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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화려한 쇼로 끝난 마크롱의 중국방문 - 마크롱, “미국, 중국 어느 한편 추종해선 안돼" - 이목 끌었던 우크라전쟁은 ‘동상이몽’ - 마크롱 방중에도 EU·중국 관계는 여전히 물음표
  • 기사등록 2023-04-11 12: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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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미국, 중국 어느 한편 추종해선 안돼”]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2박 3일간 중국을 국빈방문했던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나 중국을 좆아선 안된다며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촉구했다.



블룸버그는 10일(이하 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은 대만을 둘러싼 위기를 확대하는 데 관심이 없으며 미·중 쌍방으로부터 독립한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면서 “유럽이 대만 문제에서 어느 한편의 추종자가 되어 미국의 리듬이나 중국의 과잉반응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말로 최악”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이 방위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확대하고 원자력과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개발하며 미국 의존을 억제하기 위해 달러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공식 방중 기간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베이징에서의 정상회담 이후 추가로 2000km나 떨어진 광둥성 광저우까지 내려와 환대를 했으며 광저우 쑨원대를 방문했을 떄는 아이돌급의 열광적 환영을 받았다. 이는 프랑스 국내에서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상향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렬하게 이어지는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이목 끌었던 우크라전쟁은 ‘동상이몽’]


마크롱과 시진핑간의 회담에서 가장 이목을 끌었던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그야말로 동상이몽의 아무런 소득없는 대화만 나눴다. 양 정상은 2년째 진행중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협상을 통한 조기 종식 필요성에 뜻을 같이 했지만 해법은 달랐고 또 두루뭉술한 의견만 내놓아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우크라이나 위기는 원인이 복잡하지만 장기화는 모든 당사자에게 불리하다”면서 “최대한 빨리 휴전하는 것이 관련 각 측과 전 세계의 이익에 부합하며, 정치적 해결만이 유일하고 올바른 길”이라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매우 중시하며 중국 측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위기를 최대한 빨리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길 원한다”고 밝혔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그러나 양 정상간 이러한 대화는 그야말로 ‘영혼이 없는 대화’나 마찬가지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서 마크롱 대통령이 얻어낸 것은 시 주석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겠다는 답변뿐이다. 그나마도 시기는 명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실비 카우프만 르몽드 편집이사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최근 독일·스페인 총리 등이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만났지만 누구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관한 그의 진의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마크롱 방중에도 EU·중국 관계는 여전히 물음표]


그렇다면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방중이 유럽과 중국간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이 화려한 행사와 수익성 좋은 계약으로 마무리됐지만, 유럽연합(EU)과 중국 관계에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고 진단해 주목을 끌었다.



SCMP는 이어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이 공식적으로는 외교적 성과로 환영받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양측의 경제적·지정학적 균열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가 없어 많은 관측통은 여전히 향후 EU의 중국과의 교류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문제점은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의 단합을 보여주고자 자신의 방중에 동행을 초청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현지에서 확연하게 온도차가 날 정도로 차별적 대우를 받은 가운데 결론적으로 두 사람의 방중이 외교적 성과를 거의 못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주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 중국을 압박하는 연설을 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공항에서부터 일반 승객 출구에서 나왔고, 시 주석과 호화 만찬 등 주요 행사에서 배제됐다. 이럴거면 왜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초청했는지 의문이 갈 정도였다.


미국의 폴리티코는 이와 관련해 “관영 매체들이 마크롱 대통령에만 집중하는 가운데 소셜 미디어에선 폰데어라이엔을 미국의 꼭두각시로 묘사하는 내용이 돌았다”면서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 단합을 과시하려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동행했지만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의도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베이징에 같이 있기만 하면 '좋은 경찰'(굿 캅), '나쁜 경찰'(배드 캅) 역할을 나눠 맡아 서로 다른 얘길 하더라도 EU 통합이라는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진단이 그것이다.


이러한 마크롱의 실책이 결국 시진핑 주석을 압박해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이고, 유럽을 향한 중국의 정책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기회마저 잃어버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컨설팅업체 로디엄의 노아 바킨 애널리스트는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에 재계 대표 50여명을 데려간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를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압박하려는 노력을 저해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SCMP에 “유럽은 중국 경제가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때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며 “전쟁 외교와 비즈니스를 섞지 않았다면 그 영향력을 더 잘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마크롱이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동행해 에어버스 항공기 160대·헬리콥터 50대 판매를 포함해 핵발전소, 담수화 플랜트, 화장품, 금융상품, 돼지고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면서 국내에 비등한 불만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마디로 소탐대실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아 바킨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많이 얻지 못한 것 같다”며 “특정 국가를 산업망 등에서 배제하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함정이라고 비판하고, 대규모 기업 사절단을 데려가고, 전략적 자율성 지지를 재확인하는 등 일련의 선물을 안겼지만 시진핑에게 별로 돌려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노아 바킨은 이어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 중국이 EU 의원들에 가한 제재, 양자 경제 관계의 지속적 불균형 등 '긴 목록의 골칫거리들'을 언급하며 “중국의 (정책) 궤도 변화가 없다면 유럽과의 관계는 험난한 상태로 남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문제 중 어떤 것도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는 신호가 없다”며 “유럽은 이미 4년 전 중국을 체계적 경쟁자로 규정했고, 양측 간 긴장은 이후 더 고조됐을 뿐”이라 지적했다.


노아 바킨은 또한 “유럽은 공급망 다변화, 민감한 기술의 이전 제한을 통해 중국과의 교류 위험을 줄이는 데 점점 더 집중하고 있다”며 “이는 몇 건의 방중으로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옥스퍼드대 중국센터의 조지 매그너스 연구원도 SCMP에 “중국이 마크롱의 방중과 경제적 거래를 통해 유럽에 분열의 씨앗을 뿌리고, EU와 미국 간 이견을 만들어내려 노력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면서 “유럽 지도자들이 모두 중국과의 교류에서 같은 '찬송가'를 부르는 것은 아니며 가장 큰 균열은 (중국과의 관계에) 더 회의적인 EU 집행위원회·일부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한 한 축과 더 상업적으로 움직이는 프랑스·독일을 중심으로 한 다른 한 축 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매그너스 연구원은 그러면서 “마크롱 대통령과 그에 앞서 지난해 11월 방중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건설적 결과를 거의 내지 못했으며, 중국·EU 관계에서 실질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헝가리 코르비누스 대학의 타마스 마투라 교수도 SCMP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국과 EU 관계에서 '게임 체인저'가 됐다”면서 “마크롱의 '전략적 자율성' 추구에도 중국이 EU와 미국 사이를 틀어지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중국의 러시아 지원은 특히 중부·동부 유럽을 중심으로 한 EU 회원국들에 중국의 외교 정책 의도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우려하게 만들었고, 유럽은 러시아를 막기 위해 미국의 지원이 절실하기에 중국의 어떠한 시도도 소용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방중에서 마크롱 대통령이나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누구도 교착 상태에 빠진 EU·중국 포괄적 투자협정(CAI)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안보 우려가 현재 경제 문제를 압도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짚었다.


그렇기 때문에 “EU·중국 관계는 특히 EU 집행위원회가 언행일치를 보이면서 실제로 대중국 기술 이전 통제를 위한 새로운 장치를 도입할 경우 올해 계속 냉랭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한 것이다.


결국 중국의 시진핑은 물론이고 마크롱도 엄청난 착각에 빠져 있다. 시진핑은 마크롱을 잡으면 유럽사회와의 관계도 진척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대단한 오판이다. 마크롱 역시 유럽사회의 지도자적 역할을 중국관계 활성화를 통해 진전시켜 보려 하지만 이또한 중국을 너무 모르기 때문에 하는 헛발질일 뿐이다.


분명한 것은 중국은 이미 외교적으로 엄청난 실수를 했고, 그러한 문제로부터 벗어나려면 근본적인 정치의 틀이 변화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중국 공산당의 본질은 전혀 변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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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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