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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백악관을 충격에 빠뜨린 기밀문서 추가 유출 - 美 기밀문건 온라인 추가 유포, 파문 일파만파 - 기밀문건, 사실이라면 외교관계에도 악영향 미칠 듯 - 문건 유출, 미국의 역공작일 가능성도 제기
  • 기사등록 2023-04-10 05: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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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밀문건 온라인 추가 유포, 파문 일파만파]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국가안보 기밀을 담은 문건이 온라인에 유포돼 논란인 가운데, 중국 등의 해외 관련 자료까지 포함된 또다른 문건이 SNS에 떠돌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이하 현지시간) “미 당국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중국, 중동 등 지역에 대한 미군의 기밀을 담은 문건이 극우 성향 온라인 게시판 '포챈'(4chan) 등에 올라온 것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우크라이나 부대 증설 및 무기보급 계획 등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기밀정보가 담긴 미군 문건이 트위터와 텔레그램 등의 SNS에 퍼지면서 미 당국이 부랴부랴 삭제에 나섰는데, 이번에 추가로 외교적 사항까지 담긴 문건이 퍼지고 있어서 백악관과 미 국방부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NYT에 따르면, 포챈에 올라온 문건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인 바흐무트의 전황을 보여주는 지도를 비롯해 중국,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 기지 정보와 중동, 테러리즘 등과 관련한 민감한 내용도 담겨 있다.


심각한 것은 이번에 유출된 2월 23일자 기밀문서에는 외국과도 공유되지 않는 기밀문서라는 의미인 'Secret/NoForn'이라는 표시가 돼 있었음에도 유출이 되었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렇게 유출된 문건이 과연 얼마나 될지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일단 미국 안보 기관의 몇몇 관계자들은 이들 문건의 유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유포 경로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에 따르면, 유출된 문건은 총 100쪽에 이르며, 미 국가안보국(NSA)·중앙정보국(CIA)·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등 정부 정보기관 보고서를 미 합동참모본부가 취합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내용의 민감성을 고려한다면 이로 인한 피해도 엄청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분석가는 지금까지 확인된 기밀문서 유출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표현했다.


이 문건은 사냥 잡지 등으로 보이는 것들 위에 올려져 촬영된 사진의 형태로 온라인에 확산했는데, 이를 분석한 전직 관리들은 유출자가 기밀 브리핑 자료를 접어 주머니에 넣은 다음 안전한 장소에서 꺼내 사진을 찍은 것으로 추측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사실 미국의 기밀문서 유출은 미국·영국·호주· 뉴질랜드·캐나다 등 영어권 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게는 악몽 같은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NYT는 전직 국방부 고위 관리인 믹 멀로이의 견해를 인용해 “보안에 심각한 구멍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우크라이나와 미국, 나토에 피해를 주고자 하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퍼뜨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문건은 게임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에 먼저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온라인 커뮤니티 '4chan' 등에 유포된 후 텔레그램과 트위터 등으로 확산한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문건 유출이 러시아의 소행이고, 유포된 내용은 허위일 것”이라면서 “자국의 대반격 작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러시아가 가짜 정보를 퍼뜨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일단 문서의 가치를 평가절하면서도 전쟁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군의 계획과 관련한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보좌관도 WP 인터뷰에서 “우리의 행동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될지는 오직 우리 나라만이 알고 있는 것”이라며 “이를 아는 사람은 최대 5명이다. (유출 문건 내용의) 다른 것들은 현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안드리 유소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원조를 지연·방해하기 위해 위조 문서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유소우 대변인이 주의 깊게 본 것은 “기밀문건에 언급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측 전사자 수가 모두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밀문건이 일부 조작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유소우 대변인은 그래서 “최근 수십년간 러시아 특수부대의 가장 성공적인 작전은 포토샵을 통해 이뤄졌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유출된 문건에서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러시아군 전사자는 1만6천∼1만7천500명, 우크라이나군 전사자는 7만1천500명이라고 돼 있다. 이는 분명히 사실과 확실히 다르다. WP도 “유출된 문건의 일부에서 조작된 정황이 보인다”고 보도했다.


다만 상당수 고위 관리는 문서가 완전히 위조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백악관, 국방부, 국무부 등에 제출되는 CIA '세계 정보 리뷰' 보고서와 형식이 유사하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우크라 전쟁 수행에 미칠 영향은?]


그런데 가장 큰 우려 중의 하나는 이번 문건 유출이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번 문건엔 우크라이나의 공세 시기와 장소, 방법과 같은 구체적인 전투 계획은 담겨 있지 않지만, 무기와 병력 보충, 전력 등 러시아군에 유용할 수 있는 군사 정보가 포함됐다. 이와 관련 NYT는 “이 문건은 러시아 등의 숙련된 군사·정보 전문가들이 볼 때 많은 단서와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급 기밀'로 분류된 '3월1일 현재 전쟁 상황'이란 한 문서엔 우크라이나와 미군 수뇌부의 동선이 담겼다. 당시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이 기동훈련을 위해 독일 비스바덴 미군 기지에 있었다. 하루 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과 크리스토퍼 카볼리 유럽 연합군 최고 사령관이 이 곳을 방문했다.


또 다른 문서엔 1월~4월 예정된 우크라이나군 부대, 장비, 훈련 목록이 포함돼 있다. 당시 준비 중이던 12개 전투여단에 대한 요약 정보다. 이 중 9개 여단은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이 훈련을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9개 중 6개 여단은 3월31일, 나머지 3개 여단은 4월30일까지 준비될 것이라고 문서는 적시하고 있다. 9개 여단에 필요한 총 장비는 탱크 250대 이상, 기계화차량 350대 이상이란 내용도 있다.


무기 공급과 부대 및 대대 전력, 기타 다른 계획을 나타내는 사진과 도표도 원본 그대로 공개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는 미국 정보기관의 중대한 침해를 나타낸다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문서 내용 중 일부는 진짜로 보인다”면서 “무기 및 병력 보충 시간표나 병력 증강 규모, 기타 군 관련 세부 사항 등 가치 있는 정보를 러시아에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밀문건, 외교관계에도 악영향 미칠 듯]


그런데 정말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에 유출된 기밀문서 가운데 미국이 동맹국들을 감청해온 사실이 함께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NYT는 8일, “외교관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이번에 추가로 유출된 문건 가운데 우선적으로 미국 정보당국이 공격 계획과 전쟁 여력 등을 상세히 평가하고 있는 등 러시아의 보안·정보기관에 깊이 침투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뚜렷이 담겨 있다.


또한 러시아군의 공격 시기와 특정 목표물까지 매일 실시간으로 미국 정보기관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정보를 미국이 전달해준 덕에 우크라이나가 중요 전기마다 방어태세를 충분히 갖춘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미군의 이같은 정보 획득이 러시아를 넘어 우크라이나의 최고 군사·정치 지도자들도 감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NYT는 “유출 문건들은 미국이 러시아뿐 아니라 다른 동맹국에 대해서도 첩보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이미 동맹국들과의 관계가 복잡해졌고, 미국의 비밀 유지 능력에 대한 의구심마저 자아냈다”고 지적했다.


[문건 유출, 미국의 역공작일 가능성도 제기]


이런 가운데 이번 문건 유출이 우크라이나군의 춘계 대공세를 앞둔 시점에서, 서방측에 의한 역공작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러한 우려를 강력하게 퍼뜨리는 쪽이 러시아의 군사전문가들이다.


NYT는 러시아 전쟁 블로거들이 “이번 문건 유출이 러시아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려는 서방 정보당국의 책략”이라며, “기밀문건에 담긴 정보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도 8일, 미국의 전쟁연구소(ISW)의 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의 군사전문가들은 이번에 공개된 문서가 러시아군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 유출된 허위 정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사실 유출된 문건대로라면 춘계 대공세를 준비하는 우크라이나군의 준비태세가 러시아군에게는 엄청난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래서 러시아 군사전문가들은 서방측이 의도적으로 러시아군에게 공포심을 조장하기 위해 교묘하게 조작된 문건을 흘렸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현재 이 문건의 조작 여부나 유포 경위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된 바가 없지만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전쟁에서 뭔가 대단한 용틀음이 일어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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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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