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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시아의 무리수, 얼마나 다급했으면 저럴까? - “죽을래 입대할래”, 병력부족 러시아의 잔인한 협박 - 신병 모집에 사활을 건 러시아 당국 - 당장 신병 모집해도 훈련시킬 요원도 없고 무기도 태부족
  • 기사등록 2023-04-24 12: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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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래 입대할래”, 병력부족 러시아의 잔인한 협박]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할 병력이 부족해지면서 여러 가지 무리수를 두고 있어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자 지면에서 “러시아군이 병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자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양성인 죄수들까지 대거 입대시키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러시아 정부가 HIV 양성 죄수에게 효과적인 치료약을 제공하지 않는 방식으로 겁을 줘 입대를 자원하게 한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러시아 죄수의 20%가 HIV 보균자로 추산된다”면서 “러시아는 지난해 여름부터 약 5만 명의 죄수를 입대시켜 우크라이나에 파견했는데, 이는 전체 죄수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전했다.


NYT는 또한 우크라이나에 포로로 잡힌 죄수 출신 러시아군의 증언을 소개했다. HIV 양성 판정을 받은 이 러시아군은 수감 시절 교도소 의사가 갑자기 기존 HIV 치료제 투약을 중단하고 효과가 의문시되는 치료제로 처방을 바꿨다.


10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었던 이 러시아군은 새롭게 처방된 치료제로는 교도소에서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제대로된 치료제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군에 입대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살기 위해 러시아 용병대 바그너그룹에 자원해야만 했다. 그는 6개월간 바그너그룹에 복무하는 조건으로 사면을 받았고, 효과적인 HIV 치료제 제공도 약속받았다.


군 복무 경험이 전혀 없던 그는 2주간의 기초 훈련 이후 소총과 탄약 120발, 헬멧과 방탄조끼만 배급받은 상태로 우크라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 전투에 대부분 투입되었다. 그러나 그는 배치된 첫날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에서 포로로 붙잡혔고, 다른 동료들은 대부분 전사했다.


그는 NYT에 “나에겐 (전쟁터에서) 빨리 죽거나, (교도소에서 AIDS로) 천천히 죽는 두 가지 길이 있었는데, "난 빨리 죽는 쪽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이 같은 방식으로 입대시킨 HIV 보균자와 C형 간염 보균자들을 구별하기 위해 각각 빨간색과 흰색의 고무 팔찌를 착용토록 의무화했다. 이러한 구분은 전쟁터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쉽게 눈에 띄게 하겠다는 목적이었지만 오히려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차별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러시아 당국은 일반적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병력 모집에서도 무리수를 남발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남성들에게 평균 월급의 4배인 최소 20만4000루블(약 334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며 군 입대를 촉구하고 있다.



BBC는 21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가 러시아 남성들에게 민간 직업을 포기하고 군에 입대하라고 호소하는 동영상을 공개하는 등 모병 캠페인에 나섰다”면서 “모병 동영상을 보면 슈퍼마켓 경비원, 피트니스 강사, 택시 운전기사로 일했던 남성들이 민간 생활에 환멸을 느끼다가 군 입대 후 성취감을 찾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 “남자가 되라”며 남성들을 자극했다.

현재 이 입대촉구 동영상은 러시아 국영TV를 통해 수시로 노출하고 있으며, 러시아 언론들도 앞다투어 동영상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모병 동영상에 대해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를 패러디해 전쟁 범죄를 규탄하는 영상을 제작해 공개했다. 우크라이나의 영상 속 인물들은 “어린 아이들을 죽이고 참수하는 것에 반대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쟁 범죄에 책임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고, 또 ‘남자가 되라’는 러시아 동영상을 겨냥한 듯 “사람이 되라”며 잔학 행위를 저지르지 말라고 촉구했다.


BBC에 의하면 현재 러시아의 길거리에서도 흔하게 군 입대를 촉구하는 포스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모스크바 시내를 걷다 보면 2분에 1번 꼴로 입대를 호소하는 포스터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모병 캠페인이 광범위하게 펼쳐지고 있다”고 트위터에 밝혔다.


[신병 모집에 사활을 건 러시아 당국]


러시아 당국은 전투에 투입할 병력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전쟁동원령을 통한 신병모집은 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 9월, 30여만명의 부분적 동원령을 내림으로 인해 러시아 사회 전체가 술렁거렸고, 또 여론도 너무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쟁동원령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 도래했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고 징병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든지 징병을 할 수 있는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징병 통지를 전자화해 병역 회피를 원천 차단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법안은 소집 대상 징집병과 예비군에게 징병 통지서를 우편으로 전달하는 것뿐 아니라, 전자로 발급하는 것도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의 전자 서비스 포털에 징병 통지서가 게시되면, 병역 대상자가 징병 통지서를 직접 받지 않았더라도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징병 통지서가 게시된 이후에도 입대하지 않은 대상자는 해외여행, 대출, 새 아파트 이사, 자영업, 운전 등을 금지당하는 처벌을 받게 된다.


러시아 당국이 이러한 조치를 취하게 된 배경에는 이전까지 소집 대상 징집병과 예비군에게 징병 통지서를 직접 전달했는데, 그러다보니 등록된 주소지가 아닌 곳에 머무는 사람은 징집을 회피할 수 있다는 허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예비군 30만명을 소집하는 부분 동원령을 발령했을 때, 최소 70여만명 이상의 러시아 남성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려고 시도하는 대혼란이 일어났다.


결국 이번 징병 통지서 전달 방법 개정은, 러시아 당국 입장에서 언제든지 병력을 추가로 모집할 수 있는 길을 열었으며, 징병을 회피하려는 시도 자체를 원천 봉쇄했다고 볼 수 있다.


주목할 것은 러시아 당국이 이 법을 제정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했다는 점이다. 지난 11일, 러시아 하원(국가두마)과 12일 상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푸틴 대통령이 14일 서명하는 단계까지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AP 통신은 “이번 러시아 정부의 신속한 법 제정으로, 지난해 9월에 이은 추가 동원령이 발령되는 게 아니냐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봄철 대공세를 준비하는 상황에 대응해 러시아도 빠르게 군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물론 러시아 당국은 추가 징병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왜 그렇게 징병 관련법을 서둘러 처리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속이 뻔히 보인다는 것이다.


CNN은 이와 관련해 “많은 러시아인은 정부를 믿지 않으면서, 이번 법안 통과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람들을 내보내려는 발판으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심리학자 이리나(51)는 “우리는 오랫동안 두 번째 동원령을 예상해왔고, 지금은 그 시작”이라며 “이번 법 개정으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차 동원에서 정부는 경찰 습격을 동원해 징집했는데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지금 다른 것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해 가을 동원을 회피했다는 아르템(25)은 “내 면허가 정지돼도 군에 안 가는 친척들이 내 차를 운전할 수 있다”며 “이번에도 동원령이 떨어지면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친구들이나 가족들도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죽는 것보다 감옥에 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CNN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교착 상태에 빠져 병력과 무기를 소진하고 있는 러시아 군 입장에서 이번 징병 절차 간소화는 시기상으로 도움이 되는 소식이라고 분석했다.


[전쟁동원령 망설이는 러시아]


사실 러시아 당국이 징병 통지 방법을 고치면서 병력 동원을 손쉽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숨가쁘게 진행했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그렇게 빨리 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서였을 것이다. 당장 신병들을 대거 모집한다해도 이들 병력을 훈련시키고, 또 그들을 무장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러시아 당국이 그렇게 서두른 것이 아닌가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이 그렇게 마음은 급하면서도 실제 징집을 서둘러 하지 못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우선 신병이 들어와도 이들을 훈련시킬 병력이 태부족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그동안 신병을 모집해 놓고도 별다른 훈련도 없이 최전방으로 내몰았지만, 그러한 병력 투입이 아무런 효과도 없고 피해만 양산한다는 것을 러시아군 지휘부도 알게 되었다.


두 번째는 신병이 들어와도 이들을 무장시킬 장비가 태부족이라는 점이다. 최근에 HIV 병력자 등을 징집하면서도 이들에게는 2주간 기초훈련 밖에 실시하지 못했고, 소총과 탄약 극소량, 그리고 헬맷과 방탄복만 지급했을 뿐이다. 이런 상태로 전장에 투입되면 대부분 전사하게 된다. 전쟁 수행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러시아 당국이 지금 이러한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당장 병력을 늘려야만 하나 늘릴 방법도 마땅치 않고 또 이들을 무장시킬 방법도 없어서다. 그러는 와중에 시간은 흘러가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춘계 대공세 날짜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러시아의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우리는 휴전을 원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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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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