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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갑자기 한국 달래기 나선 시진핑, 이유 알고보니... - 시진핑, 집권 뒤 첫 광저우 소재 한국기업 방문 - 시진핑의 ‘남순강화’, 글로벌 기업 투자유치 목적 강해 - 광저우 LG공장 방문, 한국과의 디커플링 막으려는 의도
  • 기사등록 2023-04-15 0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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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집권 뒤 첫 한국기업 방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2일 광저우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 공장을 돌연 시찰했다. 2012년 집권 이후 시 주석이 한국 기업의 현지 공장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그 방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분명히 어떤 메시지를 주려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14일자 1면에서 “시 주석이 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기 위해 광둥성을 찾은 뒤 10일부터 현지 시찰 중인 가운데 12일 LG디스플레이, 광저우자동차그룹(GAC) 산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온 연구개발(R&D) 센터 등을 방문했다”며 “시 주석이 대외 개방, 제조업의 고품질 발전, 기업의 기술 혁신 추진, 자체 브랜드 개발 등의 상황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13일 중국 관영 신화사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광저우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해 약 한 시간 동안 사업 관련 소개를 듣고 생산라인을 견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은 전체 70만㎡ 규모로 LCD와 OLED 패널을 주로 생산하고 있는데, 2020년 7월부터 8.5세대 TV용 OLED 패널 양산을 시작했다. 광저우 공장은 LG디스플레이의 주요 해외 생산기지이면서 광저우에서 가장 큰 외국인 투자기업 중 하나로, 경기 파주 생산공장과 함께 가장 중요한 글로벌 생산기지라 할 수 있다.


현지에서는 지난주까지 총리 혹은 성급 고위 지도자의 방문을 통보받고 준비했다가 막판에 시 주석이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이날 시찰에는 차이치 정치국 상무위원, 허리펑 부총리, 리잔제 중앙조직부장, 정산제 국가발전개혁위 주임, 황쿤밍 광둥성 서기, 왕웨이중 광둥성장 등 중앙과 현지 최고위급 지도자들이 총출동했다.


[시진핑의 ‘남순강화’, 그 의도는?]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은 광저우의 한국기업을 왜 콕 찍어 방문했을까? 그 배경을 알려면 최근의 시진핑 주석의 일정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최근 중국의 관영 언론 매체들은 시진핑 주석의 광둥성 시찰 의미를 강조하며 대대적인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시찰이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이후 첫 방문이고, “중국식 현대화를 통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전면적으로 추진하는 20차 당대회 정신을 구현하는 뜻깊은 행보”라는 게 요지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는 12일 “이번 방문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의 전면적 출발에서 중대한 의의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이라는 말은 지난 20차 당대회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이루어야 할 목표로, 이를 위해 시진핑 주석이 광둥성을 방문했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하고 있다.


이러한 시주석의 행보는 곧바로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를 떠올리게 만든다. 1992년 덩샤오핑은 우한·선전·주하이·상하이 등을 둘러보는 남순강화 이후 개혁개방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일군 바 있었는데, 시진핑 주석 역시 이번 광둥성 시찰을 계기로 중국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이끄는 시작점을 선포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덩샤오핑의 남순강화와 시진핑의 이번 광둥성 시찰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덩샤오핑은 1990년 전후 사회주의권 붕괴 도미노 속에서 사회주의 시장 경제 시스템을 도입해 '중국 특색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했다면, 시진핑은 미중 패권 전쟁으로 인한 갈등이 확대되면서 사실상의 좌클릭을 강화한 사회주의 현대화 정책을 펼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덩샤오핑은 집단지도체제를 통한 예측 가능한 중국 정치를 꿈꿨다면, 시진핑은 1인 독재체제 강화를 통해 일사분란한 정치 체제로 중국에게 닥치는 난관을 헤쳐 나가려 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시진핑의 1인 지배체제가 과거의 집단지배체제보다 우월하다는 점, 그리고 공산당 지배체제가 중국에게 있어 유일한 정치제도라는 것을 입증하려면 무엇보다도 경제가 활성화되어야 하고, 시진핑 주석이 그렇게도 강조하는 ‘모두가 잘사는 사회’, 곧 ‘공동부유’의 사회를 만들어야만 한다.


시진핑 주석이 광둥성을 찾은 것도 그곳이 바로 경제력 기준으로 중국 내 31개 성·시·자치구 가운데 30년 이상 1위를 차지한 중국 경제의 엔진이기 때문이다. 이는 광둥성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광저우 LG공장 방문도 이러한 배경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광저우 LG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외국 투자자는 기회를 잡아 중국으로 오고, 중국 시장에 뿌리를 내려 기업 발전이 새롭게 빛나는 시대를 창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글로벌 경제 성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중국이 새로운 발전 구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비즈니스 환경 건설을 강화하면 시장의 이점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며 “외국 투자자가 기회를 잡고 중국에 오고, 광둥성에 오고, '웨강아오 대만구(大灣區·광둥성·홍콩·마카오를 아우르는 지역·Great Bay Area)'에 와서 중국 시장을 깊이 경작하고, 휘황찬란한 기업 발전을 이루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복수의 소식통들은 시 주석이 한·중 간의 우의를 강조하는 덕담을 했다고 했다.


시 주석은 같은 날 중국 전기차 업체인 광저우자동차그룹 R&D 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은 장구히 변치 않을 것”이라며 “개방의 대문을 영원히 스스로 닫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와 협력하고 윈윈하기를 원하는 모든 국가와 마주한 채 세계 경제의 공동 번영과 발전을 추동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시진핑의 한국기업 방문에 숨은 의도는?]


결국 시진핑 주석의 광둥성 방문,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광저우의 LG공장 방문은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그 첫 번째는 중국 경제가 암울한 상황에서 새로운 경제 부흥의 전기를 만들려면 어쩔 수 없이 글로벌 경제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고 이를 위해 글로벌 투자가 늘어나야만 한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달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확정한 올해 정부 업무보고에서 “외자 기업의 우려를 즉시 해결하고, 외자 기업을 자국민 대우하며, 외자 기업 서비스를 개선해 대표적인 프로젝트의 실제 건설을 추진하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금 엄청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중국 경제가 나아가려면 글로벌 투자가 늘어나야 하고 또한 중국의 글로벌 진출도 확대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는 시진핑 주석이 그동안 자신의 절대적 과업으로 밀어붙였던 세계 패권 장악이라는 과제와 정면충돌한다. 그로인해 빚어진 미중충돌 상황이 중국을 글로벌 경제로부터 디커플링시키고 있어서다.


시진핑 주석이 이번에 광둥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해외 투자유치를 강조하면서 중국이 투자하기에 좋은 나라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애쓴 것도 바로 이러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 중국의 현실은 글로벌 기업들이 경영하기에 너무나도 부적합한 환경으로 흘러가고 있다. 바로 시진핑 주석의 잘못된 경제정책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이 지금 하는 행동이나 말들을 보면 마치 다른 나라에서 살다가 갑자기 중국으로 온 사람처럼 보인다.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는 반기업적 경제정책들은 아예 무시하고 모두가 다 좋은 나라, 돈 벌기 좋은 나라가 중국이라고 선전하고 있어서다. 이것이 시진핑 주석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착각이다.


이는 마치 중국이 평화를 추구하는 나라라고 외쳐대면서 정작 대만을 향해서는 날이면 날마다 위협하고 언제든지 전쟁이라도 벌여 무력침공할 것처럼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것과 유사하다. 그것이 중국의 본성이다.


두 번째로 생각할 것은 왜 하필 한국기업을 방문했는가 하는 점으로 이는 아무리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과 디커플링을 하더라도 한국만큼은 그래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한중 공급망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행보라는 의미다.


특히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이 지나치게 미국과 밀착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미중간의 중간자적 입장에서 중국과 디커플링이 아닌 동반성장하는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에게 있어서 한국은 중국의 첨단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다.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에서 핵심 지위에 있는 한국과의 관계 지속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시진핑 주석은 한국에 구애를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그저 선의(善意)라고 착각만 해서는 안될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도발한 직후인 13일, 중국 외교부는 “미국 측이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고 전략무기를 동원한 데 따른 부정적 영향은 자명하다”며 북한 도발의 책임을 한미에 돌렸다.


시진핑은 푸틴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도발을 자위권으로 해석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철저하게 북한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은 김정은에게 보낸 친서에서도 북중간 든든한 우호를 강조했다.


그러한 중국이 한국에 대해 우호적 제스처를 한다는 것은 오직 중국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 상호 선린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시진핑의 광저우 발언에 호들갑을 떨면서 ‘중국이 보낸 긍정적 신호’라 해석한다면 또다시 중국에 속아 넘어가는 우매한 일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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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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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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