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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제 발등 찍은 중국의 일대일로 - 일대일로 부실채권 급증, 중국경제까지 휘청 - 결국 일대일로 사업, 전면 재조정 들어간 중국 - 일대일로가 안긴 고민, 눈치만 보는 중국당국
  • 기사등록 2023-04-19 1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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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세계패권장악 꿈 성취 통로 일대일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부실채권이 급증하면서 중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일대일로로 인해 많은 개발도상국이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되면서 국제사회가 이를 ‘부채의 덫(Debt Trap)’이라 비판하자 중국 정부가 빚 회수에 소극적으로 임한 탓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악성대출 급증은 중국 은행의 재정 악화 등 중국 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개발도상국에 대규모 인프라를 짓거나 자본을 투자해 경제·외교 관계를 강화해 온 시진핑 주석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지난 2013년 시작해 올해로 10년을 맞는다. 일대일로는 육상 실크로드(중앙아시아~유럽)와 해상 실크로드(동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유럽~남미)를 건설해 해당 국가들과 중국과의 경제 공동체 구성을 표방해 왔다.


시진핑 주석은 일대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세기의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는데, 사실 그 속내는 이 사업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는 야심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중국의 세계 패권 장악이라는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한 초석으로 시작한 일대일로 프로젝트이기에 이를 위해 중국은 그동안 약 1조 달러를 쏟아 부었던 것이다.


중국 푸단대 녹색금융개발센터의 ‘2022 일대일로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에 투입한 금액은 총 9620억 달러(약 1240조 원)다. 물론 무상대여나 저리의 국가개발지원사업도 아니다. 중국은 일대일로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에 고금리의 대규모 융자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인프라를 짓고 자본을 투자했다.


[일대일로 부실채권 급증]


문제는 중국이 일대일로를 명분으로 세계 각국에 무려 1조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사업 부실로 투자금 회수마저 어려워지면서 해당국가는 물론이고 중국마저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는 것이다.


미국 컨설팅회사 로디움그룹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일대일로 프로젝트 과정에서 중국이 세계 각국에 도로·철도·항만·공항 및 기타 기초 사회기반시설(인프라) 건설을 위해 제공한 부채 중 785억달러(약 103조원)가 탕감되거나 재협상을 통해 상환 기간을 연장했다. 이는 지난 2017부터 2019년 말까지 3년 동안 탕감·재협상이 이뤄진 부채(약 170억 달러)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일대일로 사업에서 중국이 회수하기 어려운 악성대출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가 개발 도상국에 빚을 갚으라고 강요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중국이 일대일로를 명분으로 자금을 지원한 상당수의 국가들이 불어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국가부도 위기에 처해 있다. 애초에 진 빚도 많은 상황에서 지난해 발생한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중국에 진 빚의 규모는 더 커졌다.


이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 약 150개국 중 117개 나라가 일대일로 사업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과 개발도상국들은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부채의 덫’을 놨다고 비판하면서, 중국이 부채 탕감 등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위기를 막아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사태가 이렇게 악화되자 중국도 어쩔 수 없이 개발도상국 부채 해결에 역할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중국은 지난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WB 춘계총회에서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잠비아와 가나 등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가채무 재조정을 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일대일로 사업, 전면 재조정 들어간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엄청난 벽을 만나면서 좌초 내지는 대수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은 지난해부터 거론되어 왔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돈을 투자하는 중국은 치밀한 계획이나 이를 관장하는 전문가도 없이 대외적 홍보성 프로젝트에 더 치중하면서 자멸의 길을 걸어 왔다. 다시말해 돈을 빌려주는 중국은 해당국에 수익 전망이 거의 없는 프로젝트를 요구하는 사례가 허다했고, 여기에 전세계 경기 침체와 고물가, 금리상승 등으로 중국에 빚을 진 나라들이 갚지 못해 수백억달러의 차관이 상환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수많은 개발 계획이 중단될 위기에 빠지게 된 것이다.


결국 중국 돈을 받은 국가들은 빚더미에 올라앉았고, 중국 역시 대출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다보니 중국은 문제가 있는 사업의 대출금을 회수하지도 못한 채 구제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새 대출을 제공하기까지 하면서 중국의 금고는 바닥을 드러내게 되었고, 이로인해 중국조차도 곤혹스러운 처지가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9월 27일(현지시간) “일대일로 사업은 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저개발국에 집중됐다”면서 “이미 파키스탄, 스리랑카, 앙골라 등은 심각한 상황에 빠졌다”고 지적했던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이렇게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진단은 이미 지난해 2월에 영국의 싱크탱크에 의해 지적된 바 있다. 영국의 해외개발연구소(ODI, Overseas Development Institute)는 일대일로 관련 보고서를 통해 ”중국 우한시에서 전 세계로 확산돼 왔다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시진핑 주석이 '경제 영토 넓히기' 전략으로 추진한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잇따른 취소와 지연, 차단, 중단 등의 각종 어려움에 맞닥뜨렸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집필자 중 한 명인 레베카 나딘(Rebecca Nadin) ODI 글로벌 리스크 및 탄력성 담당 국장은 “탄자니아와 나이지리아의 일부 유명한 프로젝트는 유행병보다는 부패와 정쟁 불안과 같은 전통적인 정치적 위험을 이유로 중단되거나 취소되었다”면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와 관련된 정치적 위험은 다른 투자자들만큼 중국 투자자들에게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국가안보나 지정학적 요인 역시 다수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는 호주, 인도, 루마니아, 베트남 등지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차단된 경우에 주목했다.


이렇게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국에게는 두 가지의 심각한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하나는 중요한 일대일로 프로젝트들이 좌초됨으로써 일대일로 사업의 효율성이 극히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중국이 해외에 막대한 투자를 했는데 이 투자가 계획대로 회수되지 못함으로 인해 중국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대일로 빚더미, 중국 경제에 큰 걸림돌]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두 번째 항목이다. 이에 대해 무디스의 마이클 테일러 아시아태평양 총괄 디렉터는 “중국의 채무국 중 상당수는 경제규모가 작고, 원자재나 관광, 해외에서의 송금에 의존하는데 전부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이렇게 엄청난 투자를 했음에도 회수나 순환 자체가 막혀 버리니 이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중국 경제에 타격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거액을 빌려준 파키스탄, 탄자니아, 앙골라와 같은 국가들은 디폴트 선언을 한 잠비아와 비슷한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제때 돈을 갚지 못하거나 인프라 프로젝트를 연기하면, 주요 자금 공급원인 중국개발은행, 중국진출구은행 등 국영기업들이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가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중국의 가계, 정부, 비금융사 부채가 급증하면서 중국이 외부보다 내부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되고, 또 그렇게 하다보면 일대일로에 대한 지속적 투자도 불가능해지면서 더욱 더 수렁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세바스찬 혼, 카르멘 라인하트 등 저명 경제학자들의 국가 부채 관련 연구 결과 2010년 5%에 불과했던 중국의 해외 부실 대출액 비율은 현재 60% 수준까지 이르렀다.


그러자 중국도 어쩔 수 없이 일대일로 사업 투자금을 줄이고 전반적인 재조정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실제로 중국 푸단대 녹색금융개발센터가 공개한 '2022년 상반기 일대일로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 중국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러시아와 스리랑카, 이집트의 일대일로 사업에 한 푼도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FT도 “악성대출 급증은 중국은행의 재정에 타격을 주며 중국 금융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대일로가 안긴 고민, 눈치만 보는 중국당국],


분명한 것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는 점이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이를 대놓고 말할 수도 없다. 왜? 시진핑 주석이 그동안 최대 치적이라고 말해 왔고, 지금도 시진핑의 중요한 정책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당국이 내놓은 방안이 ‘일대일로 2.0’이다. WSJ은 “중국 내에서조차 일대일로 사업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으며, 위험 부담을 줄이려면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는 “국제사회와 협력해 일대일로 협력의 질적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외적인 명분용이고, 사실은 부채 회수에 진력하고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적당히 거리두기를 하려 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개도국들의 잇따른 채무불이행 위험은 중국의 소프트파워 전략에 큰 걸림돌로 작용 중”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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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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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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