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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보폭 넓히는 중국외교, 독일 돌직구에 좌불안석 - 유럽 휘어잡으며 美주도 디커플링에 참여못하도록 할 속셈 - 강력한 우방이었던 독일마저 中인권문제 또 제기 - 독일 5G 네트워크에 장착된 중국산 부품 대상 점검 착수 충격
  • 기사등록 2023-04-18 12: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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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폭 넓히는 중국외교]


중국이 지난 3월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3기에 공식 진입한 이후 미국의 포위망 돌파를 위해 아시아, 유럽, 남미, 아프리카 국가들과 연쇄 정상외교에 나서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양회 폐막 후 3월 20일부터 22일까지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이후 베이징에서 스페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프랑스, 브라질 등의 정상과 회담을 이어갔다.


이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정상외교는 지난 5일~7일까지 있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12일∼15일까지 열렸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의 회담이었다. 이들 두 국가는 세자릿수 규모의 기업인이 대거 동행한 국빈 방문 형식이었다. 그리고 18일부터 21일까지는 알리 봉고 온딤바 가봉 대통령을 역시 국빈으로 초청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면, 룰라 대톹령은 남미, 온딤바 대통령은 아프리카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시진핑 주석의 정상외교의 빅픽쳐를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2일 일본, 14일 독일 외무장관과 각각 회담하는 등 중국에 '껄끄러운 상대를 도맡아 시 주석 외교를 뒷받침했다.


전반적으로 보면,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진영의 디커플링(탈동조화)를 깨는 데 방점을 둔 외교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러면서 남미와 아프리카는 중국의 우방외교 강화를 목적으로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대 유럽외교에 올인하는 중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가장 중점을 두는 지역은 역시 유럽이다. 중국이 유럽에 이렇게 주안점을 두는 이유는 우선 유럽시장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시장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과의 디커플링이 갈수록 확대된다 하더라도 유럽 시장만큼은 그 미국주도의 디커플링 범주안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방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사실 중국의 생존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중국이 사활을 걸고 대유럽 외교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유럽국가의 전략적 자주성’을 전면에 내세운 외교를 펼치고 있다.

그래서 시 주석은 스페인, 프랑스 정상,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과 회담하면서 가장 강조했던 말이 바로 ‘전략적 자주성’이었고, 친강 역시 마찬가지로 유럽국가의 전략적 자주성을 말하면서 미국 주도의 디커플링에 참여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 주도 디커플링에 유럽국들이 중립적 위치에 서도록 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대적인 경제협력 카드를 내세우고 있다. 프랑스에는 중국 항공사들이 에어버스의 항공기 160대를 사기로 한 것을 포함해 20여 건의 양국 기업 간 계약을 체결시켰다. 이는 그동안 중국이 가장 효과적인 카드로 여겨졌던 것인데, 이번에도 과감하게 중국과의 경제적 교류 카드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막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유럽국가들을 향해 외교적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있다. 일단 중국은 유럽사회에서의 지도적 국가라 할 수 있는 독일과 프랑스에 사실상 모든 것을 걸었다. 지난해 올라프 숄츠 총리를 초청한데 이어 이번에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을 초청했다. 사실상 프랑스와 독일만 친중적 국가로 만들어 버린다면 미국 주도의 유럽사회 디커플링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일단 지난해 11월 4일 숄츠 독일 총리가 시진핑 주석의 3연임 확정 이후 G7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원래 독일은 중국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밀착된 국가여서 시진핑 주석은 가장 먼저 독일 총리를 베이징으로 불러 미국과 거리두기를 하도록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숄츠 총리가 중국을 가는 것에 대해 국내외에서 많은 반발이 일자 숄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대만에 대한 강제적인 전진에 대해 경고하는 차원에서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시진핑은 “진영 대결 등의 방해에 공동으로 저항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미국과의 갈라치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착각한 것이 있었다. 독일은 연립정부라서 아무리 총리라도 외교에 관한한 외무장관이 독점적 지위를 행사한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중국이 이번에는 안나레나 베어복 외무장관을 초청해 독일과 미국을 갈라치기하려 했던 것이다.


사실 중국 입장에서는 마크롱 대통령과 시주석간의 회담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을 것이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 문제에 대해 “우리(유럽인)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미국의 추종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 대목에서는 아마도 환호를 질렀을 것이다.


이렇게 프랑스를 중국의 편에 서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독일만 중국과 입장을 같이할 수 있다면 유럽연합(EU)을 공략하는데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생각은 완전한 오판이었음이 금방 드러났다. 일단 마크롱과 함께 베이징을 방문했던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대만해협의 안정성은 매우 중요하다. 무력 사용 위협으로 현 상태를 변경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변함 없이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EU의 외교수장인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16일(현지시간) “중국과 유럽의 관계는 대만 문제 등에서 중국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도 1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패할 경우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수도 있다”며 서방의 결속을 강조했다. 이 발언은 최근 중국 방문 때 저자세외교 논란에 휩싸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대한 비판 과정에서 나왔다.


결정적인 것은 독일의 배어복 외무장관의 입에서 나왔다. 배어복 장관은 러시아 측을 ‘침략자’로 칭하며 러시아가 전쟁을 중단하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러한 강경자세가 이어지자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여된 당사국에 무기를 팔지 않을 것이며, 민·군 이중용도 품목의 수출을 규제할 것”임을 밝혔다.


배어복 장관은 또 중국의 인권문제도 제기했으며, 최근 대만 총통과 미 하원의장 회동에 맞선 중국의 고강도 군사훈련으로 긴장이 고조된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세계 일일 무역량 가운데 50%를 막게 되는 대만해협 위기 고조는 전 세계에 공포스러운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물론 배어복 장관은 “독일은 공급망 안전을 고도로 중시한다”면서 “디커플링과 망 단절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그 외 영역에서 배어복 장관은 대중국 '원칙주의자'의 면모를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배어복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글로벌 파워로 부상한 방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역점을 두는 '중국식 현대화' 드라이브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이어 “유럽은 2049년까지 세계의 강국이 되겠다는 중국의 목표 천명을 사람들이 주의깊게 듣고 있다”며 “이 사람들은 중국이 어떤 길을 택할지 묻고 있다”고 말했다.


신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군사 및 경제력 면에서 미국과 대등하거나 미국을 능가하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만들겠다는 시 주석 목표의 방향성에 '물음표'를 던진 것이다.


이에 대해 친강 부장은 “중국은 서방의 '큰 스승'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배어복 장관의 견제에 다소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배어복 장관의 중국을 향한 다양한 문제제기는 중국이 아무리 유럽사회의 두 강대국을 구워 삶는다해도 지금 EU와의 냉랭한 관계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임을 예고해 준다. 중국과 EU간의 투자협정이 결정적으로 결렬된 이유가 바로 중국의 인권 문제였는데, 이 문제를 배어복 장관이 정면으로 제기했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또한 대만 문제 역시 배어복 장관이 중요하게 제기했는데 결국 중국의 본질이 전혀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독일이 EU내에서 중국의 입장에 서게 될 것으로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독일이 중국과의 경제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발생했다.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간) 독일이 자국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에 내장된 중국산 부품을 전면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낸시 패저 독일 내무장관은 이날 중국과의 무역 관계 재평가 차원에서 독일 5G 네트워크에 장착된 모든 중국산 부품을 대상으로 점검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로이터는 독일이 자국 안보를 우려로 자국 통신 네트워크에 중국 화웨이와 ZTE(中興; 중싱통신)의 부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간 독일은 화웨이 부품 사용금지를 명시하는 데 주저해왔으나, 이들 통신 부품이 중국의 정찰 활동이나 파괴 공작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보면, 관계 개선 시도가 벽에 부딪힌 미국과는 외교적으로 냉각기를 가지면서, 동시에 우호국과의 관계는 강화하고, 껄끄러운 국가들은 최소한 미중 사이에서 중립 코너에 머물게 하기 위해 숨 가쁜 외교전을 중국이 펼치고 있지만, 유럽사회를 확 휘어 잡으려는 시도는 절대적으로 실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젠 중국의 속내를 모두가 다 알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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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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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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