출신으로, 이집트가 그동안 수단의 민주화를 경계해왔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또한 나일강을 둘러싸고 에티오피아와 대립하고 있는 이집트로서는 수단과의 연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산유국이면서도 최빈국이 된 수단]


그런데 이렇게 내전에 휩싸여 있는 수단은 무려 50억 배럴 정도가 매장되어 있는 산유국이다. 원유 매장량에 눈독 들인 중국은 수단에 거액을 투자했다. 정권은 자원을 팔아 얻은 이익을 국민들에게 분배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독식했고, 걸프 산유국들에 붙어 서방에 맞서는 시늉을 했다.


초창기의 독재자 알바시르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됐으나, 아랍연맹 회원국들의 비호를 받으며 버젓이 걸프를 드나들었다. 그를 몰아내고 권력을 차지한 부르한과 다갈로 역시 이와 전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니 국민들은 가난에 찌들어 있고 독재자들만 호가호위하고 있는 것이다.


[수단 ‘군벌 무력충돌’에 기름부은 바그너그룹]


그런데 이렇게 돈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악당들이 눈독을 들이게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이 다갈로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다갈로와 신속지원군은 수단의 주요 금광들을 차지하고 있는데, 바그너에 보안을 맡기면서 긴밀해졌다”고 보도했다.


사실 러시아는 알바시르 시절부터 수단에 해군기지를 짓기로 합의할 정도로 수단과 밀착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알바시르 축출로 허사가 된 줄 알았는데, 다갈로가 홍해의 석유 수출항인 포트수단에 군사기지를 짓게 해줄 수 있다며 또다시 러시아에 손짓하면서 가까워졌다.


그러나 이집트는 뒷마당에 러시아 군사기지가 들어서는 걸 원치 않는다. 이는 미국도 염려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나설 명분도 없어 관망만 하는 중이었다. 이렇게 미국이 힘을 쓰지 못하는 사이에 러시아는 바그너그룹을 통해 깊이 파고 들었고, 오히려 이집트 같은 접경국가들까지 이 사태에 끼어들면서 혼전 상황으로 흘러가게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바그너그룹이 본격적으로 개입해 수단을 직접 관리하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어 문제가 되었다. CNN은 20일(현지시간)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개전 이후 전 세계에서 유명해진 바그너 그룹이 수단의 준군사조직인 신속지원군(RSF)에게 미사일을 공급하고, 정부군과의 전투를 돕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단의 한 소식통은 CNN에 “러시아 바그너 그룹이 제공한 지대공 미사일이 수단의 군부 통치자와 권력 다툼을 벌이는 RSF를 크게 도왔다”고 말했다.


이에 CNN은 “RSF를 지원하는 리비아의 칼리파 하프타르에 러시아의 수송기가 들어온 모습을 위성으로 확인했다. 이는 수단 등지에서 바그너 그룹의 활동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CNN이 단독으로 공개한 위성 사진은 미국의 위성 기업인 맥사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것으로, 지난 16일 리비아 중부 아주프라 공군기지에 러시아 군용기 일류신(Ilyushin)-76이 서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금 채굴을 위해 수단에 진출해 있었던 바그너그룹이 RSF 지원을 통해 사실상 수단을 장악하고, 또 이 기회에 홍해에 해군기지까지 건설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알자지라통신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에는 그룹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수단-아랍에미리트 두바이-러시아로 이어지는 금 밀수 통로를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야속 스웨인 스웨덴 웁살라대 교수는 “수단 내에서의 막대한 사업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바그너 그룹은 수단의 권력을 누가 잡느냐를 둘러싼 이번 싸움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 지역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반군에 이익이 되리란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영국 더타임스도 “바그너 용병단이 수단 분쟁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러시아가 이번 폭력 사태에 일정 역할을 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도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을 것이다. 블링컨 장관이 “수단에서 더 많은 죽음과 파괴를 가져오는 요인으로 더는 개입하지 않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바그너그룹이 개입하면 사태는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선 것도 이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문제는 수단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당장 두 군벌사이에 어느 한 쪽이 무너지지 않는한 아무리 휴전을 선언해도 단기간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군벌들이 평화협정에 서명하더라도 이를 지키도록 강제할 효과적인 수단이 없어서다.


방법은 이 두 군벌을 몰아내고 평화적으로 과도 정부를 수립해야 하나, 돈과 군벌을 소유한 이들이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것이어서 전세계의 고민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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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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