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美기밀문서 최초 유출자, 영웅심리에 빠진 20대 - 美 기밀문서 유출, “내부고발자는 아니었다!” - 채팅방 회원 가운데 러시아, 우크라이나인들도 있었다 - 너무나 허술한 미국의 기밀문서 관리, 수천명이 접근 가능
  • 기사등록 2023-04-14 03:56:21
기사수정



[美 기밀문서 유출, “내부고발자는 아니었다!”]


세계 각국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미국 기밀문서 유출의 용의자가 밝혀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관련한 극비 문서들과 우방국에 대한 미국의 감청 내용을 공개한 사람은 “게이머들이 즐겨 찾는 소셜플랫폼 디스코드(Discord)에서 전술 비디오 게임 관련 소모임을 운영하는 20대 초중반의 총기 애호가로, 군사 기밀을 다루는 보안시설에서 일하는 남성”이라고 독점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기밀자료가 최초 유포된 곳은 비디오 게이머들이 즐겨 찾는 소셜플랫폼인 디스코드의 ‘써그 쉐이커 센트럴'(Thug Shaker Central)’이라는 이름의 채팅방으로, 2020년에 총과 군사 장비, 전술, 신(神)에 대해 관심이 많은 방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은 초청에 의해서만 회원 가입이 가능한데, OG는 이 채팅방에서 자신보다 어린 남성과 소년들을 상대로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가르쳐왔다. 이런 교육에 이용한 자료가 미국 정부가 수집해 비밀로 취급되는 정보였다. 교육의 골자는 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사실이 많으며, 세상은 그렇게 대중이 인식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굴러간다는 것이었다.


이후 OG는 자신의 교육에 신뢰성을 더하기 위해 작년부터 이상한 약어(略語)와 전문 용어가 포함된 메시지를 직접 작성해서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회원들이 관심이 없었으나, OG는 자신이 미국 정부가 일반인에게 숨기고 있는 비밀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고,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이후 수백 건의 메시지를 직접 작성해 올렸다.


OG는 군기지에서 근무하며 집으로 기밀을 가져온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OG는 자신이 “하루 일과 중 일부를, 정부 컴퓨터 네트워크에 보관된 비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보안 시설에서 보낸다”며, “휴대폰과 전자장비 반입은 불가능한 곳”이라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 기밀을 받아적어 옮기는 형식으로 소개했고, ‘NOFORN’(외국과의 공유 금지)와 같은 약어에 일일이 주석을 달았다. 이렇게 매일 한 시간가량 작업해서 비밀 문서의 내용들이 담긴 메시지를 작성했다.


OG는 이렇게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내용을 올리다가 타자가 힘들 정도로 양이 많아지면서 아예 문건의 사진을 찍어 올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 동향, 러시아에 대한 이집트의 무기판매 시도설, 러시아 용병단의 튀르키예 무기 구입 시도설 같은 문건이 그렇게 유출됐다.


우크라이나 전황을 보여주는 도표, 러시아 미사일에 훼손된 우크라이나 기간시설 사진, 중국 정찰풍선을 같은 높이에서 찍은 정찰기 사진,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북한 탄도 미사일의 궤적 등 이미지도 게시됐다.


이렇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자료들을 직접 목격한 채팅방의 20대 초반 회원들은 OG를 선지자와 같은 지도자로 추앙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인가를 받은 OG가 언론에 주요 기사로 보도되기 전에 주요 사건을 예언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OG는 튼튼한 외모와 사격 기술 등으로 회원들을 매료하기도 했다. 한 청소년은 “OG가 강하고 무장했으며, 훈련을 받은 사람이고, 멋진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그는 10대 회원들에게 매우 카리스마 넘치고 매력적으로 보였고, OG는 회원들이 자신이 올린 비밀 문서 메시지를 읽지 않으면 화를 내는 “엄격한 리더”였다고 한다. WP는 OG가 대형 라이플을 들고 인종차별적, 반(反)유대주의적 욕설을 내뱉으며 사격하는 동영상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OG는 기밀을 소개할 때 특정한 정치적 태도를 취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전에서 편을 들지 않았고 자신은 미국 정부에 적대적이지 않으며 어떤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도 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WP와 인터뷰한 18세 미만의 한 회원은 “OG는 똑똑한 사람이고, 우발적인 유출이 아니며, 그는 자신이 하는 행동이 뭔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OG가 기밀이 채팅방 밖으로 유출되면 곤란해진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회원들은 “OG에게서 아버지나 삼촌처럼 가족같은 친밀감을 느꼈고, 다른 사람이 모르는 것을 알게 되면서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선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WP와 인터뷰한 한 청소년 회원은 OG가 공개한 자료들 가운데는 정치 지도자들의 위치와 동선, 군 병력과 관련한 전술적 업데이트, 지정학적 분석, 외국 정부의 미국 선거 방해 노력에 대한 분석 등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 모두 그 문서들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 전장 상황에 대한 자세한 도표와 러시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전력시설을 파괴한 결과를 보여주는 첩보 위성 사진, 북한 미사일의 미 본토 타격에 대한 잠재적인 궤적 도표 등도 있었다”고 말했다.


WP는 이어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부분이 공개되지 않은 기밀 문서 사진 약 300장을 추가로 검토했으며, OG가 회원들과 나눈 대화의 육성 녹음, 이들이 디스코드의 모임 방에서 서로 채팅한 기록과 사진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문서 중 최소 한 개는 미 정보기관들이 보고서를 작성, 공유하는데 사용하는 ‘인텔리피디아(Intellipedia)’를 통해 인쇄된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전했다.


[채팅방 회원 가운데 러시아, 우크라이나인들도 있었다]


그런데 OG가 이렇게 기밀문서를 유출했던 ‘써그 쉐이커 센트럴’의 25명의 채팅방 안에는 절반이 해외 거주자였으며, 러시아,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외국인들도 포함돼 있었다.


WP는 “기밀 자료에 가장 관심이 많은 사람은 대부분 동구권과 구(舊)소련권 국가 출신이었다”고 보도했는데, 이들을 통해 외국 정보요원들에게 기밀자료들이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WP는 미국 방첩(防諜) 요원들도 수년 전부터 러시아 정보요원들이 이런 게임 플랫폼에서 미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요원이라고 판단되는 게이머들에게 일부러 접근해 기밀 누출을 부추기는 것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극비문서들, 3월 4일부터 다른 SNS로 확산]


WP는 이렇게 ‘써그 쉐이커 센트럴’ 채팅방에서 공유된 문서들은 지난 3월 4일부터 디스코드의 다른 게시판에도 공유되기 시작했고, 곧이어 트위터, 텔레그램으로 번졌다고 전했다. 이렇게 SNS를 통해 퍼지던 기밀문서를 맨 먼저 알아챈 언론이 뉴욕타임스(NYT)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 한 달여만인 지난 4월 6일 처음으로 보도하기에 아르렀다.


‘써그 쉐이커 센트럴’ 채팅방이 아닌 다른 채팅방과 SNS를 통해 문서가 퍼져나가는 것을 알고 OG는 곧바로 극비 문서들 게재를 중단했으며, NYT가 보도하기 직전쯤에는 “이례적으로 광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한 NYT가 기밀유출 사실을 보도한 다음날 “일이 터졌다”며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나님께 기도했지만 이제 하나님의 손에 맡기게 됐다”고 말했다.


OG는 회원들에게 “조용히 지내며 자신과 연결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지우라”는 당부를 회원들에게 남기고 연락을 끊은 상태다. 그가 사라지려는 것을 알고, 회원들은 마치 가족을 잃은 듯이 흐느껴 울었다고 한다.


WP와 인터뷰를 한 청소년 회원들은 “결국 미국 정부가 OG를 찾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OG의 실명(實名)과 사는 주(州)를 신문에 공개하기를 거부했다. 아직 FBI는 이들을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청소년 회원은 OG를 ‘공익’을 위해 비밀을 폭로한 ‘내부 고발자’로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미국 대중은 정보기관이 세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며, 특히 미국 정보기관이 우방국을 감시했다는 것에 분노했다”고 WP는 전했다.


[너무나 허술한 미국의 기밀문서 관리]


문제는 이번에 일어난 기밀문서 유출 파문이 언제든지 또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WP는 미국 언론에 보도된 펜타곤 극비 문서를 본 미국 관리들과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OG와 비슷한 나이의, 신참에서 하급직에 달하는 군인과 공무원 수천 명이 OG가 공유했다고 하는 것과 같은 기밀 문서에 접근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어 “그를 추종하는 10대 회원들이 생각한 것과는 달리 OG는 다른 동료들에 비해 더 특별한 지식은 없었다”며 “그러나 감수성이 예민한 일부 청소년들에겐 OG가 첩보 영화 주인공인 제이슨 본(Jason Bourne)과 현대판 게이머를 합친 대단한 인물로 보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CNN이 13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디스코드의 서버는 지난 주 기밀문서 유출 관련 내용이 보도된 이후 온라인에서 사라졌으며, 디스코드에 노출되었던 기밀문서들은 지금 다른 SNS를 통해 아직도 게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코드의 사용자는 월간 약 1억 6천만명 정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4725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