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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결국 분열되는 러시아 권부, 프리고진 정당 만든다! - 제2야당 만드는 바그너 수장 프리고진 - 러시아인 41%, 프리고진의 전쟁 수행능력 지지 - 러시아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지도자로 부각, 푸틴 넘볼 수도
  • 기사등록 2023-04-13 04: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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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야당 만드는 바그너 수장 프리고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요리사 출신으로 막강한 부를 거머쥐면서 용병집단인 바그너그룹을 만든 예브게니 프리고(Yevgeny Prigozhin)이 원내 제2야당인 ‘정의러시아당’을 넘보면서 공식적으로 정계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져 그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



러시아의 독립언론인 메두자는 11일(현지시간) “프리고진의 정치적 야망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며 “기업가, 용병그룹 수장 등으로 수년간 영향력을 행사해 왔던 프리고진이 2020년에는 직접 출마를 고려하기까지 했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본격적으로 정당을 접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두자는 이어 “프리고진은 새로운 정당을 만들기보다 기존의 정당 주요 지부들을 장악하면서 정계에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일부 소식통들은 크렘린궁이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 막강한 권력을 장악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고 밝혔다.


메두자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최근 정의러시아당의 핵심 지역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지부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미 4월초 상트페테르부르크 입법의회에 속한 4명의 정의러시아당 소속 의원들이 당을 떠나 새로운 정치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인 크렘린궁 복수의 관계자들은 메두자에 “프리고진이 해당 지부를 ‘장악’하고, 이를 푸틴 대통령의 오랜 동지인 알렉산드르 베글로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에 맞서는 일종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프리고진은 오래전부터 “내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잘못돼가고 있다”며 베글로프 시장의 사임을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프리고진은 일단 지부에서 영향력을 확대한 후 이를 발판 삼아 연방 의회로도 세를 불리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프리고진이 정계진출을 하게 된 배경]


프리고진은 이전부터 푸틴 대통령 대신 2024년 대선에 출마한다든지, 제3당을 창당한다는 이야기는 계속해서 흘러나왔지만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통합사령관을 향해 “바그너그룹을 파괴하려고 시도했다”며 “반역죄로 처벌받을 만한 일”이라고 강한 비난을 쏟아내자 모스크바의 정치 전문가들도 '프리고진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푸틴이 강력하게 통제하는 러시아 정치체계에 그가 부합할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CNN도 지난 1월 23일,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자비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면서 “바그너그룹의 프리고진이 우크라 전쟁에서 엄청난 희생을 무릅쓰고 전장을 지키는 데는 분명히 다른 노림수가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CNN은 카네기 재단의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선임연구원의 말을 빌어 프리고진의 점증하는 영향력을 차르 니콜라이 2세의 궁정에서 황제를 좌지우지했던 그리고리 라스푸틴의 영향력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프리고진에게는 부정적인 악마적 카리스마가 있는데, 이러한 프리고진의 카리스마는 푸틴과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프리고진의 행보에 서방언론들도 “러시아의 새로운 권력자가 탄생했다”며 집중 조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CNN은 프리고진이 원하는 첫 번째 자리는 스스로 국방장관 자리에 오르면서 러시아 정규군을 장악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가 최근들어 가장 비판하는 대상도 바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다. CNN은 이어 “프리고진은 무능한 정규군을 비웃고 자신을 진정한 애국자로 포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프리고진이 원한 것은 이러한 카리스마를 통해 러시아 국민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것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푸틴을 이을 러시아의 권력자, 또는 ‘푸틴에 필적하는 카리스마의 소유자 프리고진’이라는 이미지를 만들려는 프리고진의 의도적 정치 제스처였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이다.


이렇게 국내외에서 프리고진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자 프리고진은 서둘러 손사레를 치면서 권력중심으로의 이동 가능성을 극구 부인한 바 있다. 프리고진은 지난 3월 10일에는 러시아 블로거와 한 인터뷰에서 “정치적 야망이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YT는 “프리고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스스로를 서방에 기대려는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와 부패한 관료들에 맞서는 '포퓰리스트' 전쟁 지도자로 묘사한다”고 짚었다.


이렇게 정치 지도자로서의 프리고진을 포지셔닝 하는 것이 잠잠해지는가 싶었는데 결국 실제 정당명이 거론되면서 이전과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정의러시아당 당수인 세르게이 미로노프는 바그너그룹을 향해 “영웅적 군대”라고 칭하기도 했다.


결국 현재 상황을 보면 러시아 정규군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며 독자세력을 구축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을 몰고 다니던 프리고진의 정계 진출 야욕이 본격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뉴욕타임스(NYT)도 지난 3월 14일(현지시간) 프리고진의 최근 행보에 주목하며 “그가 용병업체 수장을 넘어서 러시아 내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프리고진은 3월 11일 텔레그램에 영상을 올려 “바그너그룹은 이념을 가진 군대로 바뀔 것이다. 이 이념은 정의를 위한 투쟁”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밀리에 운영되던 바그너그룹이 3월 들어 42개 도시에서 신병 모집소를 개설하고 용병을 대규모로 모집하겠다고 예고한데다 이념론까지 꺼내든 것에 대해 러시아 전문가인 잭 마골린은 NYT에 “프리고진이 자신의 미래가 위험하다고 보고 바흐무트 이후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프리고진이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배경 가운데 지난 2월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러시안 필드’의 전국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1%가 이번 전쟁에서 프리고진의 역할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을 들었다. 이렇게 러시아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지도자 중 한 명으로 부각하자 프리고진이 정치적 야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프리고진의 정계진출이 가져올 후폭풍]


중요한 것은 프리고진의 야망이 과연 어디까지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현재 크렘린궁의 반응을 보면 프리고진의 부상을 극히 경계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프리고진의 정치적 야망이 단순한 정치권 진입을 넘어 그 이상을 보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NYT는 친정부 성향의 러시아 싱크탱크인 정치학연구소의 세르게이 마르코프 소장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러시아 고위 관료들이 최근 몇 주간 공보 책임자들에게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을 지나치게 홍보하지 말라’는 이례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마르코프 소장은 정확히 누가 그런 지시를 했는지는 밝히지 않으면서 “지도부의 요청이었다”며 “그가 너무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이기 때문에 정치권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NYT에 설명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도 지난 2월 12일(현지시간) 푸틴 분석가인 세르게이 마르코프의 말을 인용해 “크렘린궁은 프리고진의 부상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바로 러시아의 권부가 프리고진의 부상에 대해 긴장하고 있으며, 자칫 권부의 분열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제2야당 세력을 등에 업게 된다면 크렘린궁 내부에서도 상당한 분열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더욱 제2야당의 미로노프 당수는 지난 7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32.9%의 신뢰를 받는 등 여론도 우호적이다. 그렇다면 프리고진의 대중적 인기가 힘을 더한다면 러시아의 정치권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프리고진은 지금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전투에 모든 것을 쏟고 있다. 이 전투에서의 승패는 사실 프리고진에게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닌 듯 보인다. 승리하게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를 쟁취할 지도자는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고, 설사 패배하더라도 패배의 원인을 현재 크렘린궁의 지도자들 탓으로 돌리면서 러시아 국민들의 분노를 한 곳으로 쏠리게 할 수 있어서다. 어느 쪽이든 프리고진에게 그렇게 불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뻔한 현실에 대해 푸틴 대통령마저 함부로 상황을 뒤집거나 마음대로 전개할 수 없다는 것이 한계다. 프리고진이 바흐무트에서 열심히 전투를 전개하고 있는데 이 병력의 철수를 명령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프리고진이 갈수록 권력욕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마땅히 제동을 걸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가장 큰 고비는 결국 우크라이나군의 봄철 대공세에 러시아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러시아내의 여론도 확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우크라군의 대공세에 러시아군이 확실하게 밀리면서 후퇴를 하는 상황이 온다면, 푸틴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고, 반대로 프리고진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확대되면서 러시아 권부의 분열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러시아내의 권력 암투는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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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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