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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의 무역전망, “봄날은 갔다!” - 재조립과 가공 비중이 큰 중국경제. 탈중국 생산거점이 치명타 - 중국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할 가능성 제로 - 발등에 불 떨어진 중국 당국, “무역 안정에 최선”
  • 기사등록 2023-04-18 05: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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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무역전망, “좋은 날은 지나갔다!”]


중국의 무역업계가 더 이상 호황은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어 과연 중국경제의 추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기업들이 무역을 다각화하고 동남아시아에서 더많은 상품을 아웃소싱을 함에 따라 미국으로의 선적량이 상당히 줄어들었으며 여기에 공급망 이동과 글로벌 수요 악화까지 이어지면서 무역업계 종사자들이 ‘좋은 날은 지나갔다’고 한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실제로 “상하이의 번화한 와이가오차오(外高橋) 컨테이너 항구로 향하는 도로가 과거에는 트럭들이 짐을 싣고 내리기 위해 줄을 서 있었지만 지금은 평일임에도 트럭 통행량이 한산했다”며 “항만의 수많은 컨테이너들이 대부분 비어 있다”고 전했다. 사실 이는 지난 30년 고도 성장을 달리던 중국 경제의 상징, 상하이 컨테이너항 하면 떠오르던 고정 관념과 크게 배치된 이미지라 할 수 있다.


최근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대외 무역이 상당한 반등세를 보였지만, 세계 최대 컨테이너 항구인 상하이의 물류 종사자들은 회복 속도가 느리고 장기 전망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중국 해관총서(우리나라의 관세청)는 14일, “3월 중국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8%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1~2월 6.8% 감소에서 회복세를 보인 것”이라 밝혔다. 또한 “수입도 개선되어 3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예상보다 적은 1.4% 감소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출의 깜짝 반등은 낮은 기저효과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핀포인트에셋의 이코노미스트 장즈웨이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애널리스트들은 만장일치로 3월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지난해 3월에 코로나 확산으로 많은 공장이 문을 닫았고, 이동이 제한됐고, 항구도 운영이 중단됐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며, 수출 증가의 또 다른 요인은 수출업체의 재고 및 주문 주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이나오션쉽핑에이전시(China Ocean Shipping Agency)의 화유팅 매니저도 “세계 무역의 바로미터인 해운업이 3월 이후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질적인 개선을 보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지난 몇 년 동안 코로나로 인한 봉쇄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동남아시아로 물품을 조달하기 위해 이동했으며, 미국 노선은 특히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화유팅은 이어 “클라이언트를 잃게 되면 국가가 다시 문을 열어도 쉽게 클라이언트를 되찾을 수 없기 때문에 그 영향은 장기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닝보와 선전을 비롯한 중국의 다른 주요 항구에서는 그 수가 다소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하이의 여러 항구에서는 여전히 빈 컨테이너가 산을 이루고 있음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2010년부터 양쯔강 삼각주에서 화물 트럭을 운전해 온 루칭린은 “상하이에 등록된 컨테이너 트럭은 5만 대인데, 현재 수요를 고려할 때 3만 대만 필요할 것”이라며 “상하이 인근 장쑤성 쿤산(昆山)의 경우, 공장 100곳 중 10곳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이전했는데 이러한 여파가 이렇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루칭린의 경우 배달 물량만 줄은 것이 아니라 배달 수수료도 줄었으며, 여기에 유가는 상승하면서 월수입이 3분의 2가량 감소했다. 그는 2010년부터 올해까지 한 달에 15,000위안(약 287만원)의 꾸준한 수입을 올렸지만, 작년 초부터 그는 한 달에 4,000~5,000위안(약 76만~96만원) 밖에 벌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국 지도자들은 앞으로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수출에서 내수 소비로 우선순위와 지원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지만, 올해 ‘약 5%’의 GDP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대외 무역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신임 총리 리창은 지난주 내각 회의에서 관리들에게 “선진국과의 무역을 늘리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지시했으며, 기업들에게 신흥 경제국 시장을 더욱 개척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리창 총리의 계획이 뜻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중국 경제 성장의 핵심 축인 수출 산업은 원자재부터 소재ㆍ부품까지 생산해 조립하고 수출하는 원스톱 구조가 아니다. 사실 재조립과 가공 비중이 크다.


그런데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 재편 기류가 거세지면서 탈중국하는 생산 거점들이 동남아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소재ㆍ부품 수입이 줄고 동시에 조립 완제품 수출 물동량도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이렇게 탈중국ㆍ디커플링의 구조적 요인이 중국의 수출 부진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때 도시 전체 봉쇄로 공급망이 교란된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 미국에서는 “다시는 공급망에 인질 잡히지 않겠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으니 할 말 다한 거다.


상황이 이러니 해운업체에 종사하는 ‘후아’는 “중국 경제를 이끄는 수출이 얼마나 더 반등할 수 있을지 말하기는 어렵다”며 중국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할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동남아시아로 떠났던 고객이 비용이 저렴하고 품질이 보장된다면 왜 돌아올까요?”라고 반문하면서 “그들은 돌아와도 적어도 여러 바구니에 계란을 두고 싶어할 것”이라 전망했다.


후아의 말 같이 실제로 상하이 등에서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운전자들은 “지난 달부터 일들이 약간 늘어나기는 했지만 과거와 같이 일 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지금 트럭을 팔고 새 일자리를 찾으려고 하는데, 적당한 가격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추세로 볼 때 좋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단정지었다.


[발등에 불 떨어진 중국 당국, “무역 안정에 최선”]


중국의 무역 거래에 빨간 불이 켜지자 중국 당국은 경제회복의 지름길인 무역 증대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SCMP는 지난 8일, “중국 국무원이 무역을 안정시키고 시장 신뢰를 높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경제회복을 위한 험난한 길에서 수출을 늘리기 위한 모든 노력을 강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창 총리는 지난 7일 국무원회의에서 수출증대를 위한 인센티브 지원방안을 논의하면서 시장 신뢰를 높이면서 성장을 공고히 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리창 총리는 수출 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야 하고, 수출업자들이 개발도상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전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어떠한 지원책이 나올지 아직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통관 절차 간소화를 비롯해 물류, 자금 조달 및 국제 무역 협정을 통한 더 큰 시장 접근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으로의 수출이 늘어나지 아니하면 수출 확대에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올해 1~2월 동안 무려 21.8%가 감소했다. 미국 시장은 아세안과 유럽 시장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다시말해 이미 동남아 수출이 포화에 이르러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동남아 수출을 확대하기 어려운데다 다른 지역에서 더 늘린다 하더라도 미국 무역에서의 감소를 채울 수 없다.


미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독일(-16.7%), 대만(-18.1%), 영국(-14.4%), 네덜란드(-3.4%)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중국 경제와의 디커플링 효과가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니 중국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미국과의 수출 감소에 대해 중국 민생은행의 원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하락세가 일부 서방 국가들의 공급망 분리와 해외 수요 약화 때문”이라며 “글로벌 공급망과 가치사슬의 구조조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서 이로인해 글로벌 경제 분업의 초대형 참여자인 중국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수출이 생각대로 늘어나지 아니하면, 중국의 경제성장률 또한 주춤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수출이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17%였다. 그렇다면 수출 감소는 5% 성장률 목표 달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로 세계 경제가 지난해 보고된 3.4%보다 더 낮은 3% 수준에 머물 것이라 전망했고, 세계무역기구(WTO) 또한 세계 상품 무역의 성장이 2022년 2.7%에서 올해 1.7%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중국의 수출 감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중국과 거래했던 많은 구매자들이 대체 상품 공급업체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점은 중국에게 치명적이다. 중국 사회과학원 금융 및 은행 연구소의 장 밍(Zhang Ming) 부소장도 바로 이 점을 가장 우려했다. 한마디로 그동안 중국에만 의존해 왔던 글로벌 무역업자들이 이젠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복합 위기를 중국은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 그래서 중국의 수출은 이미 봄날을 지났고 그렇게 된다면 중국 경제가 다시 활성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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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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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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