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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유럽 뒤흔든 中대사의 '갑툭튀' 발언, 제발등 찍는 천방지축 중국 - 주불 中대사, EU국가들 주권 무시후 파문 일파만파 - 커지는 파문, 마크롱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질수도 - 중국이 평소 발트3국에 대해 가졌던 악감정이 돌출
  • 기사등록 2023-04-24 04:5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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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불 中대사, EU국가들 주권 무시후 파문 일파만파]


프랑스 주재 중국대사가 EU국가들 일부에 대해 주권 자체를 전면 부정하면서 외교적 파문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주프랑스 중국대사가 구소련 해체 후 탄생한 국가들의 주권에 의문을 제기해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이 격분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루사예 주프랑스 중국대사는 지난 21일 방송된 프랑스 TF1 방송 인터뷰에서 “구소련 국가들조차 국제법상 유효한 지위가 없다”며 “그들의 주권 국가 지위를 구체화한 국제적 합의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루 대사는 또한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이냐는 질의에 “그 문제를 어떻게 인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것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크름반도는 애초 러시아 영토였다”고 답했다.


그러나 루 대사의 이러한 발언은 중국이 그동안 취해왔던 외교적 태도를 완전히 뒤집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1994년 12월, 우크라이나가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안보 보장을 받는 대가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핵무기를 포기하는 비핵화 협정을 맺었으며, 동시에 크름반도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국경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루 대사의 발언은 유럽사회를 발칵 뒤집었다. 당장 과거 소련에 속했고, 현재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발트 3국을 격분시켰다. 소련 해체후 유엔과 유럽연합(EU), 그리고 나토 동맹에도 참여하고 있는 이들 국가들의 주권을 완전히 무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 3국은 오는 24일 월요일에 나란히 자국 주재 중국 대사를 초치할 예정이라고 에드가스 링케빅스 라트비아 외무장관이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링케빅스 장관은 이어 “국제법과 국가 주권에 대한 주프랑스 중국 대사의 발언은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중국 측의 해명과 해당 발언의 완전한 철회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인 가브리엘리우스 란트베르기스도 “발트 3국이 왜 중국의 우크라이나 평화 중재를 신뢰하지 않는지 아직도 궁금한 이가 있다면 여기, 크름반도가 러시아의 것이고, 우리 나라들의 국경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중국 대사가 있다”면서 중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에스토니아 외무장관인 마르구스 차크나 역시 “중화인민공화국을 대표하는 자가 그런 견해를 가졌다는 것이 슬프다. 그런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현지 매체 델피에 밝혔다.


이와 함께 바딤 오멜첸코 주프랑스 우크라이나 대사도 “크름반도가 우크라이나 영토라는 데는 모호성의 여지가 없다”면서 “누가 크름반도를 소유하느냐는 테스트 질문은 언제나처럼 흥미로운 사실을 드러낸다. 다음번에는 누가 블라디보스토크를 소유하느냐는 질문으로 확장하는 게 좋겠다”고 꼬집었다.


프랑스 외무부도 루 대사의 발언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이 발언이 중국의 입장을 반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중국이 밝힐 의무가 있지만,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수십 년간의 억압 끝에 오랫동안 기다려온 독립을 얻은 모든 동맹국 및 관련 파트너들과의 완전한 연대를 강조한다며,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합병은 국제법상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커지는 파문, 마크롱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질수도]


특히 루사예 주프랑스 중국대사의 이날 발언이 마침 24일 EU 외교장관 회의를 앞두고 터져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SCMP는 전하고 있다. 당장 유럽사회 전역에 이번 발언의 파문이 곧바로 확산될 수 있어서다.


SCMP는 루 대사의 발언이 EU 외교장관 회의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 놓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종식시키기 위해 중국에 계속 의지할 것인지에 대해 EU 회원국들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장하는 휴전협상에의 중국 역할론을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을 갖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한 후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과 관련해 중국과 중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루 대사의 갑툭튀 발언은 중국의 외교적 신뢰성을 완전히 뒤흔들리게 만들었으며, 이런 중국이 과연 제대로된 휴전협상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불신을 확대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동시에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질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달 초 중국 방문에서 경제적 실리만 챙겼을 뿐 중국, 대만 정책과 관련해 EU 집행위원회와 다른 목소리를 내 유럽의 분열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에 강경 입장인 동유럽 국가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이런 측면에서 루 대사의 발언은 엉뚱하게도 마크롱에게 비난의 화살을 날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루 대사는 유럽에서 전형적인 늑대전사 외교관으로서 그동안 여러 차례 외교적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데,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 이후 중국과 프랑스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힘입어 이번에 과격한 발언을 했을 수도 있어서다. 다시말해 마크롱의 친중적 태도가 프랑스 주재 중국대사인 루의 강경 발언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중국 대사는 왜 발트3국에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을까?]


여기서 주목할 점은 루사예 주프랑스 중국대사가 왜 하필 발트3국에 대해 이러한 돌발발언을 쏟아냈을까 하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의 유럽 진출에 있어 눈엣가시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유럽사회내에서도 가장 강력한 반중 정서를 유지하고 있고, 또한 유럽사회에 침투하려는 중국을 온 몸으로 가로막고 있어서다.


발트 3국 중 리투아니아는 인구도 280만 명으로 중국 인구의 500분의 1에 불과하고, 국토 면적이 중국의 147분의 1에 불과한 작은 나라지만, 중국에 맞서 어떤 나라보다 강경한 외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이 이 발트3국으로 인해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사건이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선봉에 나서 유럽 진출의 중요한 발판으로 여겨왔던 이른바 ’17+1 정상회의'를 발트 3국, 특히 리투아니아가 주도해 뿌리채 흔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17+1 정상회의'는 '중국-중부ㆍ동유럽 국가 간 협력체(China-CEEㆍCEEC)'를 일컫는 것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따라 동유럽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만든 연합체이다.


이 ’17+1 정상회의'는 2012년부터 매년 한 차례 중국 주도하에 중국이 동유럽 17국과 대규모 인프라 공사 및 문화 교류를 논의하는 협력 체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리투아니아의 란즈베르지스 외무장관이 지난 2021년 바로 이 ’17+1 정상회의'를 지목하면서 “'17+1' 협력체가 유럽연합(EU)을 분열시킨다”면서 “이 협력체의 다른 회원국들도 탈퇴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EU 27개국 회원국들이 중국을 상대하는데 단결이 중요하다”며 공동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중국과 EU의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나온 리투아니아의 조치는 중국에 대한 도발이나 마찬가지였다. 중국은 미국의 갖은 제재로 인한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어떻게든 유럽 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하려 애쓰고 있는데, 그 핵심을 리투아니아가 걷어차면서 EU국가들 모두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리투아니아는 덩치는 작아도 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인 데다 ‘17+1’협의체의 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 중국 입장에선 마냥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리투아니아라는 작은 국가를 콕 찍어 중국도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지난 2021년 2월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보안 검색 장비 업체 뉵텍(Nuctech·同方威視; 퉁팡웨이스)의 장비를 금지한데다가, 3월에는 대만에 무역대표부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이슈에서도 중국에 맞섰다.


여기에다가 리투아니아 의회는 신장 위구르 지역 주민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을 ‘학살’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유엔의 신장 수용소 조사와 EU의 대중 관계 재검토를 촉구하면서 중국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렇게 리투아니아가 중국에 강경하게 맞서는 가장 큰 이유는 소련 지배 체제에서 오랫동안 공산당에 시달려온 리투아니아인들의 공산당에 대한 반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방 언론들의 분석이 그렇다.


리투아니아의 이러한 대 중국 강경 자세는 유럽사회에서의 반중 태도를 이끌어 내는 데 엄청난 역할을 했다. 중국과 EU의 투자협정을 무산시키는 데 영향을 주었으며, 유럽연합 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환상을 무너뜨리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리투아니아가 중국 입장에서는 얼마나 큰 걸림돌이겠는가? 그러니 유럽 주재 중국 대사들이 리투아니아를 비롯한 발트3국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아마도 발트3국 국가들을 뭉개버리고 싶을 것이다. 그러한 마음이 루사예 주프랑스 중국대사의 발언으로 ‘갑툭튀’한 것이다.


이렇게 아주 작은 나라인 발트3국으로부터 외교적 수모를 당하고 있으니 중국의 본심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고, 그러한 마음을 절제하지 못하면서 천방지축 외교로 또 제발등을 찍고 있는 것이다. 이런 중국이 참으로 한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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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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