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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 위안화의 세계 지배가 불가능한 이유? - '달러패권'에 도전장 낸 중국 시진핑-브라질 룰라 - 위안화의 세계화 전략, 실현 불가능한 망상 - 중국의 국가체제가 개벽하지 않는한 위안화의 국제화 불가능
  • 기사등록 2023-04-19 04: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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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패권'에 도전장 낸 시진핑-룰라]


요즘 언론들에서 중국 위안화가 달러패권에 도전한다면서 달러의 지위가 약화되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이라한 분위기는 지난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과 브라질 정상회담에서 자국 통화(중국 위안과 브라질 헤알)를 활용한 무역을 강화하기로 합의하면서 더욱 확대됐다.


중국 외교부가 15일 밝힌 바에 따르면, 시진핑 국가주석과 룰라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 내놓은 공동성명을 통해 “양측은 경제와 재정·금융 영역에서의 대화를 심화하고, 현지 화폐 무역을 강화하는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1천505억 달러(약 195조원) 규모인 두 나라의 교역에서 현지 화폐 활용을 강화함으로써 미국의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의 의미가 있어 보인다.


특히 중국은 브라질 업체들이 달러 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대신 중국에서 만든 '국경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을 이용토록 함으로써 위안화의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도 각각의 자국화폐를 통한 무역거래를 확대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렇게 달러가 아닌 위안화를 통한 무역거래가 증가하는 것은 '달러 패권'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18일, 상하이 동아시아연구소 바오청커 부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위안화 굴기는 (달러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달러의 결점을 보완하는 것이며, 달러 패권에 대한 일부 국가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중국과의 교역에서 결제 수단으로 위안화를 선택하는 국가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 말했다고 보도했다.


바오청커 부소장은 이어 “이런 배경에는 미국이 자본의 우위를 이용, 자신들에게 유리한 경제 구도를 만드는 데 대한 다른 나라들의 불만이 있다”며 “현재의 달러는 미국의 패권, 특히 무역 제재의 수단으로 사용돼 (달러 패권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러시아 등의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제재에도 이들 국가의 무역 수요가 여전하고, 미국이 대러시아 제재에 달러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달러 패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 뒤 “달러 지위의 약화는 미국이 자초한 것이며, 위안화가 달러에 도전할 만큼 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바오청커 부소장은 그러면서도 위안화의 한계를 분명히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여전히 미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고, 개발도상국의 위치에 있으며 금융제도도 미흡하다”며 “현재 위안화는 달러를 대체하기보다 개별 국가 간 거래에서 달러 결제의 결점이나 미국의 금융 제재에 따른 구멍을 메우는 역할을 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10∼20년 동안 위안화 체제가 건전하게 발전하고, 중국 금융시장이 국제적인 신뢰를 얻어야 위안화가 비로소 달러, 유로화와 더불어 다원화 화폐 체제를 구축하게 되고, 세계가 달러에만 의존하지 않는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바오청커 부소장의 이러한 진단은 학자로서 현실을 호도하려는 발언이라 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의 위안화 국제화는 사실상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의 세계패권 장악은 곧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는 페트로 달러로 명명되는 달러의 국제통화 가능을 약화시키면서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구상과 연계되어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중국당국은 2050년까지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거나 최소한 세계의 선택통화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꿨다. 지난 2021년 6월 11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전 중국중앙은행 부총재인 후샤오랸은 “중국 경제가 세계의 다른 국가들과 통합됨에 따라 시장 주체들은 국경을 넘기 위한 목적으로 위안화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위안화의 유통계획은 점점 더 불안정해지는 적대적인 외부세력에 적응하기 위한 접근 방식”이라 말했다.


그러니까 일차적으로 국가간 결제화폐로 달러와 위안화가 함께 쓰이도록 하는 체제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것이 바로 위안화의 세계화 전략이다.


그러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反美성향의 친중(親中)국가들을 중심으로 위안화를 무역거래의 기본 화폐로 통용하고, 이러한 거래를 뒷받침하는 중국 주도의 '국경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을 채택하도록 하면서, 또다른 중국 중심의 경제공동체 체제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간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지난 13일 상하이 신개발은행(NDB) 연설에서 “왜 우리는 자국 통화로 무역할 수 없는가? 금본위제가 사라진 뒤 달러화를 (국제 통용) 화폐로 결정한 것은 누구였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룰라는 중국과 브라질 간에 달러를 우회하기 위해 각자의 자국화폐를 통한 무역거래를 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중국이 아무리 용을 써도 아직 위안화가 국제화폐로 통칭되기에는 아직 거래량 자체가 미약하기는 하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무역금융 데이터에 따르면, 시장가치 기준 위안화 점유율은 지난 2월 4.5%에 불과하다. 물론 이 수치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반면 유로화는 6%이고, 달러화는 84.3%에 달한다.


위안화의 비중이 상승한 것은 오로지 우크라이나 전쟁 탓이다. 러시아가 달러를 통한 무역거래를 하지 못하자 위안화를 주 화폐로 하여 중국과 거래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위안화는 달러를 대체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위안화는 과연 달러를 대체하는 국제적 통용화폐가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영원히 불가능하다. 물론 반미국가들끼리 통용하는 주화폐로 위안화가 부상할 수는 있겠지만 그 정도 가지고는 달러패권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또 그렇다 하더라도 반미국가들끼리만 무역이 100%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나라들과도 무역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어차피 달러와 위안화를 이중으로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다시 달러를 기본화폐로 그들 역시 삼을 수밖에 없다.


특히 위안화가 달러의 권위에 도전하겠다는 꿈을 가지려면, 가장 먼저 중국의 체제부터 완전히 바꿔야 한다. 위안화가 국제적 대표 화폐로서 자리를 잡으려면 위안화의 신뢰도와 투명성이 우선인데, 그러려면 중국이 현재 시행중인 엄격한 자본 통제를 완전히 해체하고 금융시장 개방이라는 천지개벽을 해야만 한다. 이는 사실상 공산당 체제를 해체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어서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할 것이다.


이에 대해 타일러 코웬 미 조지메이슨대학 교수는 “자본시장이 개방되지 않는 한, 위안화는 달러의 강력한 경쟁자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장벽도 있다.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을 넘어서야만 한다. 그러나 중국 경재가 미국을 추월한다는 것은 이미 불가능해졌다는 것은 더 이상 토론할 가치조차 없다.


이와 관련해 미국 경제학자인 피터 얼은 “탈달러가 수십 년 이어지더라도 위안화가 세계 기축 통화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


또 하나 더 검토해야할 것이 있다. 중국의 위안화의 안정성 문제다. 중국은 강력한 우방국인 러시아의 루블화를 달러 대체 화폐로 거래하면서 상당히 많이 보유하고 있었지만, 최근들어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몇 주 만에 40% 이상 사라졌다.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제재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기라도 한다면 위안화의 가치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끔찍한 대폭락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한 평가절하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위안화를 달러 대체 화폐로 사용할 수 있을까?


중국의 지도부는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는 세상이 영원히 오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안다. 지난 2021년 3월,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이자 외교 분야 실무 사령탑이었던 양제츠(杨洁篪)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미중관계전국위원회(NCUSCR)가 주최한 포럼에서 “미국에 도전할 생각도 없고, 내정(內政)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 분명히 말한 바 있다.


양제츠는 이어 “미국의 국제적 지위에 도전하거나 (지위를) 대체할 생각도 전혀 없다”며 “미국이 제로섬 게임의 강대국 간 경쟁이라는 구시대적 사고를 뛰어넘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양제츠의 이날 발언은 미국의 패권에 더 이상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대신 중국에 대한 압박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렇게 중국의 지도부들은 중국 경제가 미국을 결코 추월할 수 없고, 또한 위안화가 달러화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히 안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세계 패권을 말한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시진핑 주석이 한번 입밖으로 내뱉은 말이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지난해 10월말 열린 제19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발표된 14차 5개년(2020~2025) 규획(規劃·계획)과 2035년 장기목표를 담은 ‘건의’에서 2035년까지 중국 GDP 규모를 2배로 키운다는 장기 청사진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2035년까지 1인당 GDP를 중등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시진핑의 이러한 야망은 환상에 불과하다. 중국의 현재 상황이 시진핑의 그러한 꿈을 이루기에는 택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엄청난 환상을 나팔부는 것은 대국민 선동용 허세이고, 반미 국가들을 결속시키기 위한 국가적 사기다. 이렇게 너무나도 명백한 진실이 드러나 있음에도 언론들조차 마치 위안화가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을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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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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